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적자' 지상파들, '바닥 시청률'에도 '황제 출연료'... '연봉' 환산하면 모두 '억대'
  • 주진우 시사인 기자.ⓒ뉴데일리DB
    ▲ 주진우 시사인 기자.ⓒ뉴데일리DB

    일부 지상파 방송의 '황제 출연료'가 논란이다. 특정 이념 지향을 공공연히 밝혀온 인사들이 연 수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챙기는 사실이 알려졌다. 방송사 내 노조는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공분하고 있다. 

    이순임 MBC공정노조위원장은 8일 성명을 내고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가 MBC 간판 시사 프로그램 '시선집중' 진행을 맡게 됐다"며 "뉴스타파는 최승호 MBC 사장이 몸담았던 인터넷 언론사다. 최 사장은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한다"고 했다.

    이순임 위원장은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외부 인사를 투입해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심인보 기자는 도서 '친일과 망각'을 공저한 대표적 이념 인사다. 시청자들은 이념적 성향의 MBC가 피곤하다는데 최 사장은 지속적으로 왜 이런 방송을 내보내나"라고 비판했다.

    방송사 관계자들 "회사에 인재 그렇게 없나"

    '지상파 외부 인사 출연료' 논란은 최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으로, 지난달 27일 처음 문제가 불거졌다. MBC 사내 노조 중 하나인 공정노조가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진행자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영화배우 김의성 씨가 프로그램 회당 출연료 각각 600만원, 300만원씩을 받고 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당시 제기된 문제는 크게 3가지다. △본인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가 시사 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중립을 지킬 수 있는가 △MBC가 올해 1700억원의 적자를 예고하는 상황에서 거액의 출연료를 지급하며 외부인사를 써야하는 이유 △ 굳이 이들을 진행자로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등이다.

    '정치적 인사'들의 고액 출연료가 알려지자 지방 MBC 사장을 지낸 한 방송 관계자는 "주진우 기자의 출연료를 연 52주로 환산하면 연봉 3억 1200만원에 달하는데, 이는 내가 지방 MBC 사장 재직 시절 받았던 연봉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며 "MBC 사측은 어떤 기준으로 출연료를 측정했는 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MBC는 현재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주진우 시사인 기자, 영화배우 김의성 씨를 제외하고도 방송인 김제동씨를 라디오 진행자로 고용하며 또 한번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공정노조에 따르면, 김제동씨는 지난 4월부터 MBC 아침 라디오 '굿모닝 FM'을 진행하며 회당 100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매일 방송되는 것을 감안하면, 김 씨의 '월급'은 2000만원을 웃돈다. 이순임 공정노조 위원장은 "김제동 씨는 KBS에서도 회당 수백만원을 챙기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EBS에서도 프로그램 진행을 맡는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 방송인 김제동 씨.ⓒ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방송인 김제동 씨.ⓒ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수백억대 적자 KBS·MBC가 '특정인'에 지급하는 출연료는

    김제동 씨의 경우 라디오 출연료는 수익의 일부다. 김 씨는 KBS 1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오늘밤 김제동'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KBS공영노조에 따르면, 김 씨의 회당 출연료는 350만원이다. 

    지난번 MBC에서 논란이 됐던 주진우 기자의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다. 주진우 씨는 '회당 600만원' 을 받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방송을 진행했다. '오늘밤 김제동'은 월~목요일 방송된다. 한달이 평균 4주인 것을 감안하면 월 5600만원, 연봉으로는 7억원 이상이다. 

    성창경 KBS공영노조 위원장은 "30분짜리 프로그램을 한 편 진행하는 것으로 어지간한 사람 한달치 월급을 받아가는 꼴"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많은 금액인데 대체 김제동씨가 KBS에 무슨 기여를 한다고 임원 연봉의 서너배가 넘는 돈을 받아간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성 위원장은 "도대체 이것이 출연료인가 로또인가"라고 반문, "양승동 사장 출범 후 좌파성향 외부 인사들이 대거 MC자리를 꿰차고 터무니없이 높은 출연료를 받아가는 등 예산을 마구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소리높였다.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특정 인사들에 대해 지급하는 '황제 출연료' 때문만은 아니다. KBS도 MBC와 마찬가지로 올해 천억원에 달하는 적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8월 기준 영업이익 부문에서 441억 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시청자들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사라는 점에서 기타 지상파 방송과는 구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KBS 제작진이 출혈을 감수하며 김제동 씨를 기용해야만 하는 명분이 있을까.

    공영노조 측에 따르면, KBS 제작진은 "김제동씨가 화제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를 캐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KBS 출연에 따른 다른 기회비용 상실 보전 △프로그램 인지도 제고 △젊은 시청층 유인 효과 등을 이유로 김 씨에게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오늘밤 김제동' 시청률은 평균 2%대에 머물러있다. 누리꾼들은 "2%짜리 방송에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쓴다는데, 이쯤되면 시청료 거부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ncsj****씨는 "빚이 441억이 넘는 KBS에서 김제동씨에게 연 7억, 이 모든게 국민세금 아닌가요. 지금 적폐청산을 하는건지 적폐생산을 하는 건지..."라고 했다. 

    한편, KBS '오늘밤 김제동'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7월 종영한 SBS 시사토크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는 꼼수다' 출신 멤버 김어준 씨가 진행을 맡았던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지난해 11월 파일럿 방송으로 출발해 올해 1월 정규 편성됐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유·불리한 형식으로 방송을 진행한다는 편파성 논란에 휩싸인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 끝에 지난 7월 종영했다. 출연 당시 김어준 씨는 회당 500만원 상당의 출연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하우스'가 조기 종영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김어준 씨의 1년 출연료는 2억 6000만원 상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