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안보실장, 국정원장에 바라는 것
     
     
 "34년간 법관 생활 동안 법정에서 거의 눈물을 보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청문회장에서 탈북자들이 끔찍한 경험을
무덤덤하게 증언하는 것을 들으면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탈북자 일부는 자기의 끔찍한 경험을 일상 얘기처럼
무덤덤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이는 홀로코스트 유대인
생존자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이클 커비(Kirby)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이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막상 한국의 조야(朝野)가 북한인권 상황에 무관심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5/22)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경질했다.
그렇다면 어떤 후임 안보팀을 새로 짤 것인가?
이에 대해 마이클 커비 위원장의 말은 적절한 대답을 하고 있는 셈이다.
차기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은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인사들로 임명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개인의 존엄이냐, 전체주의냐의 싸움이다.
이 둘은 한데 섞을 수 없다.
 3각형과 4각형을 하나로 합치시킬 수 있는가? 없다.
그래서 북은 자기들의 전체주의 ‘최고 존엄’을 위해 개인의 존엄을 압살한다.
이게 북한의 인권문제이고 한반도 문제의 본질이다.

어제 북한이 우리 해군함정 쪽을 향해 또 포격을 한 것도 그 압살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그 압살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게 커비 위원장의 술회였다.
 북한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체주의의 ‘개인 죽이기’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은 곧,
우리를 향한 전체주의의 ‘개인 죽이기’에 대해서도 자칫 ‘인식의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示唆)한다.
 
 ‘인식의 혼선’은 어떤 것인가? 우리가 북을 설득할 수 있다는 낙관이 대표적인 것이다.
북은 절대로 설득당하지 않는다. 그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에서나 남쪽을 향해서나 그들이 개인의 존엄을 죽이지 않기로 하는 그 순간,
전체주의 ‘최고존엄’의 조작된 아우라는 빛을 확 잃는다는 것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북을 ‘설득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정하는 것은
너무나 ‘야무진’ 꿈’이다.
 
 결국 우리로선 전쟁억지를 강력한 무장(武裝)으로 강제하는 가운데,
북한 전체주의 ‘최고존엄’의 ‘개인 죽이기’를 범(汎)지구적인 포위망으로 이슈 화(化) 해야 한다. 이게 우리 외교안보의 정신적, 실천적 가이드라인으로 설정돼야 한다.
외교안보의 관료주의 화(化)는 이 원론적인 가치를 흔히 잊거나, 경시하거나, 아예 방기, 배척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官)피아의 폐단을 외교안보의 관료주의 화(化)라는 분야까지
연장해서 바라보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의 출현을!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