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속출' 흥겨운 분위기의 이면, 자원봉사자들도 끝내 한숨
  • ▲ 26일 재개장한 뚝섬 나눔장터. ⓒ뉴데일리
    ▲ 26일 재개장한 뚝섬 나눔장터. ⓒ뉴데일리

     

    중고 물품 속에서 숨겨진 보배를 찾을 수 있는 기회, 서울시가 운영하는 '나눔장터'가 무더운 여름철 휴장을 마치고 26일 재개장했다. 늦여름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이날 본지 기자가 청담대교 아래 '뚝섬 나눔장터'를 찾았다.

    개장 시간 오전 11시, 기자는 7호선 뚝섬 유원지 역에 내려 장터에 들어섰다. 왁자지껄 시장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판매자들은 큼지막한 캐리어를 끌고 와 판매물품을 돗자리에 풀었다. A·B·C·D 총 4구역, 400여 판매석으로 구성된 장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판매자로 참여한 신OO(27) 씨는 처음 참여해보는 장터에 신이 나 있었다. 그는 "장터에서 물건을 팔아보는 것은 처음인데 모두 백화점에서 산 옷이며, 2,000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곧 유학 가기 때문에 자신이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얼굴에 미소를 띤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참가자들을 친절히 안내했다. 봉사자들은 연녹색 앞치마를 입고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판매자 등록, 자리 안내, 판매 물품 단속, 질서 유지, 의무실 운영 등을 맡았다. 이들은 장터가 진행되는 5시간 내내 판매자들과 함께하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 ▲ 뚝섬 나눔장터에서 국어사전을 구매한 본지 기자. ⓒ뉴데일리
    ▲ 뚝섬 나눔장터에서 국어사전을 구매한 본지 기자. ⓒ뉴데일리

     

    흥겨운 분위기에 기자도 장터에 나온 물품을 구매해보기 위해 장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눈에 들어온 물건은 국어사전. 보도에 보다 힘을 쏟기 위해 냉큼 한권을 구매했다. 무엇보다도 1,000페이지가 넘는 사전이 단돈 1,000원이라는 것에 끌렸다.

    저렴한 가격에 끌린 건 본지 기자만이 아니었다. 뚝섬 바로 앞 자양동 아파에 사는 김OO(46) 씨는 "주말을 맞아 한강에서 운동을 하다 잠시 장터에 들렸다"고 했다. 김 씨의 손엔 한 보따리 짐이 들려 있었다. 장터 이용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다양한 종류 의 물건도 있고 값이 저렴해서 무작정 구매했다"고 귀띔했다.

    ▽ 참가자들의 불만과 해결해야 할 과제

    나눔장터 인터넷 페이지에 올라온 불만사항은 다양하다. 폐장시간 방치된 쓰레기 문제, 자리 배정 불만, 흡연자 문제, 장애인이 이용의 불편함, 분실물, 일부 판매자가 취지와는 다른 물건을 팔아 장터의 본질을 흐린다는 불만사항이 접수됐다.

    나눔장터 D·E구역 가장자리, 그늘진 자리를 얻지 못한 참가자들은 자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놨다. 8월 말,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정오시간에는 아직 햇볕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불만을 접수한 주최 측은 "일사병 열사병 들의 폭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다"는 안내방송을 하기도 했다.

    새 배설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청담대교 교각에는 다양한 새들이 둥지를 틀었고 이따금씩 배설물이 떨어졌다. 특히 B구역 중심부 바닥에는 햐얀 배설물이 곧곧에 눈에 띄었다. 의류를 판매한 김OO(23) 씨는 "새똥에 맞을까 겁난다"고 했다.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리는 남대문 재래시장을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하듯 이곳 역시 '장애인 취약 지대'였다. 주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 이곳을 방문한 시민은 약 1,500여 명이었다. 이 인파가 영동대교 아래 마련된 장터에 몰린 탓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 ▲ 뚝섬 나눔장터에서 새 제품이 판매되는 모습  ⓒ 뉴데일리 DB
    ▲ 뚝섬 나눔장터에서 새 제품이 판매되는 모습 ⓒ 뉴데일리 DB

     

    ▽ 진정한 '나눔' 위해서는 높은 시민의식 필요

    서울시가 목표한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높은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나눔장터에는 그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행사 중간중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몇몇 참가자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시민이 남긴 자취는 장터 곳곳에 남았다.

