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협상학(29)… 협상이 난항에 빠질 땐, 시각을 달리해 상대의 입장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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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처럼 우리 정부의 입장이 힘들어 보인 적이 없다. 한때 노벨평화상까지 언급되던 문대통령의 중재자 주장은 미국과 북한 양쪽으로부터 입장을 명확히 하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국내외적으로도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비판까지 직면해있다.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불명확한 목표와 국내 불신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는 더 험난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는 시각을 달리해 상대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대응 전략이 명확해질 수 있다. 북한도 과연 우리 보다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협상전문가들은 전세계에서 협상을 가장 못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북한을 들곤 한다. 협상에서 중시하는 상호 이익을 키우기보다 막무가내식 벼랑 끝 전술로 악명 높다. 열악한 자국 사정을 역이용하며 일방적으로 얻어내는 것에만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시 그런 수순으로 가고 있다. 북한이 그간 협상장과 대외 메시지를 통해 드러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더욱 명확해진 북한의 협상 목표이다. 가장 현안은 비핵화 단계별 경제제재 완화이다. 남한 보다 유일한 우위점인 핵을 완전 포기하는 것은 내부 동의과정이 없었다. 핵보유 목표는 수정될 수 없으며, 미국과 남한에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경제성과 전까지는 불가함을 또 다시 벼랑 끝 전술로 설득시키려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올해 말까지는 고난을 감수해달라고 했다. 지난 13일 ‘자력갱생’을 강조한 김정은의 시정연설이 바로 그 내용이다.

    둘째 러시아와 중국, 일본을 우호적인 중재인으로 삼겠다는 시도이다. 미국과 남한과 잘안풀리는 만큼 이럴 때 동원하는 제3자 즉 중재인활용은 흔한 전략이다. 협상 성과에 따른 ‘이익’을 중재국에게 제시하며 북에 우호적인 중재자 요청을 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국을 이용할 경우 최근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벌어진 유럽 등 서방의 틈새를 파고 들 것이다. 성공여부를 떠나 새로운 돌파구로서 미국에 압박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셋째 최고책임자와 라포(인간관계) 형성은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적어도 적대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라는 협상 시한을 둔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협상 테이블에서 만날 수 있고, 그 기회에 라포를 활용할 수 있다.

    이상은 최근 하노이 미북 협상 이후 북한의 입장, 그 이후 남한 정부와 미국 협상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통해 중재국 필요성 부각, 북한 김정은의 시정연설과 러시아 순방계획과 시진핑 연내 방북 추진 계획 등을 통해 확인한 북한의 최근 협상 전략이다. 

    공통점들이 보이지 않는가? 사실 그 점이 바로 우리 정부가 파고들 다음 단계 노력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의지가 없는 점이 명확하고, 러시아, 중국을 이용하지만, 결국 미국과 남한 정상이 최종 협상 상대라는 점이다. 북한 국내적으로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최고지도자가 자력갱생을 강조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가 나라로서 지속가능한 마지막 시점이다. 이쯤되면 우리 정부가 무엇을 해야할지 경제, 외교, 국방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나 명확하다. 지금은 북한에 중재역할을 할 때가 아니다. 

    먼저 중, 러에 오판하지 않도록 경고하며 맞춤형 이익도 제시해주어야 한다. 돌고 돌아 결국은 미국을 움직이려 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관계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 핵위협에 대해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연내 스텔스기도 10여기가 들어온다. 상대가 시한까지 제시하며 패를 드러낸 만큼, 이번 협상이 안되더라도 억제수단과 또 다른 대안이 있다는 ‘바트나’(BATNA, 대안)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뜻대로 이끌 수 있다.

    / 권신일 前허드슨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