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다음날 심야조사 폐지, 소환 다음날 공개소환 폐지… 국민 납득할 수 있을까
  • ▲ 조국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조국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검찰의 '조국 수사'에 대한 우려가 다시 새어나오고 있다.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건강문제 등을 언급하며 조사에 불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데다, 검찰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압박에 눌려 정 교수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검찰은 또 정 교수의 비공개소환 이후 공개소환 관행을 없애고, 심야조사도 폐지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 교수의 요구에 맞춰 이 같은 관행들을 폐지했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는 상태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정 교수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정 교수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지난 3일과 5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첫 조사는 정 교수가 심야조사를 거부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뤄졌고, 두 번째 조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55분까지 15시간 가량 진행됐으나 정 교수가 조서열람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실제 조사는 3시간 가량 밖에 이뤄지지 못했다. 

    조사 중단하고 집에 갔다와서 '조서열람' 하는 경우 드물어

    이러한 정 교수의 행위를 두고 수사지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의 발언과 '서초동 집회' 등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정 교수도 수사가 지연될수록 검찰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재판절차를 고려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와 공판을 대비해 검찰이 갖고있는 '패'를 분석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검찰의 조서를 꼼꼼하게 읽는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권리이며 불법이 아니다.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마라톤 조서열람으로 수사를 지연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조사시간이 조서열람 시간보다 더 길었다. 또 양 전 대법원장도 정 교수와 마찬가지로 여러 혐의를 받았지만 모든 혐의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에 조서열람을 시작했다. 정 교수처럼 조사를 끊어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조사 중 중간에 잠시 쉬는 것은 있어도 조사를 중단하고 집에 다녀와서 조서열람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귀가해서 밖에 있는 변호사라던지 조국 장관과 상의를 하고 조서열람 과정에서 조서내용들이 수정이 됐다면 온당하지 않은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지연전략을 쓰고 있는 것은 정 교수 뿐만이 아니다. 조국 일가 '사모펀드 핵심'인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역시 이날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됐으나, 허리디스크 수술을 하겠다며 심사 연기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에 반발해 구인영장을 신청했고, 이날 오전부터 조씨를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해 심사를 받게했다. 결국 영장심사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으나 시간은 늦어졌다.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정경심 '비공개 소환' 다음날... 검찰 '공개소환' 폐지

    조국 수사와 관련해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의지를 내비치던 검찰 역시 주춤한 모양새다. 검찰은 지난 3일 정 교수가 비공개로 소환된 다음 날 공개소환 제도 전면 폐지를 발표했다. 당초 검찰은 '1층 현관 원칙'을 강조하며 정 교수를 공개소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직접 지시를 내린 뒤 비공개소환으로 급선회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핵심 피의자(정 교수)를 37일 만에 소환하면서 당초 공개소환 방침을 바꿔서 지하 통로를 통해 출석시켰다"면서 "청와대나 법무부 또는 대검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며 검찰을 질타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어 7일에는 심야조사 관행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 역시 지난 5일 정 교수가 11시 55분까지 야간조사를 받은 뒤 발표됐다. 검찰은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심야조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면서 확대해석을 막았지만 "왜 이 이번부터냐는"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경심 '야간조사' 다음날... 검찰 '심야조사' 폐지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조국 수사가 끝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면서 "그런 의구심을 갖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정 교수에 대한 소환과 조사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공개소환 폐지 등도 앞으로 쭉 그렇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긍적적인 변화라도 볼 수 있겠지만 왜 이번부터냐 하는 특혜 시비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부여당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사결과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검찰 역시 정치적 부담을 안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고위 법조인은 "수사 초기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도 나왔는데 과연 그런 것인지, 검찰이 정치권력의 압박에 눌린 것인지는 결국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조국 수사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와 검찰은 커다란 정치적 부담을 안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