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젠더·노동·난민 주제 ‘인권교육' 신설…학부모·재학생 “건학이념 위배”반대
  • ▲ 13일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은 내년 졸업필수과목으로 신설되는 '인권교육' 강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성원 기자
    ▲ 13일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은 내년 졸업필수과목으로 신설되는 '인권교육' 강의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성원 기자
    “연세대는 건학이념에 반하는 젠더교육 의무화를 중단하라.”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 내년 졸업 필수과목으로 신설되는 '인권교육' 강의를 반대하는 학부모·재학생 등 40여 명은 '해당 과목이 연세대의 건학이념에 위배된다'며 강좌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연세대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연사모) 소속 연세대 졸업생·재학생·학부모들은 '기독교정신에 반하는 인권교육 내용'과 '강제적 인권교육으로 학생의 교육선택권 침해’를 지적하며 '인권교육' 의무화를 규탄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연사모 회원들은 탄원서를 읽으며 손을 떨거나 눈물을 훔쳤다. 격앙된 목소리로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이름을 외치며 '참된 교육 시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정소영 연세대 영문학과 88학번 졸업생은 "모교가 이런 식으로 망가져가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나왔다"고 집회 참가 이유를 말했다.

    연세대 필수 젠더과목, 메갈리아 지지 교수가 강의

    연세대는 2020년 학부 신입생 전원(4000여 명)을 대상으로 졸업필수이수과목인 온라인 인권강의를 정규과목으로 개설한다. '인권과 연세정신'이라는 1학점짜리 강의는 15명의 교수진이 인권·젠더·노동·난민 등의 주제로 13주에 걸쳐 강의한다. 연사모는 인권교육 프로그램 중 4주차 강의인 '인권과 젠더'(성평등)가 건학이념인 기독교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인권과 젠더'(성평등)는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강의한다. 김 교수는 한국여성재단이 주최한 '2016 여성회의: 새로운 물결, 페미니즘 이어달리기’ 세미나에서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최근의 페미니즘(여성주의) 운동이 한국의 그 어느 페미니즘 운동보다 더 영역을 확대했고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 단체인 메갈리아는 여성인권을 높이는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우월주의를 내세우는 차별적 언행으로 논란이 됐다. 

    김수진 연사모 회원은 "'인권과 젠더'에서의 '젠더'는 여성인권의 신장을 위한 개념이지만, 이로 인한 폐해가 너무나 많다"며 "잘못된 페미니즘은 남자·여자의 분쟁을 조장하고, 가족·사회를 붕괴시킨다"고 주장했다. 

    마은숙 연사모 소속 학부모는 "일부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교수들의 사상을 학생들에게 강제 주입시키겠다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독교학교인 연세대에 재학하는 우리 자녀들은 그런 신봉자들에게 임상시험당하는 마루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지지발언을 한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교육위원회)는 "잘못된 '인권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연세대의 건학이념과 기본적인 사학 설립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는 연세대의 위기이자 나아가 기독교교육, 대한민국 사학교육의 위기이기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반기독교적이고 왜곡된 수업 전면 폐지해야”

    이들은 소수의 인권 보장을 위해 다수의 인권이 탄압받는 '역차별 상황도 우려했다. 

    나혜정 연사모 소속 학부모는 "연세대의 '인권교육'을 통해 특정 소수의 인권만 무한정으로 보장되고, 그 외는 역차별당하는 왜곡된 인권의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매우 염려된다"며 "자유 대한민국 국민인 학생이 기독교학교 내에서 인권강의 선택을 강제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성주 연세대 한국문화·언어교육과 15학번 재학생은 "'인권교육'을 일방적인 관점으로 다룬다면 역차별이 생겨, 기독교적 판단과 입장 표명을 하는 사람들을 향한 인권탄압 사태가 만들어진다"며 "이런 반기독교적이고 왜곡된 수업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안섭 전 연세대 겸임교수는 "오늘날 세계 인권의 흐름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특정한 소수에게 무한대의 권한을 부여하고 다수 세계시민을 역차별받도록 만들고 있다"며 "기독교대학인 연세대는 편향된 '인권교육'이 아닌 올바른 성경적 세계관에 입각한 '인권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연사모는 성명서를 연세대 총무실에 전달했다. 이들은 향후 연세대의 반응에 따라 후속집회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