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찹쌀떡' 안홍성씨 "日서 기술 배워 창업,오보 이후 사기꾼 몰려…MBC는 사과 한마디 없어"
  • "MBC에서 쫓겨났던 최승호 피디가 다시 복귀해 사장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이제는 내 억울함이 좀 풀리겠구나, 이렇게 큰 기대감을 품고 나갔죠. 그런데 웬걸, 경비원 6명이 제 사지를 붙잡고 개끌듯 끌고 나가더라고요.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어요."

    지난 14일 서울 명동 모처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홍성(49)씨는 "지난해 12월 상암 MBC 사옥에서 당했던 치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며 "최승호 사장 만큼은 정말 다를 줄 알았는데, 나를 이렇게 문전박대할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승호 사장이 어디 자기 힘으로 그 자리에 올라갔습니까? 시민들이 공정한 방송 만들어 달라고, 들고 일어나서 사장이 된 거 아닙니까? 그러면 시민들의 말에,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죠. 이렇게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을 짐짝 버리듯 내던져 버려야 되겠습니까?"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기자에게 열변을 토하는 안씨는 이곳 명동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파티쉐다. 지금은 디저트샵 '홍만당'에서 팬케이크를 굽고 있지만, 2012~2013년만 해도 '이찌고야(구 별별스낵)'라는 딸기 찹쌀떡(모찌) 전문샵을 운영하며 월 매출 2천만원을 찍던 '잘 나가는' 사업가였다.

    2009년 무렵 일본에서 우연히 '딸기 찹쌀떡'을 맛본 뒤로 이 제품을 국내로 꼭 들여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안씨는 '이찌고야'라는 상호와 디자인까지 정하고 오픈 준비에 들어갔으나 자금 문제에 부딪혀 사업을 잠시 미뤄야만 했다.

    2012년 다시 '과일 찹쌀떡'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한 안씨는 신당동에 있는 '풍년떡집'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떡피' 개발에 들어갔다. 과일이 들어있는 찹쌀떡의 핵심은 '떡피'. 얇으면서도 잘 찢어지지 않고 탄력이 있는 떡피를 만들기 위해 안씨는 1년 가까이 구슬땀을 흘렸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배합 비율을 알아낸 안씨는 2012년 12월부터 '딸기 찹쌀떡'을 팔기 시작했다.

    "과일 찹쌀떡은 핵심이 '떡피'예요. 찹쌀로 만드는데, 인절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거든요. 당도도 높아야 되고요. 전라도 쌀, 경상도 쌀 등 전국의 쌀을 다 가져다 실험을 했는데, 강원도 고성에서 나오는 찹쌀로 떡을 만들었더니 제가 먹어봤던 그 맛이 나오더라고요."


    당시 블로그를 운영했던 안씨는 시험삼아 판매를 시작한 '딸기 찹쌀떡' 사진을 몇개 올렸는데 금세 반응이 나타났다.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 다시 블로그를 재방문해 후기를 남기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면서 매상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찹쌀떡 판매에 재미를 붙여가던 안씨에게 2013년 4월 한 30대 청년(김OO)이 찾아왔다.
  • 안홍성씨가 MBC상암 사옥 앞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광형 기자
    ▲ 안홍성씨가 MBC상암 사옥 앞에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광형 기자
    "인터넷으로 제가 파는 찹쌀떡 사진을 봤나봐요. 저희 별별스낵에서 일도 하면서 '과일 찹쌀떡' 만드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말하는 게 진정성이 느껴져 바로 직원으로 채용하고 일을 시켰어요. 그리고 소원대로 틈틈이 찹쌀떡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줬어요. 눈치도 빠르고 머리가 좋아서 금세 배우더라고요."

    가게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안씨는 2호점을 낼 계획을 세웠다. 이때 직원으로 일하던 김OO씨가 자신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냈다. 당시 '딸기 찹쌀떡' 등을 주메뉴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 중이었던 안씨는 마침 호흡이 잘 맞았던 김씨와 손을 맞잡기로 하고, 그에게 명동 '별별스낵'의 매장 관리와 판매 등을 맡겼다.

    "제가 '별별스낵'을 시작할 때 1억 정도가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김씨가 지분 49%를 취득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동업계약서를 쓰고 우선 계약금조로 2천만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2013년 6월 초 SBS '생활의 달인' 제작진 측에서 안씨의 가게를 취재하고 싶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이미 김씨가 프로그램 담당 피디와 얘기를 끝낸 상태였다. 안씨는 콘셉트를 들어보고 단박에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이튿날 제작진이 다짜고짜 가게로 찾아와 촬영을 허락해 달라는 생떼를 부렸다.

    하는 수 없이 안씨는 있는 그대로만 찍어달라며 촬영을 허락했는데, 며칠 뒤 전파를 탄 방송엔 김씨가 (안씨가 아닌)일본의 한 장인에게서 찹쌀떡 제조 비법을 배워와 '청년 달인'으로 성공했다는 엉뚱한 얘기들이 담겨 있었다.

    "편집본을 보니 김씨가 '과일 찹쌀떡' 기술자가 됐더군요. 기가 막혔죠. 제가 직접 과일 찹쌀떡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일본 장인이라니요?"

    안씨는 곧장 SBS 사옥으로 찾아가 담당 피디에게 허위 사실을 내보냈다고 격렬히 항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면 고소하라'는 말 뿐이었다.

