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70주년 토론회 "사람처럼 국가에도 생일… '건국=과정'이란 주장은 틀린 것"
  • ▲ 13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13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한민국 건국일을 둘러싼 좌·우 학계 대표들이 이른바 '끝장 토론'을 벌여 주목된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13일 오후 좌·우 역사 학계 대표들을 초청해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 건국일 끝장토론'을 개최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건국일 논란을 일으킨데 대한 반대 토론회다.

    한국 우파 진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정부가 탄생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좌파 진영은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해석한다.

    "사람에 생일이 있듯, 나라에도 생일이 있다"

    심재철 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며 "사람이 생일이 있듯 나라도 생일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생일이 언제냐고 하면 자신 있게 말을 못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역사에 있어서 역사 해석을 획일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불필요한 논쟁으로 우리가 토론을 해야 하나, 너무나 명백한 이야기가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다른 의견이 존재하고 그 이견이 세상을 뜨겁게 하는 만큼 우리가 건국일을 한 번은 뜨겁게 논쟁해볼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이 문제로 분열되고 갈등을 빚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런 논의를 통해 정리되거나, 정리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건국일에 관한 논쟁이 우리나라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국가 미래상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1948년 건국을 주장하는 우파 진영에서는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했다. 반대 진영에선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우파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일"

    우파 진영은 국민·주권 ·영토가 확보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좌파 진영은 건국일에 대해서는 학계에 이견이 남아 있어 하나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민철 연구위원은 "건국절 제정과 건국에 대한 논란이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건국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 과정"이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이 건국 100년이라고 언급한 것은 반대하지만, 정치적 수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건국은 여러 설이 있기 때문에 언제인가에 대해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특정 시점으로 잘라서 건국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굳이 이야기하자면 남과 북이 통일되어 하나의 국가가 된다면 기념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파 진영의 양동안 교수는 "건국을 해석의 차이라고 주장하지만, 사건 자체가 언제 일어났는가에 대해 해석의 차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 연구 기본 원칙에 벗어난다"며 "개인의 생일이 언제인가를 놓고 해석하자는 꼴"이라고 했다. 양 교수을 "건국이 과정이라고 하는 건 틀린 말이다. 건물을 지을 때 건물이 준공되는 것이 국가로서는 건국"이라며 "인간 생일로 말하자면 여성이 임신해서 아기의 전신이 완전히 노출된 것이 생일이다"라고 했다.

    또 "국가란 것은 어떤 특정 지역을 배타적으로 지배하면서 내치·외치를 자주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정치적 결산"이라며 "건국일·건국·국가의 개념이 명확해 지면 답이 금방 나온다.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이다"라고 했다. 
  • ▲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좌파 진영, "건국일 해석 다양성 인정" 주장 

    반면 좌파 진영의 전우용 교수는 "어떤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자기 역사에 대한 나름의 역사관 중 어떤 역사관이 국민적인 합의인지가 중요하다"며 "미국은 독립기념일 외에 따로 건국일을 기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용환 교수도 "건국절 논란은 정치적 논쟁이고 역사적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라며 "우리 역사에서 건국이란 용어가 다양하게 쓰였다. 애매하고 결론 내리기 힘든 부분인데 이날만이 대한민국이 태어난 날이라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양동안 교수는 이에 "객관적인 어떤 나라의 건국일은 요지부동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 교수는 "1948년 9월 9일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탄생했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자도 인정하는바"라며 "특정 건국일을 제멋대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명확히 하면 끝날 문제"라며 "생일이 언제인가를 기념하는 것은 자신이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건국일도 대한민국이 가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