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은 '작은 정부'로 규제 없앨 때 가능… 임금 손대고 시장 왜곡해선 '혁신' 불가능
  • ▲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대전의 꿈, 4차산업혁명 특별시'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4일 대전에서 열린 전국경제투어 '대전의 꿈, 4차산업혁명 특별시'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4일 대전을 방문하여 “대덕특구를 단순 R&D 기관이 아닌 신기술 사업화를 통해 청년창업과 일자리로 이어지는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혁신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또한 지난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 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계속 유지하지만 ‘혁신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천명했다. 

    문재인정부의 출범 이후 주요 정책기조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였다. 그러나 국민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52시간근무제 강행, 주휴수당 지급 등으로 인하여 고용부진의 심각한 부작용 발생,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조성, 빈부의 차이 심화 등으로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됐다. 

    소득주도성장 실패 판명... 소득 불균형 더 악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3/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5분위(상위 20%)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분기 대비 8.8% 늘고, 1분위(하위 20%) 소득은 7.0% 감소하여 그 격차가 더욱 극심하여 졌다. 또한 소득 5분위 배율(1분위 소득 대비 5분위 소득의 배율)도 7.4배로 2/4분기의 소득 5분위 배율이 5.23배였음을 감안하면 점점 더 악화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혁신성장은 연구를 통한 기술개발로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시장경제에 근거한 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정책으로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조하여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면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혁신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이 두 성장 정책은 동시에 추구하기가 어려운 정책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살펴보면 그 답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요' 중심 정책과 '공급' 중심 정책 공존 불가능
    첫째로, 소득주도성장이 정부의 주도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층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분배 위주의 정책이라면, 혁신성장은 민간주도의 기업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공급’ 중심의 성장위주의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각종 필요 없는 규제들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은 경직된 관료사회를 유지하면서 산업 활동을 지휘하고, 시장 메카니즘을 인위적으로 작동시키면서 ‘임금’에 손대고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이와 반면에 혁신성장 정책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필요 없는 규제를 없애고, 유연한 관료 사회와 산업 활동을 정부보다는 기업에 맡기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따라서 이 두 성장정책은 공존하기 어렵다.  

    둘째로, 혁신성장을 위하여 선도형 경제를 위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면 창의적인 우수한 인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영재고, 특수목적고(과학고, 외고, 국제고, 예고 등), 자율형 사립고 등의 분야별 엘리트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고등학교들이 원래의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반고보다 확실히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혁신성장을 위한 우수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를 주장하는 현 정부는 엘리트 교육을 배척하고 교육 평준화 정책을 신봉하면서 특수고와 자율형 사립고 등도 대폭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따라서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철학에서도 두 성장 정책 간에 간극이 크다. 

    또한 혁신성장은 전문성을 가진 우수 인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하면서 전문성이 결여된 소위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비전문가들은 각 전문 분야에 많이 기용하였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기관장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사퇴시켰다. 이런 기용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성장을 위한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연구기관의 사기를 꺾는 행위가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그 동안 기관장이 사퇴한 과학기술 분야 기관들은 모두 11곳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 에너지기술평가원, 해양과학기술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한국연구재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다. 최근에는 카이스트 총장이 직무정지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反기업 정책으론 혁신성장 불가능
    셋째로, 민간 주도의 혁신 성장에 가장 큰 동력은 기업들인데, 기업들이 혁신 성장을 위한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임금의 급상승,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높은 상속세 유지, 일부 기업인들을 죄인시하는 반(反)기업⋅반재벌 정책 등으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에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주면 수요가 늘어나서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주장하지만, 민간 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기업에서 혁신성장을 위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으며, 소득을 근로자에게 나누어줄 여력이 없어진다. 임금은 근로자에겐 소득이지만 사용자에겐 비용이다. 최저 임금을 억지로 올리면 일부 근로자 소득은 증가하지만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은 고용을 줄이고 채용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결국은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게 된다. 한쪽을 강제로 늘리면 다른 쪽이 주는 것이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따라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펴서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 기업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신사업에 도전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지 않으면 혁신 성장은 어렵다.

    마지막으로 소득주도성장은 국가 성장의 중요한 요체인 대학과 출연연구소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칠 때 정부⋅기업⋅대학⋅출연연구소 등이 힘을 합쳐 혁신 시스템을 가동하여 성공하였다. 혁신성장은 이런 모든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혁신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경쟁력 향상에 매진할 때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두 성장 정책은 근본적으로 시스템의 차이가 있으며,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   

    위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유지하면서 혁신성장을 추구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들어보았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처분해야만 혁신성장 정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이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 철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기 불가능할 것이고, 따라서 혁신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 ▲ 지난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뉴시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급 원전기술 '탈원전'으로 죽여서야...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우리나라가 가진 높은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높은 원전기술을 소위 ‘탈원전’이라는 정책으로 죽이려 하는 것은 혁신성장 정책에도 위배된다. 탈원전 정책은 수십만 명이 원전산업에 연관되어 있는 만큼 소득주도성장에도 위배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원전기술을 유지⋅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탈원전 대신에 에너지전환 정책을 쓴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궁색한 표현이며, 최소한 이미 승인되어 있고 7천억 원 정도가 들어간 신한울 3⋅4 호기 원전 건설은 빨리 재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문대통령이 혁신성장을 진정으로 추구할 생각이 있다면 탈원전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든 혁신성장이든지 간에 궁극적으로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실패를 경험한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구하지 말고, 2019년에는 혁신성장을 주요 경제 정책으로 정부가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혁신성장을 통하여 기업의 기술개발, 기업가 정신 고취, 활발한 창업 활동 등으로 GDP의 파이를 크게 키우고, 이를 공정하게 나누어 행복한 사회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에는 대한민국 혁신을 위한 반전의 기회가 있기를 고대하여 본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