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까지 와서 올림픽만 보고 가면 섭하지…'안나 카레니나', '허난설헌-수월경화' 공연
  • 국립발레단이 올해 신작으로 팜므파탈의 상징과도 같은 여인 '마타하리'의 삶을 무대 위에 재현한다.

    강수진(51)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마타하리가 스파이로 잘 알려졌지만 새로운 자료들을 보면 무용수로서의 꿈을 가졌다. 그 점에 무게를 두고 기구한 한 여인의 인생을 개성 있는 안무로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타 하리(1876~1917)는 실존 인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사교계를 뒤흔든 여인이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를 오가며 스파이로 활동한 그녀는 당대의 각국 유력인사들과 염문을 뿌리다 결국 이중첩자로 몰려 총살형으로 생을 마감했다. 

    10월 31일~11월 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6회 공연될 '마타하리'는 서사와 감정에 치중한 드라마 발레다. 이탈리아 출신 레나토 자넬라(57)가 199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발표한 작품을 국립발레단을 위해 새롭게 안무해 선보일 예정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은 강수진 예술감독이 몸 담았던 곳이다. 1986년 동양인 최초 단원으로 입단해 1997년부터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다. 당시 '마타하리'에서 주역으로 출연해 뛰어난 기량과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여 년 전의 '마타하리'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무대 세트, 의상, 안무 등 모든 것이 달라진다. 자넬라가 지난해 연말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했는데,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며 빨리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 국립발레단은 '안나 카레니나'(2.11~12), '허난설헌-수월경화'(2.27)를 강릉올림픽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다. 공연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진행한 평창 문화올림픽 프로그램 '평창, 문화를 더하다'의 일환이다. 2013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된 강수진 감독은 지난해 11월 '안나 카레니나'를 아시아 초연했다.

    '안네 카레니나'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소설을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이 2014년 발레로 재창조했다.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의 위선과 가식에 맞서는 귀부인 안나와 젊은 백작 브론스키의 비극적인 사랑을 라흐마니노프의 음악과 함께 담아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세계인들이 모이는 축제인 만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힌바 있는 강 감독은 "첫날 '안나 카레니나' 공연이 15분 만에 매진됐다. 스포츠와 문화예술은 국경을 초월해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동안 평화로운 올림픽과 그런 마음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 감독은 2014년부터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클래식부터 네오클래식, 모던발레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레퍼토리를 확보하고 공연 횟수의 확대, 군부대 발레교실 운영 등을 통해 발레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또 무용수들의 잠재적인 안무 능력을 발굴해 이들이 차세대 안무가가 될 수 있도록 지원·육성하는 케이엔비(KNB) 무브먼트 시리즈 운영 등 신인 안무가 발굴과 단원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강 감독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면서 단원들의 실력은 퍼스트 클래스"라고 자평하면서, 민간 단체와의 협업에 대해 "제 바람은 죽기 전에 발레 전용극장이 생기는 것이다. 집이 있어야 많은 것들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만들어질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사진=국립발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