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후 헌재 결정 원색적 비난..“변협 변질됐다” 비판 목소리 커져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김선수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박한철 헌재 소장의 판결 주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김선수 변호사가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박한철 헌재 소장의 판결 주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가 구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사건 변론을 주도한 김선수 변호사(53·사법연수원 17기)를 대법관 후보로 공식 추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조계와 시민사회 내부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협은 “대법원의 보수화를 막고, 국민의 다양한 이해를 판결에 담아내기 위해”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를 새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선수 변호사의 과거 이력과 편향적 행적을 이유로, 대법관 후보로서의 자질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일부 변호사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변협의 김선수 변호사 대법관 후보 추천에 반대하는 성명을 준비하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으로 강재현 변호사(56·사법연수원 16기)와 김선수 변호사(55·17기)를 공개 추천했다. 대한변협은 성명서에서, 현재의 대법관 구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변협은 “대법원은 보수화됐으며,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판결에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관 출신이 아닌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가 대법관에 임명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변협은 그동안 서울변호사회의 의견을 반영해 대법관 후보를 추천해 왔지만, 이번처럼 공개추천이란 형식을 취한 경우는 별로 없다. 변협의 성명 발표에 호응이라도 하듯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김선수 변호사를 대한변협에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사실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했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근래 보기 드문 여론전을 벌이는 속내에 대해, 재야 법조가 대법원을 압박하는데 대법관 후보 추천권을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추진한 단기 경력법관 임용이, 재야 법조와 사법부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이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에 대한 법관 임용을 강행하면서,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를 중심으로 변호사업계가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야 법조는 그동안 법관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법원 구성에 불만을 가져왔다. 일부 학자나 검찰 출신이 대법관에 임명됐으나, 그 수나 비중을 볼 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지적이다.

    재조(在朝) 경험이 없는 순수 변호사 출신들은 이런 사법부의 현실을 ‘순혈주의’라고 신랄하게 비난해왔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유로, 순수 변호사 혹은 학자 출신의 대법관 임명을 강조했다.

    대한변협이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공개 추천하면서 발표한 성명에는, 현재의 대법원에 대한 재야 변호사들의 불만이 담겨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대한변협의 대법관 후보 추천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김선수 변호사는, 좌파 법조계를 대표하는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2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수재이면서, 법원이나 검찰로 가지 않고 처음부터 변호사의 길을 걸은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노동법 전문 변호사이자 속칭 인권변호사이기도 하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한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김선수 변호사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변호인단이 대심판정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한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김선수 변호사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변호인단이 대심판정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그의 이력이나 행적이 뚜렷한 좌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평생을 ‘노동·인권변호사’라는 타이틀 안에서 살아온 그의 법조 이력 대부분은,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성을 띠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심판에서 통합진보당의 변론을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소송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그는, 16명의 변호사들을 이끌고, 통진당의 해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가 좌파 변호사들의 결집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멤버이고, 민변의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을 지낸 사실도, 그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왼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교조 해직교사들의 해고 무효 사건 변호인으로, 최근 노조로서의 지위를 잃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의 변호인으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의 변호인으로 그가 걸어온 법조인으로의 이력 역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기울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법조계와 시민사회가 김선수 변호사에 대한 대법관 후보 추천에 반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대법원 구성의 획일화나 순혈주의 해소를 진심으로 바랐다면, 순수 재야 출신 변호사 가운데, 업계의 고른 신망과 지지를 얻는 균형 잡힌 인사를 천거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만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대법관 후보 추천이 명분과 설득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법관 후보를 물색하고 추천했다면, 이례적인 공개 추천과 같은 언론플레이를 벌이지 않더라도 재야는 물론 재조법조계의 지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변협과 서울변호사회가 고른 인물은 좌파 법조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런 선택은 자연스럽게 보수우파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반발과 갈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는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결정이 그만큼 경솔했다는 말이 된다. 반대로 갈등이나 반발을 예상했다면, ‘나와 다른 목소리는 무시해도 좋다’는 독선 혹은 편협한 선민의식에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지도부가 매몰돼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김선수 변호사에 대한 대법관 후보 추천은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변협이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밝힌 이유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협은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판결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보수화된 법관 출신이 아닌 순수 재야 변호사의 발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획일성보다는 다원성이 중시되고 있는데, 법원이 이런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국민의 법의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고 있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문제는 법원이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사회적 가치를 판결에 남아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이 시대적 변화를 한 발 늦게 따라가는 현실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성문법 체제인 대륙법계 국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로, 법관 개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역설적으로 시대의 변화를 반 발자국 정도 뒤에서 따라가는 법원의 태도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있어 오히려 유리한 측면도 있다.

