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당협위원장 표심 유동적… 한 자리에 모여 사실상 유세전 '후끈'정병국, 원외당협위원장 겨냥 6대 공약 꼼꼼히 담은 문건 배포하기도
  •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이 총출동했다. △지구당 부활 △시도당~최고위 연석회의 △상향식 시스템공천 확립 △원외 섀도캐비닛 구성 등 다양한 공약도 제시됐다.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8·9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당권 주자들이 모두 모여 끝까지 자리를 지켜 관심을 끌었다. 새누리당의 당권 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을)이 행사장에도 가장 먼저 도착해 입구에 서서 도착하는 당협위원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한선교 의원(4선·경기 용인병)도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도착했다. 한선교 의원은 당권 주자인데도 유일하게 맨 앞줄을 사양하고 두 번째 줄에 자리했다.

    이후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 이주영(5선·경남 마산합포), 이정현(3선·전남 순천) 의원의 순서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을 선언한 강석호 의원(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도 자리를 지켰다.

  •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모인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현·정병국·(사이 이성헌 전 의원)·이주영·김용태·강석호·한선교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모인 새누리당 당권 주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현·정병국·(사이 이성헌 전 의원)·이주영·김용태·강석호·한선교 의원.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유세전 방불케 한 '인사말'… 표심 잡기 경쟁 '후끈'

    행사장 가장 앞줄에 정병국·김용태·이주영·강석호·이정현 의원의 순서로 자리한 당권 주자들은 발제와 자유토론 시간 동안 발언하는 내용들을 메모하고 꼼꼼히 경청했다. 유일하게 둘째 줄에 자리한 한선교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2시간 여에 걸친 발제와 자유토론을 모두 경청한 당권 주자들은 비로소 주어진 인사말 기회를 통해 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을 사로잡으려 애썼다. 식순만 '인사말'일 뿐 사실상 당대표 유세를 방불케 하는 높은 톤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처럼 당권 주자들이 당협위원장들의 모임에 공을 들인 것은 현역 국회의원들과는 달리 원외당협위원장들의 표심이 유동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원내대표 경선이나 의총 등 몇 차례의 세(勢) 대결을 통해 이미 계파 색이 뚜렷해졌다. '줄 서기'도 어느 정도 끝났다고 봐야 한다. 표심이 정리된 것이다.

    반면 당협위원장들은 4·13 총선을 전후해 공천 여부와 당선·낙선이 엇갈리면서 여러모로 변동이 심해졌다. 당연히 계파 색이나 표심을 종잡기가 어렵다. 특히 원내에서는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계가 촉발한 '공천 파동' 때문에 자신이 낙선했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표심이 오는 8·9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로 관측되는 이유다.

  •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11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구당 부활을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11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지구당 부활을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주영 "지구당 부활시켜 법적 위상 부여하겠다"

    당권 주자 중 최다선(5선)이자 최연장자인 이주영 의원은 현행 당원협의회의 지위를 예전의 지구당으로 되돌려, 법적인 근거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주영 의원은 "나도 선거에 7번 출마해 5선 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낙선 설움을 겪었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원외위원장들과 똑같은 심정으로 지내오면서 원외위원장의 위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공감대를 형성하려 시도했다.

    이어 "원외위원장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위상이 없다"며 "이게 무슨 정당의 지역구 위원장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지구당은 과거 '돈 먹는 하마'라고 해서 폐지했지만, 이제는 선거에 그렇게 돈을 써가면서 하는 시대가 아니지 않느냐"며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지구당의 부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좌중에서는 "옳소!"라는 추임새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시도당~최고위 연석회의의 주 1회 개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시도당~최고위 연석회의의 주 1회 개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정병국, 원외당협위원장 공약 꼼꼼히 담은 문건 배포

    같은 5선의 정병국 의원이 두 번째로 나섰다. 정병국 의원은 시·도당~최고위의 연석회의를 통해 원외당협위원장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병국 의원은 먼저 "4·13 총선이 끝난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패배의 원인조차 진단해내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가는 이 정당이 여러분들 보기에 얼마나 답답하겠느냐"며 "당에서 백서를 만들어놓고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인지, 두려워 주저하는 것인지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를 못하겠다"고 친박(親朴)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화두에 올렸다.

