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文 정부 외교·안보 책임자 모두 만나…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책에 영향 미칠 듯
  • ▲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경내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청와대 경내에서 만난 모습. ⓒ청와대 제공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30일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이 하루 뒤인 31일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30일 비건 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기 전에,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면담하고 싶어한다는 미국 측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윤건영 실장이) 우리 정부의 최측근이어서가 아니라,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정의용 특사가 파견될 때 대표단으로 방북해 북측 인사들과 소통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윤건영 실장은) 2차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했을 때도 배석했던 분"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 직책상 1,2,3차 정상회담을 준비한 총괄비서실이 국정상황실인만큼 비건 대표 입장에서 보면 만나야 할 청와대의 실무 책임자라 여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30일 비건 대표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기 직전에 윤 실장과도 별도로 면담했다는 게 청와대 측 이야기다.

    이는 한·미 양국이 더 긴밀한 논의를 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설치키로 한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한·미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긴밀한 논의를 위한 새로운 기구인 '워킹그룹'을 다음달 출범시키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한미 외교, 비핵화, 대북 제재와 남북 협력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구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좀 더 긴밀한 소통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얘기할까'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우리 정부도 동의한 것"이라며 "비건 대표가 이 일을 맡은 이후 개인 차원을 넘어 좀 더 체계적으로 논의를 하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31일 설명했다.

    해석은 엇갈린다. 비건 대표는 그간 북한 최선희를 만나고자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먼저 북한을 겪어본 우리 정부의 실무자들을 만나는 행보로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대북제재 완화에 앞서 나가는 목소리를 내는 우리 정부를 미국이 견제하는 의미로 워킹그룹을 구성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번 워킹그룹 설치 합의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 간 이견 정도가 수인(受忍) 범위를 넘어서면서 한미 간 철저한 공조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미 국무부는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한국 방문 직전에 북한선박의 불법 환적 사진을 공개했고,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외교부 청사를 방문하는 길에 영변, 동창리 등 북한 지명이 적힌 지도를 언론에 보이도록 했다"고 짚었다.

    이로써 비건 대표는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를 전부 만났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 측의 입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