    변협은 대법원이 대부분 법관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보수화됐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나 가치관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변협의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변협의 주장대로,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들이 국민의 다양한 이해나 가치관을 보호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법원의 보수화를 막기 위한 변협의 선택이, ‘민변 회장 출신-통진당 해산심판 변호인’이라는 사실은, 변협이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가져다 붙인 각종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김선수 변호사에 대한 변협의 대법관 후보 추천과 관련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하나 더 있다. 이른바 ‘튀는 판결’의 문제다.

    변협은, 현재의 대법원이 국민의 다양한 이해나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는데 실패했다고 단언하지만, 변협의 이런 주장은 편협한 단견이다.

    법원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이보다 앞서 ‘법정 안정성’을 지켜내야만 한다. ‘법적 안정성’이 붕괴된 상태에서의 법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같은 심급의 서로 다른 지방법원에서 각각 상이한 판결이 나오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1심과 2심이 엇갈리는 판단을 내리는 경우는 더욱 흔하다. 바로 이런 경우, 그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이 상고심의 역할이다.

    ‘구체적 타당성’보다 앞서는 법의 이념이 바로 ‘법적 안정성’이며, 대법원은 바로 이 대원칙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따라서 대법관은 그 무엇보다 법리에 정통해야만 한다. 오랫동안의 재판경험을 통해, 변협이 말한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관련된 사실관계도 풍부하게 접해봐야만 한다.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은 필수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됐을 때 비로소 법원은, 법의 3가지 이념인 ‘법적 안정성’, ‘법의 합목적성’, ‘구체적 타당성’을 법정에서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발표한 변협의 성명에서, ‘법적 안정성’ 확보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와 가치관’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법리를 오해한 튀는 판결’이 마치 시대의 변화를 수용한 현명한 판단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

    변협이 추천한 김선수 변호사가 노동법 전문 변호사라는 점도, 대법관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 2013년 10월 24일,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이 김선수 변호사 등 전교조 법률지원단과 함께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과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2013년 10월 24일,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이 김선수 변호사 등 전교조 법률지원단과 함께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과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기 위해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김선수 변호사가 맡은 주요 사건들을 보면 노동관계 현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선수 변호사 주요 변론 사건

    ▲캐디노조 설립 신고 행정소송 ▲병원노련 합법성 쟁취 사건 ▲서울대병원 법정수당 소송 ▲ILO 공대위 전국노동자대회 사건 ▲IMF 위기 직후 채용 내정 취소 사건 ▲포항제철 퇴직금 사건 ▲공무원노조 창립대회 사건 ▲일제고사 거부 해직 교사 사건 ▲사무직 노조 설립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명단 공개 간접강제 사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후보매수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사건 등.


    법관은 민사, 가사, 상사를 포함한 사법(私法) 전 영역과 각종 행정사건과 형사 사건을 아우른 공법 관계를 두루 살피는 데 필요한, 정밀한 법리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노동관계법 전문 변호사의 대법관 후보 추천은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많다.

    김선수 변호사가 통진당 해산심판 당시 보여준 언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통진당 해산심판 변론을 주도한 김선수 변호사는, 지난해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대1의 압도적 의견으로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직후, 심경을 묻는 기자들 앞에서 헌재의 결정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한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김선수 변호사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변호인단이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을 명령한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김선수 변호사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변호인단이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당시 김선수 변호사는 “헌재가 국민의 민주적 역량을 불신했다. 헌재가 자기 존립의 근거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선수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 선고이자, 헌법재판소 자신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목청을 높였다.

    나아가 그는 “헌재가 정부의 종북공세에 편승했다”고 주장하면서, “주류사회와 다른 주장을 한다고 정당을 해산하는 건 독재이자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입담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 3류 정치인의 발언과 다를 것이 없다. 헌재의 판결이 잘못됐다면, 법리적으로 무엇이 그른지를 설명해야할 변호사가 할 말은 더욱 아니다.

    통진당 해산 직후 그가 쏟아낸 발언만 살펴보더라도,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변협의 결정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인 고영주 변호사(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는, 변협이 김선수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사실과 관련돼, “변협이 방향성을 잃은 것 같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변협이 정치색이 짙은 그런 후보를 추천해선 안 될 일이다. 변협이 완전히 민변의 입장에서 그렇게 한 건데, 변협이 변질돼도 너무 변질됐다. 불안 불안하다.”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은 김선수 변호사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2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뒤 1988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자마자 변호사로 개업했다. 고 조영래 변호사가 운영하던 남대문종합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일을 시작한 그는 이후 노동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대한변협 법제위원 및 이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노사정위원회 상무의원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검찰공안자문위원, 인권존중을 위한 수사제도관행개선위원,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 대통령비서실 사법개혁비서관 등을 맡는 등 정권과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민변 창립멤버로 민변 사무총장을 거쳐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민변 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