• 지식인 최고의 덕목은

    최응표(뉴욕에서)


    멀리서 부도덕과 비리의 극치 조국사태를 지켜보며 떠오른 인물이(한 때는 좌파운동을 했지만), 현대의 지식인들은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며 지식인들의 허위와 위선을 힐난하게 비판한 레지 드브레다. 그는 더 나아가 지식인들은 이제 무대에서 내려오고 TV에서도 사라지라며 프랑스 지식인의 이중성을 질타했다.

    마치 우리나라 지식인들을 두고 하는 말 같아 뒤통수를 되게 얻어맞은 기분이다. 이런 레지 드브레가 살아 돌아와 거짓과 위선과 조작이 성공의 비결이 된 부도덕한 우리 현실을 본다면 어떤 비판을 가할까?

    한편으로는 드브레와 같은 양심의 소리를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렵고 겁이 난다. 왜 그럴까? 부도덕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지식인의 추악상에 국가의 자존심(국격=國格)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득히 먼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충(充)도 지식인 최고의 덕목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라며 진실 속에 양심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양심, 정직, 정의를 말하면 적폐라는 오물을 뒤집어쓰고 폐인(廢人)이 되는 어둠의 사회가 됐다

    나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견디기 어려운 시련으로 고통을 겪을 때, 사회가 부도덕한 무리의 억지로 힘들어할 때, 그리고 대중(국민)이 그 틈새에서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때, 지식인은 국가의 고통을 덜어줄 처방을 내야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회에 힘이 돼주어야 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대중에게 올바른 길을 찾아주는 방향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성경말씀 같은 글을 읽고 그것을 하나의 진리로 믿어 왔다.

    그리고 어느 교양인(敎養人=지식인이라고 해서 다 교양인은 아니다)이 말한 것처럼, 지식인이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옳은 목소리를 내며, 세상과 거짓 없이 소통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 기본에 충실하고 자신이 가진 학문과 지식을 사회에서 일을 통해 실현하는 고귀한 사람이라고 믿고 존경해 왔다.

    그런데 이 믿음과 존경심이 부도덕한 국가권력과 가짜 지식인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그야말로 감내하기 어려운 인간적 내지 국가적 고통을 겪게 됐다.

    지금까지 거짓과 위선으로 역사를 속이고 번영을 이어간 국가와 민족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문재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시대적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썩은 영혼 속에 갇혀있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는 것과 그 사회의 부도덕에 대해 ‘No'라고 말할 용기가 없는 지식인은 죽은 지식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죽은 지식인 사회엔 봄이 오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나라는 도덕적 힘을 가진 나라라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들 교수의 또 다른 저서 ‘왜 도덕인가?’ 서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2004년 11월 미국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유권자들이 표심을 어떤 정치적 현안보다도 ‘도덕적 가치’에 두었기 때문이라는 것. 도덕적 가치가 우선기준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도덕성’의 중요성을 사실로 보여준 역사적 사례가 바로 제2차 대전에서 처참하게 패망한 일본이다. 2차 대전 후, 초대 유엔 대표부 특명전권대사를 지낸 가세 도시가즈(加瀨俊一)의 말을 들어보자.

    “결국 우리는 전쟁에서 우월한 무기에 패배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정신적인 경쟁에서 좀 더 고귀한 사상에 패배했던 것입니다. 진정으로 중요했던 것은 대수학의 힘을 초월하는 ‘도덕성’이라는 문제였습니다.” 국민 도덕이 붕괴된 뒤에는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 없다는 앙드레 모로아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 진정어린 고백 아닌가.

    북한성향에 푹 젖어있는 김일성 주의와 레닌주의자들이 이런 말을 들어보기나 했을까? 문제는 청와대를 점령한 붉은 완장부대의 정체를 국민들이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지령 따라 움직이는(?) 일당에 의해 이미 대한민국의 절반이 38선을 넘어 북으로 넘어가 있다는 절박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생물학적 삶에 젖어 있는 국민의 타락이 저들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누군가는 깨우쳐 주어야 한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짐승처럼 살다 짐승처럼 죽어가는 북한주민들처럼 그렇게 살아봐야 정신을 차리겠는가?

    당대는 그렇다 치고 후손들이 무슨 죄가 있나. 본인세대야 악마와 함께 춤을 추든, 악마와 같이 무덤에 묻히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왜 자식세대까지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가.

    엄격히 말하면, 우리는 지금 북한처럼 폐륜(廢倫)국가로 전락해 국제고아가 되느냐, 아니면 이승만, 박정희 정신을 좇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세계무대로 재도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문제는 최고의 위기는 최고의 기회가 된다는 진리(사실)를 국민이 인식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있다. 부언해 말하면, 순간의 판단 실수가 지옥행의 티켓이 될 수도 있고, 순간의 양심이 자식세대에게 축복된 미래를 열어줄 수도 있다.

