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대 8차 토론회 "방송 종사자 스스로 '탈 정치' 선도… 언론노조에서 벗어나야"
  • KBS가 현행 수신료 징수제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먼저 언론노조나 특정 정치세력에 예속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24일 <뉴스타운> 스튜디오에서 'KBS의 방송 공정성과 수신료 징수'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연대(공동대표 이석우·조맹기·황우섭) 8차 토론회에서 "우리의 공영방송은 정치권력과 공생하는 '정치 병행성'이나 '후견인주의'에 고착돼 있어 공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해결의 시발점은 후진적 정치적 예속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노조, '언론노조 대리인' 성격 강해"

    황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통제가 KBS 수신료 제도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공영방송 통제는 '(노조)조합주의'와 '정치 병행성'에 기반한 '후견인주의'의 두 축에 의한 것"이라며 "문제는 공영방송의 노동조합이 독립된 개별조직이 아니라 정치투쟁을 명확히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대리인 성격이 강해 중립성과 다양성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KBS 수신료 제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영국의 '이원적 규제 모델' 도입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에 정치적·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영국처럼 공영방송만 별도 규제기구에 의해 운영하는 '이원적 규제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이어 "구성원은 국회 추천 숫자를 제한하고 정부 추천 인사 중에서 전문성과 지역성 등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이 그나마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정부여당이 과거 발의한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치 예속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 교수는 "현 여당이 야당 시절 발의한 '특별다수제(2/3 동의)에 의한 사장 선출'은 공영방송 사장을 여야 합의로 결정하자는 것으로 정치 예속화 가능성이 크다"며 "수신료 제도의 합리화를 위해서는 독일처럼 ‘수신료산정위원회’ 같은 전문기구를 설립해 수신료 지불 주체인 국민이 산정・징수・분배·사용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형태로 전환하자"고 제시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 "방송권역의 '2차 민주화'가 요구되며, 그것은 권력을 가진 정파가 과감하게 내놓을 때 가능하다"면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탈정치화'와 '문화를 선도하는 프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 '중간광고' 도입은 최악의 수"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BBC 100년을 통해 본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발제 및 토론에서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수신료 인상과 대규모 구조조정 및 경영합리화 정책으로 부족했던 지역정책을 대폭 보강함으로써 영국 최대 포털의 하나로 성장했지만 우리의 공영방송은 초라하고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탄식했다.

    정 교수는 그 이유로 "정치집단은 방송 통제와 국민의 눈치 때문에 수신료 인상에 나서지 않고, 공영방송 내부는 구조조정을 피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에 의존하려 하며, 국민은 수신료 부담을 하지 않으려 하는 '부정적 연합'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이 광고 재원에 기댐으로써 급기야 '중간광고 도입'이라는 최악의 수를 뒀다"고 지적하고 "포르투갈과 같은 전형적인 후견주의 모델을 답습함으로써 갈수록 시청률과 영향력이 급감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수신료 강제 부과는 구시대적 발상"

    이경환 변호사는 'KBS 수신료 징수 방법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관한 발제 및 토론에서 "인터넷TV 등 공중파 방송의 수많은 대체재가 등장하고 텔레비전 수상기의 정의조차 불분명한 현 상황에서 방송법상의 KBS 수신료 강제 부과 조항은 국민의 납부선택권을 제한하는 '구시대적 조항'이며, 인터넷TV 또는 케이블TV 요금과 중복되는 성격도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텔레비전 수상기에 대한 수신료 강제 부과 및 강제 징수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어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한 공영방송 사장 추천은 투명한 공개모집과 여론 수렴, 이사회 기능 활용 등 절차의 공정성을 가지고 있으나, 3분의 2 이상 의결을 규정한 특별다수제 도입은 논의의 지연과 경영공백 초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200명이나 되는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는 집권여당의 인기투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면서 "국회의 이사 추천 관행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갖추되, 여야 추천 몫의 지나친 비대칭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