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문빠 대혁명” 개탄… SNS 통해 무차별 '친일기업' 지목, 기업들 '난감'
  •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이종현 기자
    ▲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이종현 기자
    반일 불매운동이 가히 ‘마녀사냥’ ‘조리돌림’ 수준이다. ‘친일’과 상관 없는 국내기업도 반일 불매운동 기업으로 낙인찍기 일쑤다. 대상 기업들은 “우리는 친일기업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미 친일 프레임이 덧씌워진 기업은 회생불능이다. 온갖 욕설과 가짜뉴스가 온라인을 도배한다. 기업은 그렇게 멍들어간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공격당한 기업의 직원들도 선의의 피해를 입는다. 일부 특정 성향의 네티즌은 ‘찍힌’ 기업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마구잡이 악성 댓글을 단다. 사건의 선후나 과정은 중요치 않다. 기업을 향한 ‘무조건’적 공격이다. 반기업정서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콜마사건이다. 한국콜마는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의 제품을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한국인을 고용하는 국내 기업이다.

    그럼에도 윤도한 한국콜마 회장의 개인적 정치성향이 직원들과의 월례회의를 통해 외부로 알려지며 친일기업으로 오해받는다.

    한국콜마에 대한 반일 불매운동은 지분관계로 인해 오해를 샀던 초기 반일 불매운동 대상 기업들과 달리 윤 회장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계기로 일어났다. 지난 7일 직원700여 명이 모인 월례조회에서 윤 회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방송 '리섭tv'를 튼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영상은 보수성향의 유튜브 방송채널로 일본과 외교 마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영상에는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없다”와 같은 발언이 있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극적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유튜브 영상 공개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 다방면으로 기여한 기업을 ‘반일 불매운동’ 리스트에 올려 ‘마녀사냥’하는 게 합당할까. 회장의 사퇴까지 요구할 만한 문제일까.

    전여옥 전 의원은 윤 회장 퇴진 직후인 11일 오후 블로그를 통해 “문화대혁명이 재현된 문빠대혁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일이 평생을 모든 것을 다 바쳐 일군 회사를 물러날 만한 사안인가? 대한민국은 그들(문재인 정권)의 뜻에 어긋나면 무법지대로 던져지고 마녀사낭·조리돌림을 당한다”고도 주장했다.

    농심과 동아오츠카도 정확한 사실관계 없이 여론의 ‘마녀사냥’에 피해를 입은 사례다. ‘반일’ 광풍이 일어나기 시작하던 불매운동 초기, 농심은 신춘호 회장이 신격호 롯데 회장의 동생이라는 점과 일본기업인 '아지노모토'와 업무협약을 했다는 이유로 친일기업으로 몰렸다. 사실확인 결과 농심은 롯데와 일본 모두와 지분을 포함한 자본관계가 전혀 없는 토종기업으로 밝혀졌다.

    동아오츠카도 마찬가지다. 한국 동아쏘시오그룹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1979년 동아제약 식품부로 출발한 뒤 1992년 일본 오츠카제약과 합작해 세워진 회사다. 회사의 지분율은 일본 오츠카제약 50%, 한국 동아쏘시오홀딩스 49.99%로 이뤄져 있다. 동아오츠카는 불매운동이 SNS를 통해 확산되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회사에는 약 1000명의 한국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두 기업 모두 친일과는 관계가 없음에도 근거 없는 오해에 시달렸다. 

    지난 10일 오후 ‘10년차 한국콜마 직원입니다’라는 글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이 글의 작성자는 “그 연세인 분(윤 회장을 지칭)들은 저희와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 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친일로 매도하고 공격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저에게 한국콜마는 동료들과 고락을 함께하는 일터다. 저는 이 일터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방향을 잃은 친일 매도와 불매운동이 누구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지 생각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