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문회의서 "결국은 모두가 피해자"… "日, 수출규제 안할 수도" 발언도
  • ▲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연일 대일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기조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본격화하자 완화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8일 "일방적인 무역보복 조치로 일본이 얻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일본에) 설령 이익이 있다 해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되고, 일본의 기업들도 수요처를 잃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항일 승전 의지를 다졌던 때와 달라진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시행령을 공포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본이 수출규제 대상 3개 핵심 소재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의 한국수출 신청 1건을 허가하면서 한일 갈등 일변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일본과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靑 "수출 보복 불확실성은 살아있다"

    이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피해가 없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뒤의 문장(불확실성이 살아있다는 언급)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올려놓은 3개 품목을 완전히 잠글 수도, 완전 금지를 하진 않을 수도 있다. 1100개가 넘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 해당 품목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이 살아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일본이 이 사태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한 조치만으로도 양국 경제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롭지 않다. 자유무역질서와 국제분업구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조치로서 전 세계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자유무역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고, 자국에 필요할 때는 자유무역주의를 적극 주장해온 나라"라며 "일본의 이번 조치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 당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내세웠다가, 이후 전략물자 수출관리 미비 때문이라고 그때그때 말을 바꿨다.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文 "日 조치, 변명 어떻든 징용 판결에 보복한 것"

    문 대통령은 "변명을 어떻게 바꾸든, 일본의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라며 "이는 다른 주권국가 사법부의 판결을 경제문제와 연결시킨 것으로, 민주주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에도 위반되는 행위다.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를 하루속히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이고 장관급인 부의장을 별도로 둔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전체회의는 모두 연말인 12월에 개최됐으나 이번엔 이례적으로 8개월 만에 열렸다. 이는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 문 대통령이 시급하게 자문을 구하고자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0분가량 진행된 이날 자문회의에는 이제민 부의장을 비롯해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교수 중심의 자문위원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이제 와서 '승자 없는 게임'을 운운한다 해도, 일본과의 전쟁 선포를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다"며 "국제 여론전으로 대처하기에는 때를 놓쳤다. 전쟁을 선택했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