    그러면서 "원외당협위원장을 중심으로 당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시도당~최고위 연석회의를 현장에서 열어서, 원외위원장들이 가지고 있는 지역 현안을 여러분들과 함께 풀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병국 의원은 '당원이 중심된 '수평정당 시대' 정병국이 원외당협위원장과 함께 열겠다'는 내용의 공약사항이 담긴 A4 문서를 당협위원장들에게 배포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비박(非朴)계의 단일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준비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상향식 공천으로 4년 동안 관리한 지역구를 억울하게 넘겨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상향식 공천으로 4년 동안 관리한 지역구를 억울하게 넘겨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한선교 "자식·아내 고생한 지역구 넘겨주는 일 없도록"

    뒤이어 등단한 4선의 한선교 의원은 "듣는 자리인 줄 알았더니 이주영 선배부터 정병국 후보까지 톤이 높아지는 걸 보고 '준비를 안해와서 큰일났다' 싶었다"고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선교 의원은 "예전 친박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원외당협위원장 선배가 세 번 지구당위원장을 했는데 항상 '낙하산'이 떨어져서 한 번도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상향식 공천을 해서 10년 넘게 닦아놓은 지역 기반을 발휘해 정말로 갖고 싶었던 새누리당 ○○ 지역구 후보를 갖게 되니, 이게 그렇게 자랑스럽고 잠이 오지 않더란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내가 당대표가 된다면 전략공천이 아니라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정말 억울하게 공천 탈락을 해서 자식도 고생하고 아내도 고생한 지역구를 남에게 넘겨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말문을 열면서 "준비를 안해와서 큰일"이라고 너스레를 떨긴 했지만, 한선교 의원의 '상향식 공천' 약속이 이 자리에 있던 위원장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후문이다. 원외당협위원장이라면 누구나 다음 총선까지 4년 동안 열심히 지역 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중앙당에서 누군가를 내리꽂거나 비례대표에게 지역구를 빼앗기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갖기 때문이다.

    한선교 의원도 이 점을 의식한 듯 "무리한 공천이 있었고, 공관위의 만행이 있었던 모든 것들이 우리 출마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며 "상향식 공천 때문에 총선에서 졌다고는 요만큼도 생각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이 되면 원내외 연석회의를 자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이 되면 원내외 연석회의를 자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강석호 "3선이지만 6번 선거… 여러분 심정 잘 안다"

    3선 의원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강석호 의원은 "비록 3선이지만 6번째 선거였다"며 "하늘에서 뚝 떨어져 국회의원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원외당협위원장들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강석호 의원은 "91년 포항시의원으로 출발해서 95년 경북도의원을 거쳐 2000년에 국회의원에 낙선했다"며 "2008년에야 아버님 지역인 영덕·울진·영양·봉화로 옮겨 비로소 3선 의원을 하게 됐다"고 자신의 '풀뿌리 정치 경력'을 담담하게 읊었다.

    아울러 "여러분들의 심정을 나도 아픈 기억이 있어 잘 알고 있다"며 "최고위원이 되면 원내외 연석회의를 자주 가져서 여러분들 편에 서서 일하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섀도 캐비닛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외당협위원장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섀도 캐비닛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정현 "21년째 되는 해에 지역구에서 당선"

    전국 순회 '배낭 토크' 도중 이 자리에 참석한 3선의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서 23년간 새누리당과 새누리당의 전신 정당에서 출마했다"며 "21년째 되는 해에 지역구에서 당선됐고, 23년 동안 두 번 지역구에서 당선됐다"고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자신의 원외당협위원장 경력을 밝혔다.

    그러면서 좌중의 당협위원장들을 향해 "말만 원외위원장이지, 전직 의원에 전직 장관… 굉장히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라고 지칭하며 "당선이 안 돼서 지금 여기에 있을 뿐, 당선됐더라면 원내에 들어와있는 분들에게 뒤지지 않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추어올렸다.

    나아가 "순전히 원외위원장들로만 섀도 캐비닛(집권했을 경우 총리·장관 등을 맡을 예비각료명단)을 만들고 싶다"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해서 실질적으로 대선을 준비하고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외당협위원장도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원외당협위원장도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 분위기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김용태 "혁신위원장 했으면 1호로 낙선자대회 하고 싶었는데"

    가장 젊은 3선의 김용태 의원은 "내가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하고 (행사장에도) 가장 먼저 왔는데 나이 때문에 가장 늦게 한다"며 농담으로 말을 풀어냈다.

    김용태 의원은 "사실 혁신위원장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1호 사업으로 낙선자대회를 하고 싶었는데, 그 때 못해서 죄송하고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며 "변화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 노릇을 한 번 열심히 해보겠다"고 읍소했다.

    이어 "서울시당에서 시당위원장을 당대회를 통해서 뽑기로 했다"며 "통상 시도당위원장은 현역 중에서 호선하는 걸 감안할 때 큰 변화"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회의에 참석했던 구청장이 간만에 우리 새누리당 회의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해서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며 "우리 새누리당에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퍼져나갔으면 좋겠다"고, 현역 국회의원 우선의 관례에서 벗어나 원외당협위원장도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