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속 엎치락 뒤치락 "대통령에 빌려온 힘" VS "박심+유심=민심"
  • 15일 후보등록과 함께 6.4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했다.

    수도권 빅3 중 하나인 인천시장에는 유정복 전 안정행정부 장관이 새누리당 후보로,
    송영길 인천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각각 등록하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인천은 특히 두달 뒤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세월호 사태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지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인천은 서울과 경기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유정복 전 안행부 장관이 출마했다는 점에서
    정권심판론에 대한 여론의 응답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선거구로 꼽힌다.

     

  • ▲ 후보 등록한 인천시장 두 후보. 유정복 후보(왼쪽)과 송영길 후보(오른쪽) ⓒ 이미화 기자
    ▲ 후보 등록한 인천시장 두 후보. 유정복 후보(왼쪽)과 송영길 후보(오른쪽) ⓒ 이미화 기자


    # 측근 비리와 부채 그리고 세월호 여파

    송영길 후보는 최측근인 김효석 전 시장 비서실장이
    건설업체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1심에서 징역 7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5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유정복 후보는 송 시장의 측근 비리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유 후보는 이날 인천시청에서 가진 출마기자회견에서 "시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시가 오히려 부정부패로 얼룩져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정치적 동지이자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5억원을 뇌물로 받아서 구속되고, 고위공직자들도 뇌물, 불법도박으로 구속되어 있다."

    "또 시 예산을 불법적으로 활용해 송 시장의 재선을 위한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송 시장은 취임 2년만에 100명에 가까운 낙하산 인사를 실시해 인천시정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리고 부채와 부패로 얼룩진 시정 뿐만 아니라, 부실한 市政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전 비서실장인 측근의 비리에 대해 뼈 아프게 반성한다"며 "취임 초기 개혁을 하려는데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인사를 놓고 공격해 부당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재임 후반기부터는 무난하게 인사했다. 앞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부채 문제도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부채 문제는
    인천시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13조원에 달하는 부채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고민과 우려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송 시장은 오락가락한 행정으로 시민들을 혼란에 빠뜨렸고, 정상적으로 추진되던 사업들을 연기, 중단, 포기해 버렸다."

    "부채문제 해결을 주장하면서 시장이 되었으나, 시장이 된 후 2년이나 지나서야 부채대책을 발표하는 등 준비되지 않은 무능함을 보여 왔다."

    - 유정복 후보

    반면 송 시장은 인천시 부채가 실제로 증가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송 시장은 이날 인천시선관위 후보등록을 하는 자리에서 "산정기준에 따라 부채는 수치가 달라진다. 실제 부채는 거의 동일하고 지금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루에 이자를 11억4천만원, 1년에 4천억원씩 이자를 갚으면서 올해는 흑자로 돌아섰다"며 "부채를 줄이고 흑자 결산한 시점에서 재선에 나서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대두된 [안전 문제]도 중요한 이슈다.

    송 시장은 안전행정부 수장이었던 유 후보의 책임론을 부각시킨다.

    "안전행정부라는 이름까지 바꿔서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했다고 자랑까지 했는데 전혀 작동이 안 됐다."

    "안전행정부가 탑승자, 실종자 숫자도 집계를 못하는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도 심각할 뿐 아니라,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방선거에 차출돼서 나온 것 자체가 정부가 행정과 안전보다는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송영길 후보

     

    이에 대해 유 후보는 "국가적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도리가 아니다"고 받아쳤다. 특히 인천시가 세월호를 운영해온 청해진해운에 [물류대상]까지 시상한 것을 지적하며 "인천시와 송 시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 핵심 변수는 역시 朴心

    많은 이슈가 있지만, 인천시장의 핵심 분수령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다.

    김황식 전 총리의 경선 패배 등 박심을 업은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유정복 후보는 몇 남지 않은 친박 후보다.

    송 시장은 이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인천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 대담토론회'에서 "대통령한테 빌려온 힘은 잘해야 5년일 뿐 절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정면으로 공격했다.

    "대통령에게서 온 힘이 반드시 우리 인천을 위해 쓰이는 힘이라고 볼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려면 대통령의 말을 받아쓰고 시키는 대로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의 눈을 바라보고 국가 발전을 위한 제안을 내놓는 국정 파트너가 필요하다."

    - 송영길 후보

    송 후보는 "유정복 후보가 박심 후보라면 나는 민심 후보"라는 말로 자신을 어필했다.

     

    유 후보 역시 박심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송 시장의 지적에 "내가 박심 후보라면 박심+유심=민심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 자신이 뜻을 합친다면 충분히 민심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유 후보는 "아시안 게임을 앞둔 인천시는 특히 대회를 얼마나 안전하게 치르느냐가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시장이 되면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아시안 게임 준비 회의를 요청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인천시 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국비, 교부세 등 정부지원을 충분히 확보해 필요사업을 추진해 인천시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현재까지 두 후보의 여론조사 결과는 오차 범위 내 박빙이다.

    중앙일보가 12일 한국갤럽에 의뢰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송 후보는 38.6%, 유 후보는 33.5%로 5.1%P 차이로 오차범위내 우위를 보인다. 
    (수도권 유권자 2400명을 대상, 지난 12일 13일 이틀간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5%포인트, 평균 응답률은 30.3%)

    같은 기관에서 지난 4일과 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유 후보가 38%로 송 후보의 34.8%보다 3.2%P 앞섰다.
    세월호 여파가 퍼지면서 지지율이 역전된 것.

    때문에 세월호 사태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준비 중인 박 대통령이
    이번 문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가 선거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해진해운이 인천에 있고, 인천시민도 많은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인 만큼
    박 대통령의 사고 수습 행보가 여론에 끼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고 이후 진도 2번, 안산 합동분향소 1번에 이은
    박 대통령의 외부 방문지로 인천을 꼽는 목소리도 있다.

    국가적인 안전 시스템 개조를 준비 중인 박 대통령이
    만약 인천항만을 방문해 해양안전 현황을 점검한다면
    유 호보에게는 진짜 박심을 등에 업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