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신호감청 및 해킹·정찰위성 감시로도 北내부 기밀 파악 어려워
  • ▲ 美NBC뉴스는 "800억 달러의 정찰자산을 가진 미국이 北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며 전현직 정보요원들의 설명을 전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NBC뉴스는 "800억 달러의 정찰자산을 가진 미국이 北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이유는 이렇다"며 전현직 정보요원들의 설명을 전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북한이 지난 29일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할 당시 미국은 몇 시간 전에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美NBC뉴스는 “800억 달러(한화 약 90조 원)의 정찰자산을 보유한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이처럼 뒤늦게 파악한 이유는 대북첩보수집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美NBC뉴스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왜 북한은 미국이 첩보활동을 펴기 어려운 걸까’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대북첩보수집이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美NBC뉴스는 “북한의 깡패정권은 예상 밖의 행동으로 미국을 놀라게 하는 데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핵 탄도미사일 기술을 급속히 개발하면서 미국을 놀라게 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美과학자에 의해 공개된 것이나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한 뒤에도 이틀이 지나서야 외부 세계가 파악한 것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美NBC뉴스는 “외부 세계와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이 모두 차단돼 있는, 치명적인 경찰국가인 북한은 美정보기관에게 북한은 최악의 첩보수집 대상”이라는 전직 정보기관 요원의 지적과 함께 지난 5월 댄 코츠 美국가정보장(DNI)이 의회에 출석해 대북첩보수집의 어려움을 토로한 사실도 곁들였다.

    美NBC뉴스에 따르면, 전현직 美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대북첩보수집이 어려운 이유가 세 가지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美첩보요원들이 북한에 침투할 수 없다는 점(HUMINT), 두 번째는 북한 당국이 인터넷과 전화 등 외부세계와의 통신망을 완전히 차단해 놓고 있다는 점(SIGINT), 세 번째는 북한의 우수한 군사기지 위장술과 위장전술(MASINT)이라고 한다.

    美정보기관들이 꼽는 ‘휴민트 문제(사람 문제)’는 일단 북한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첩보요원이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美정보기관이 원하는 기밀정보를 얻으려 해도 모든 권력이 김정은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쏠려 있는 북한에서는 제대로 활동이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한다. 북한에는 美대사관도 없고 미국 기업도 진출하지 않은 상태여서 첩보요원을 투입할 경로가 없다는 점 또한 문제다. 동맹국인 한국 첩보요원들 또한 북한 사람들과 말투나 행동이 다르고, 만약 섣불리 기밀정보에 접근하려고 하면 당장 의심을 사서 적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美정보기관이 보는 ‘시긴트 문제(인터넷 문제)’는 세계 강대국들이 집중하고 있는, 해킹을 통한 첩보수집이 북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외부세계와의 인터넷 망은 물론 일반 통신망까지 철저히 차단하고 감시하고 있는데다 통신은 대부분 암호화가 돼 있어 해킹은커녕 신호감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美정보기관이 보는 ‘매신트 문제(영상 문제)’는 북한이 주요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철저히 위장해 놓고 있는데다 산악지형이 많아, 정찰위성으로 북한군을 감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하게 만든 북한군의 땅굴과 지하시설은 정찰위성으로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한다.

    美NBC와 군사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을 설명하며 美정보기관들이 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동향을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했는지를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몇 시간 전에 이미 동향을 파악했다는 점이 부러울 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야 그 사실을 각 정부부처에 전달했을 뿐 국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국내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빨리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파악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美정보기관의 자산이 없었다면 파악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핵폭탄을 탑재한 북한 탄도미사일이 한국을 향했다면 주요 대도시와 군사시설이 사라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전송하는 꼴이 될 게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