    "'생활의 달인'에 한 번 나오고 김씨의 태도가 확 바뀌었어요. 마치 주인처럼 행세를 하고…. 코가 높아진 거죠. 제가 원조 기술자이고, 김씨를 직원으로 받아 주고, 기술까지 알려준 장본인인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거예요. 그리고 가게에 매출 누락 사건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그동안 김씨에게 '이찌고야'로 상호를 바꾼 명동점의 매장 관리를 맡기고 자신은 2호점 오픈에 주력해 왔는데, 김씨가 영업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매출금까지 일부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안씨는 김씨와 주먹다짐까지 하는 큰 싸움을 벌이게 됐다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정말 크게 다툰 적이 있는데요. 당시 자리에 있던 제 지인들이 겨우 뜯어말렸습니다. 그리고 흥분해 있는 저를 대신해 김씨를 만나 앞으로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싸워서야 되겠느냐고 교통 정리를 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지인들을 통해 '그냥 명동점에서 착실히 일을 하든지, 아니면 지분을 다 반납하고 관계를 정리하든지 선택하라'고 말을 했어요."

    그걸로 끝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간 김씨는 다시는 안씨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안씨가 자신의 기술을 빼앗고 내몰아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다"는 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안씨가 자신의 독보적인 기술과 아이템을 뺏을 요량으로 접근해 대기업과 손을 잡고 몰래 체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당시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온 "갑의 횡포, 딸기 찹쌀떡의 눈물"이란 김씨의 글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나아가 국회 앞 '1인 시위' 등으로 김씨의 사연이 화제선상에 오르자,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남양유업 사태로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던 터라, 대기업과 손을 맞잡은 사기꾼(?)에게 원천 기술 빼앗기고 거리로 내몰린 청년 사업자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013년 7월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선 대기업을 운영하는 안씨의 친구로부터 협박 당해 투자금 4,500만원도 돌려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쫓겼다는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은 물론, 김씨에게 과일 찹쌀떡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는 일본 장인의 인터뷰까지 공개됐다.

    "방송 다음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게를 오픈하고 딸기 찹쌀떡을 팔고 있는데 어떤 분이 침을 뱉고 가시더라고요. 수근대면서 가게 앞으로 지나가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얼굴을 들고 가게 운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왜 이런 누명을 쓰고 살아야 합니까. 제 기술을 빼앗아간 건 바로 저 친구인데, MBC 방송 때문에 거꾸로 제가 모든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만 했습니다."

  •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으로 사기꾼 사업가란 오명을 뒤집어쓴 안홍성씨는 모든 오해와 누명이 풀린 지금도 '고시원'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조광형 기자
    ▲ MBC '시사매거진 2580'의 갑질 방송으로 사기꾼 사업가란 오명을 뒤집어쓴 안홍성씨는 모든 오해와 누명이 풀린 지금도 '고시원'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조광형 기자
    안씨는 "당초 김씨는 4,500만원을 투자금으로 내기로 했는데 3,900만원 밖에 입금하지 않았다"며 "'생활의 달인' 이후 김씨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3,900만원에 1천만원을 더 얹어서 돌려주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이를 거부한 건 김씨 자신이었다"고 밝혔다.

    "만약 그때 김씨가 잘못을 뉘우치고 착실히 일해보겠다고 말했으면 다시 받아줄 생각이었어요. 정 싫으면 지분을 털어버리고 관계를 정리하자고 말했죠. 그런데 김씨는 다 싫다는 거예요. 나중엔 연락도 안받고…, 돈을 돌려줄 방법이 없었죠. 나중에 김씨의 계좌번호를 발견해 3,900만원 전액을 돌려줬어요."


    안씨는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등장한 일본 장인은 사실 과일 찹쌀떡 기술자가 아니라 '고사리 떡' 전문가였다"며 "김씨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수차례 일본 장인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장인으로 지목된 분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자신의 SNS에 저를 비방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올린 내용을 모조리 캡처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요? 당연히 김씨가 패소했죠. 김씨는 공연히 저에 대한 허위사실을 늘어놔 제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이 인정돼 2014년 4월 14일 벌금 1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2015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해 벌금 200만원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안씨는 "두 차례 형사소송을 통해 김씨가 일본 장인으로부터 과일 찹쌀떡 제조 방법이나 기술을 전수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음에도 불구, 김씨는 적반하장 격으로 저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며 "재판 결과, 김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안씨는 "반성할줄 모르는 김씨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끝끝내 인정하지 않는 MBC의 고압적 태도도 문제"라며 "'장인'으로 소개된 일본 파티쉐의 증언 등을 통해 김씨의 모든 주장이 허위로 드러났는데, 김씨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한 MBC는 여전히 사과나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시사매거진 방송 이후 세상을 하직할 마음까지 먹었습니다. 가까스로 한 지인의 도움으로 마음을 돌이켰습니다만, 당시 저는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받았고, 경제적으로는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언론중재위에 MBC의 사과를 바란다고 제소를 했지만 고압적인 태도는 여전했습니다. 중재위원의 설득으로, 겨우 다른 MBC 방송을 통해 저의 입장과 해명을 내보내는 것으로 합의를 봤는데요. 지금까지 사과 방송은 물론, 저의 억울함을 알리는 그 어떠한 방송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안씨는 "지난해 최승호 사장이 선임된 이후 당시 프로그램의 잘못된 점을 살펴봐달라는 감사 요청서를 두 차례나 보내고, 감사국에 직접 전화까지 걸었는데, 지금은 제 번호를 차단했는지 '다음에 걸어달라'는 자동응답 목소리만 들린다"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