    나눔장터 인터넷 페이지에 몇몇 불만이 언급하듯 실제로 생계형 장사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새 인형, 새 장난감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다. 일반적인 완구점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인기의 비결은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상품이죠".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은 판매자에게 인기 비결을 물은 것에 대한 답이다. "상표를 뜯지 않았다고 홍보하고, 깔끔하게 진열해야 해요, 물론 싸게 팔아죠". 하지만 규정상 새 재품은 판매 금지 품목이다.

    한강공원으로 연결되는 지하도에는 불법 중고 판매상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장터를 나오며 '8만원' 가격표가 붙어있던 자전거가 팔렸냐고 물어보니 "당연 먼저 팔렸지..."라고 한다. 이들은 불법으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가 허가한 장터 지역에서의 판매자가 되기 위해서는 행사 1주일 전 추첨을 거쳐야 한다. 지정 구역 외 판매는 불법으로 단속한다. 이들은 엄연한 불법 행위를 하고 있었다.

     

  • ▲ 뚝섬 한강공원 진입로 상의 불법 노점상  ⓒ 뉴데일리 DB
    ▲ 뚝섬 한강공원 진입로 상의 불법 노점상 ⓒ 뉴데일리 DB

     

    이날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한 대학생은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 시민들이 있어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캠핑 행거'와 같은 큰 진열대나 천막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몇 번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지적 사항을 듣지 않았다.

    화장실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장터가 열리는 서울시 한강시민공원은 전구역이 금연구역이다. 자원봉사자가 수시로 돌아다니며 관리할 뿐 아니라 수많은 참가자의 눈이 흡연을 감시했지만 화장실은 사각지역이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화장실 이용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왔다.

    '쓰레기 방치'도 문제였다. 주최 측에서는 장터가 마무리되기 한 시간 전부터 "이곳을 지역 주민들의 쉼터로 돌려주기 위해 쓰레기는 가지고 돌아가길 바라며, 깔끔한 뒤처리를 부탁한다"는 안내방송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는 장터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결국 자원봉사자들이 휴지를 주웠다.

    지난 1일자 본지 기사 <쓰레기 넘치는 한강공원, 서울시 특별대책 어디갔나>가 지적하는 것처럼 쓰레기 문제는 한강공원의 고질적인 문제다. 올 봄 서울시가 '질서확립대책'으로 휴지통을 600여개에서 750개로 늘렸지만 여전히 공원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특히 배달음식 업체가 뿌린 전단지는 바람을 타고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 ▲ 나눔장터가 종료될 무렵 방치된 쓰레기 ⓒ 뉴데일리 DB
    ▲ 나눔장터가 종료될 무렵 방치된 쓰레기 ⓒ 뉴데일리 DB



    ▽ 나눔장터는 이런 곳

    2017년 하반기 나눔장터가 26일 개장했다. 뚝섬 나눔장터는 10월 29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열린다. 장소는 뚝섬유원지역 2, 3번 출구 앞 한강 뚝섬유원지 광장이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참가 신청은 행사 2주 전부터 1주일간 나눔장터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신청은 시민 누구나 가능하며, 판매자는 사전 신청 후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추첨 결과는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문자로도 통보된다.

    나눔장터의 규정 '참가자의 약속'에 따르면 판매 참가자는 수익금의 10% 이상을 자율기부 해야한다. 서울시는 작년 4,13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부금을 방학 중 급식 지원, 도서관 프로그램 지원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장터에서는 폐건전지 수거 활성화를 위한 행사도 열린다. 사용이 다한 건전지 10개를 모아오면 새 건전지 1개로 교환해준다. 새 건전지는 1인당 10개까지 받을 수 있다.

    장터에서 모든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매 금지 품목은 새물품, 재고상품, 동일 품목, 음식물, 화장품, 수공예품, 재활용 제작품, 성인물, 불법복제, 위변조제품, 상업용 고가 물건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