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두 번의 기회 놓치는 동안 박원순 시장은.. 안철수 [새정치 백신] 이대로 용도폐기?
  • “적수가 없다.”


    2년 전이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출마를 저울질 하던 안철수 교수를 향해 나온 말이다. 
    국회의장까지 연루된 돈봉투 공천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였다. 
    정치에 환멸을 넘어 혐오감을 느끼던 국민들에게 
    안철수는 [청량제]였다.
    국민들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안철수가
    현실정치의 [백신]이 되어 주리란 기대감에 
    너도나도 안철수 지지자가 됐다. 
  • ▲ 안철수 의원이 2년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 합의 후 포옹하는 모습.  ⓒ 연합뉴스
    ▲ 안철수 의원이 2년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 합의 후 포옹하는 모습. ⓒ 연합뉴스
    급기야
    [안철수현상]
    은 
    “뽑아 주세요”란 한마디도 내뱉지 않은 그에게 
    50%를 넘는 지지도를 안겼다. 
          
    누가 봐도 나오면 이기는 선거였다. 
    그러나 안철수는 다른 그림을 그렸다. 
    당시 5%의 지지도에 머물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다.
    명분은 없었다. 
    안철수는 박원순을 두고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했을 뿐이다. 
    ◆ 安, 두 번의 기회 놓치는 동안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학교로 돌아간 
    안철수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양보]에 익숙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그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고
    드디어 D-Day(디데이), 대선이 가까워졌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5년 간 단 한 번도
    차기 대권주자에서 1위를 놓쳐본 적이 없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맥없이 무너졌다. 
  • ▲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두번째 양보였다. ⓒ 민주당 제공
    ▲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두번째 양보였다. ⓒ 민주당 제공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까지 벌였지만
    완주는 없었다. 
    이번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또 [양보]했다.
    [때묻지 않은 새 정치]를 외치던 안철수가, 
    [퇴출 위기의 기성 정치권]의 대선후보에게 자리를 내어준 셈이다. 
    같은 시기, 
    [어부지리]로 시장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빠르게 서울시정을 장악해 갔다.
    전임 오세훈 시장의 토목프로젝트는 하나씩 중단해 갔고
    박원순 브랜드를 단 협동조합, 심야버스 등 
    실적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들의 병역의혹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논란에 그쳤고,
    시민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버스-택시 요금의 잇딴 인상도 토요일에 도입,
    반발을 최소화하는 [정치9단]의 면모도 보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정치 초년생이었다면,
    박원순 시장은 냉혹한 전략가였다.
    이 같은 모습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면에 드러났다.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박 시장에게 민주당을 탈당, 
    세력화에 합류해달란 요청을 거부하면서다. 
    ◆ “원칙-상식 안맞아” 安 버림받아 
    “현재 소속인 민주당을 탈당해 출마하는 일은 없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취임 2주년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이 제기한
    [안철수 신당 합류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시장은 민주당을 탈당하는 일을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
    고 표현했다. 
    안 의원의 양보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데 대한
    채무의식은 엿보이지 않았다. 
    안 의원을 향한 미안함 보다는 
    오히려 지금 민주당을 떠나면
    자신이 정치적 철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더욱 고려하는 모습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발판으로 세를 모아
    전국 정당화를 꾀했던 안철수 의원 측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일종의 [보험]으로 믿었던
    박 시장에게까지 거절당한 것은
    국민들의 기대치가 하락한 것보다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2년 전 단일화 협상 때 
    조건없이 안철수 의원이 물러서면서
    두 사람은 암묵적으로 [정치적 동지]로 묶였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내쳐졌다. 

    ◆ 안철수 [백신] 이대로 용도폐기?
    안 의원은
    10.30 재보궐 선거도 인물 영입에 실패하면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는 정치시장에서 고공행진하던
    안철수의 가치가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국회에 입성한 이래 
    안 의원의 존재감은 무력하다 못해 초라하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되는 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나는 다르다”고 홀로 외치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19대 국회의원 301명 중 1명일 뿐이다. 
    안 의원의 측근들은
    한 목소리로 [2014 드림]을 외친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전국정당화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동시에, 안철수신드롬을 부활시켜
    구태로 가득찬 정치권에
    [백신]
    이 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과는 0점에 가깝다. 
  • ▲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두번째 양보였다. ⓒ 민주당 제공
    ▲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후보를 양보했다. 두번째 양보였다. ⓒ 민주당 제공
    사람에게 평생 3번의 기회가 온다는 옛말이 있다. 
    안철수는
    어느 날 찾아온 벼락같은 국민의 지지를
    박원순과 문재인에게 다 나눠줘버려
    제발로 기회를 뻥 차버렸다.
    내년 지방선거는 이제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하지만 안철수가
    이제와 독자세력을 구축하기엔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안철수가 원한 [뻐꾸기 둥지]였던 민주당은 
    이미 박원순 시장이 잠식해 일가를 이뤘기 때문이다. 
    과연 안철수가
    새로운 [뻐꾸기 둥지]를 찾을 수 있을 지는,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