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김주성 MB 항소심 공판 증인출석…"대통령 자금요청 말이 안 된다"
  • ▲ 검찰.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검찰.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혐의에 대해 검찰의 기소 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했다. 또 두 사람 모두 검찰조서가 본인들의 의사와 다르게 작성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실장의 검찰조서 내용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유죄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실장은 지난 15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했다는 혐의 혐의(뇌물 및 국고손실)에 대해 “그 정도 사소한 일로 (대통령이) 직접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진술했다. 

    원 전 원장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직원에게 요청한 것이며, 자신은 보고를 받고 승인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그런 걸 갖고 대통령이 얘기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총 4차례에 거쳐 6억원과 10만달러의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해 청와대 예산으로 사용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뇌물 및 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증인신문 없이 치러진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검찰조서 등을 근거로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원세훈 “그런 걸 갖고 대통령이 얘기하겠느냐”

    원 전 원장이 관련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는 두 가지다. 먼저 2010년 7~8월경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당시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특활비 2억 원을 전달받아 보훈단체 지원금으로 사용한 사건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조사에서 본인이 삭감한 ‘보훈단체 격려금 청와대 예산’이 문제가 되자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정원 특활비를 사용할 것을 건의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이 원세훈 전 원장에게 연락했고, 자신은 특활비를 전달받아 사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건은 2011년 9~10월경 원 전 원장이 특활비 10만달러를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한 사건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당시 원 전 원장으로부터 “대통령 해외순방 전 전달할 것이 있으니 전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10만 달러를 전달받아 대통령 관저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남북접촉을 할 때 지원해 준 것은 있다고 진술했다. 국가안보상 공개할 수 없는 용도로 청와대 측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10만 달러를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희중 전 실장 및 돈 심부름을 시킨 국정원 직원에게는 보안상의 이유로 다르게 둘러댔을 수도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 집요한 추궁에도...

    검찰 조사 당시 이 같은 진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6차례에 거쳐 원 전 원장을 소환해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집요하게 추궁하자 원 전 원장은 “저는 공개할 수 없는 용도로 지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최모(국정원 직원)씨 또는 김희중의 말처럼 대통령 해외 순방 비용일 수도 있고, 실제로는 용도를 감추기 위하여 이들에게는 해외 순방 비용으로 둘러댔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같은 모습이 반복됐다. 10만 달러의 용도를 묻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원 전 원장이 남북접촉 비용을 지원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검찰은 위의 조서 내용 중 “최OO 또는 김희중의 말처럼 대통령 해외 순방 비용일 수도 있고”라고 진술한 부분을 보여주며 약 10분에 거쳐 집요하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전 원장은 검찰 조사 시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본인의 재판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기억이 났다며 공개법정에서 이름을 거명할 수 없지만 본인을 포함한 정부요인 3명과 함께 대북 접촉을 논의하고 그 비용을 김희중 전 실장을 통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김주성 “대통령에 2억원 수수 보고안해”

    검찰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김 전 실장 역시 특활비 수수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실장이 관련된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는 2008년 4~5월경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수수해 사용한 사건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김 전 기획관이 특활비 교부를 요구한다는 말을 듣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의 진술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4~5월경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이 김백준에게 건네진 사실을 알았다며 이 전 대통령을 기소했고,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국고손실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증인신문에서 본인의 의사와 검찰조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자신은 김백준 비서관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실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사방에서 음으로 양으로 국정원 돈을 보태달라고 해서 그런 건 곤란하지 않느나고 걱정을 말씀드렸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검찰은 반대신문을 통해 국정원 돈을 보태달라고 한 것이 청와대가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김 전 실장은 “그렇게 구체적인 말을 한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이 전 대통령의 다음 항소심 공판에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다스 실소유 의혹 및 다스 비자금 횡령 혐의과 관련된 증인신문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