    천국으로 갈 것인가, 지옥으로 갈 것인가, 바른 생각이 바른 결정을 가져온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어떻게 이루고 어떤 희생을 치르며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는가.

    젊은 세대에게 세상은 정직한 사람들의 몫이고, 정직하고 성실해야 성공한다는 산 교훈을 유산으로 남겨주어야 한다. 이것이 선배세대가 지켜야할 가치 아닌가.

    우리 민족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던 본성(本性)은 진실을 듣는 귀, 거짓과 진실을 가리는 지혜, 사리를 분별하는 냉철한 이성(理性)이었다. 이런 고귀한 민족적 가치들이 북한식 사고(思考)에 젖어들면서 국가의 위기가 시작됐다. 그 중심에 김대중, 노무현이 있고, 그들의 유훈(遺訓)을 이어받은 문재인이 있다.

    이렇게 버려야할 유산과 지켜야할 가치를 장황하게 말했지만, 따지고 보면 지식인만 탓할 문제도 아니다. 국민의 도덕적 해이와 정신적 타락도 썩은 지식인 못지않게 비판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구경꾼이 없는데 광대들이 굿판을 벌이겠는가. 옆에서 들어주고 박수쳐주는 정신 나간 무리들이 있으니까 도둑들이 기성을 부리는 것 아닌가.

    국민정신이 살아있고, 양심이 살아있고, 국민의 도덕의식과 윤리의식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상식선에만 머물러 있어도 감히 문재인과 조국 같은 부도덕한 위선자들이 어떻게 사회 지도자 행세를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가짜든, 진짜든,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文가와 曺가의 지지도가 40%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은 우리사회가 그 정도로 썩어있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국가적 수치고 선량한 국민양심에 X칠을 하는 부패의 극치다.

    이렇게 국민의 정신적 타락을 지적하면서도 지식인을 탓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식인들이 그 국가, 그 사회의 최고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최고 지도층이면 최고 지도층다운 행동이 따라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e oblige)’정신, 다시 말해 사회로부터 받는 대접만큼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식인의 타락은 국민정신을 병들게 하고 사회와 국가를 야만(野蠻)화 한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지식인 사회가 정직하고 성실해야 건강한 국민, 건강한 사회, 건강한 국가가 성립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나서서 거짓말을 하다못해 급기야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잘 하고 술수를 잘 부려야 성공한다는 잘못된 사인을 보내는 국가가 세상에 대한민국 말고 어디 또 있다던가.

    대통령의 말을 말 그대로 믿을 수 있는 사화가 정상이고 건강한 국가다. 우리처럼 대통령의 말을 거꾸로 들어야 하는 현상은 국가적 불행이다. 어떻게 뱉었다 하면 거짓말이고 움직였다 하면 나라망신인가. 文 정권에서 거짓말과 위선과 조작과 선동을 빼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그동안 주사파 정권이 한 짓거리를 보라. 정작 대한민국을 위한 정책은 모두 적폐로 몰아 귀향 보내고, 김정은에게 도움이 되는 반역 질이 국가정책 최우선순위를 차지해 오지 않았는가.

    이제 저들의 ‘惡의 벽’을 우리민족 본연의 지혜로 뛰어넘어야 한다. ‘저 벽은 반드시 무너질 것이다’라는 동독 청년의 신념이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독일 통일을 가져온 것처럼, ‘헬 조선’을 외치던 우리젊은이들 가슴에 ‘저 청와대의 어둠의 세력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애국적 신념이 자리할 때 대한민국은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지식인 최고의 덕목이 되는 날, 대한민국은 세계문명국가의 일원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식인의 양심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때, 이념 쓰레기, 역사 쓰레기, 정치 쓰레기, 언론 쓰레기, 문화 쓰레기, 지식 쓰레기, 종교 쓰레기 등, 사회와 국가를 좀먹는 모든 적폐는 스스로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나라사랑의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버려야 할 쓰레기는 이미 버려졌어야 하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 다시 방치되기 전에 버려야 한다"며 버려야 할 과거 청산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했던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는 그 과거를 되풀이하는 저주를 받는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준 이승만과 거지나라를 부자나라로 만들어준 박정희의 ‘위대한 시대’를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언제나 역사를 움직이고 선도해 나간 민족은 기적의 시대, 감동의 시대, 기회의 시대에 감사하고 늘 과거를 기억하는 민족이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후배세대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그럴 때, 지식인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살아나고 따라서 국민대각성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