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켜주겠고 하면 끝? 유권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 ▲ 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왼쪽)가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의왕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왼쪽)가 박영선 원내대표와 함께 의왕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경필 후보의 승리라기보다 김진표 후보의 패배로 볼 수 있는 선거였다.

    [포퓰리즘-네거티브]로 요약되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 캠프의 핵심전략이 사실상 패배의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달 19일 관료 출신인 김진표 후보가 경기도 보육교사 7만명을 전부 공무원으로 전환시켜주겠다는 공약(公約)을 제시하자 지역정가에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내 경선 상대였던 김상곤 예비후보의 공짜버스 공약을 맹비난했던 김진표 후보가 어떻게 안면을 몰수하고 그와 비슷한 포퓰리즘 공약을 들고 나올 수 있냐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 그의 느닷없는 포퓰리즘 공약을 두고 불보듯 뻔한 반응이 속출했다.

    나아가 경기도민들 사이에선 “그럴 거면 북한처럼 전부 다 공무원을 시켜줘야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공무원 7만 양성설] 공약을 두고 현실성이 상당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쇄도했다.

    해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통계적으로 연간 2조원에서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기도의 일반회계 예산은 약 13조원 수준. 사실상 인건비로만 상당부분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표 후보는 중앙정부와 기초단체에 지출예산 분담을 요구하면 된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중앙정부와 기초단체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선을 위해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막무가내 공약(空約)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 공약 논란’ 이후 김진표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됐다.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의 격차가 무려 10%p 가까이 벌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 ▲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이미화 기자
    ▲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뒤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이미화 기자

     

     

    그러자 김진표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에 몰두했다. 심지어 TV토론회에선 통진당 백현종 후보와 손을 잡고 남경필 후보를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당시 남경필 후보는 계속되는 김진표 후보의 공세에 상당히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후보는 경복고 선후배 사이인데다 같은 교회를 다니고 있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6.4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통진당 백현종 후보는 돌연 사퇴를 선언하며 김진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각종 언론매체에선 “통진당과 민주당이 수년간 그래왔듯이 또 다시 정치적 야합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야권연대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김진표 후보는 0.8%p 차로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남경필 후보에게 패배했다.

    어찌보면 아쉬운 수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포퓰리즘-네거티브-야권연대 논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김진표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선거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6.4 지방선거 과정에 벌어진 세월호 참사가 새누리당에 악재(惡材)로 작용했음에도 유권자들이 남경필 후보를 택한 것을 보면 김진표 캠프의 핵심전략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에는 관심도 없이 그저 선동에만 휘둘리는 깡통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는 지났다.

    유권자들이 똑똑해졌다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김진표 후보 측은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