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은 농담" 주장 이정희 보다 교묘하긴 한데...이젠 누구도 안속아!
  • ▲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자청했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이상규 의원이 발언을 시작도 하기 전에 자리를 떴지만,
    이상규 의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상규】

    "그 무시무시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실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상규 의원은
    경기남부지역 조직원 최모씨의 발언을 소개하며
    "[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했다]
    언론보도와는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유류)저장소를 어떻게 한다는 건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도 불가능한 얘기다.
    무기습득-기술습득 같은 얘기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즉, 조직원 최씨가 모임에서
    "불가능", "뜬구름" 같은 얘기라고 했으니
    [기간시설파괴를 모의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이석기 의원의 발언도 소개하며
    "이게 북한에 동조한 겁니까?"라고 따지듯이 물었다.
    【이석기】

    "공산주의 등 잡사상주의가 많은데 이런 것을 척결하자"
    이석기 의원이 [공산주의 척결]을 외쳤으니
    북한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 이상규 의원의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이상규 의원의 자유발언이 시작되자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분명 이상규 의원이 소개한 발언은
    녹취록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이긴 하다.
    문제는
    발언의 앞뒤 맥락을 다 잘라냈다는 점이다.

    이석기와 참석자들이
    북한에 동조한 적도, 내란음모를 모의한 적도 없는 것처럼
    일부 문장만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인가?
    녹취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조직원 최모씨는
    이상규 의원이 소개한 부분에 이어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최○○】

    "사실 개별적으로 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
    우리 지역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군사쪽으로 움직여야 되는 거고,
    군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 체계와 준비가 돼 있는가?
    이걸 점검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 나가는 부분이라서
    어떤 시설에 대한 타격이나 이런 문제도
    그게 갖추어줘야 가능한 거지
    그렇지 않고는 가능할 수 없다."


    최씨가 "불가능", "뜬구름"을 언급한 것은
    [군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 체계와 준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그렇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최씨가 말하고자 한 것은
    "실제로 국가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내용이다.
    이석기 의원의 [공산주의 척결] 발언도
    맥락을 살펴보면,
    지도이념으로 강령에 명시한
    [김일성 주체사상만이 유일한 사상]이란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이석기】

    "오늘 강조한 것은
    물질-기술적 준비 문제만이 아니란 전제하에
    현 정세에 대한
    [주체적(으로) 자기 입장]을 투철히 하자.
    알게 모르게 침투했던
    체제(ㆍ), 개량주의, 합법주의, 공산주의 등 잡사상주의가 많은데
    이런 것을 척결하는
    주요한 시금석-물질적 기준이 너무나 분명하다."


  • ▲ 일부 의원들이 이상규 의원의 발언 중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 ⓒ 이종현 기자
    ▲ 일부 의원들이 이상규 의원의 발언 중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 ⓒ 이종현 기자

    ▶ 이상규 의원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가 불거지자
    "무협지 같은 소설"이라고 했다.

    그러나 녹취록이 공개되자
    "국정원은 (협조자를) 거액으로 매수해
    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고 말을 돌렸다.

    내용에 대한 해명은 않고
    변죽만 울린 것이다.

    전형적인 물타기였다.

    그러다가
    녹취록 전문이 언론에 공개된 지 1달이 지나서야
    녹취록 내용에 대해 입을 연 것이다.

    "이상규 의원은 녹취록의 일부분만 발췌해
    자신의 입맛대로 해석하고 왜곡했다."

       - 사정당국 관계자


    ☞ [내란음모] 이석기 체포동의안 구체적 범죄사실(전문)


  • ▲ ⓒ 조선닷컴
    ▲ ⓒ 조선닷컴

    ▶ 이날 이상규 의원은
    밀양 송전탑 현장에 다녀온 얘기도 꺼냈다.

    "일부 언론에는
    자살, 극단적 투쟁을 선동하는 것으로
    악의적으로 편집됐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으름장도 늘어놨다.

    극단 투쟁을 선동한 게 아니라
    "위로와 만류"를 했다는 것이다.

    "할머님들이 구덩이에 들어가시어
    [하도 힘들어 죽고싶다]는 말씀을 하시어
    [그러시면 안됩니다, 오래오래 사셔야죠.
    나쁜 생각 하시면 안됩니다]하고
    위로와 만류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러나 이상규 의원에게 되묻고 싶어진다.

    공사 현장 주변에 파 놓은 [무덤 형태 구덩이],
    그 위에는 [밧줄 올가미]가 대롱대롱,
    그 올가미에는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말로만 "위로와 만류"를  할 게 아니라
    위험 도구들을 치우도록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 이상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다음과 같이 운을 뗏다.

    "거짓와 진실, 허상과 실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실]과 [실상]을
    그토록 외면해온 이상규 의원이 아니던가.

    지난해 5월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민논객의
    "북한인권, 북핵, 3대 세습에 대한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끝까지 답하지 못하고 [말돌리기]로 일관한 그였다.

    "북한은 회색빛이었다.
    콘크리트가 색깔이 없어 회색빛이었는데
    이런 광경이 충격적이었다.
    북한 술이 맛은 좋지만
    뒤집으면 병뚜껑 기술이 떨어져 술이 떨어 진다.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남공작원 출신 김동식씨의
    "북한 노동당이
    [부자세습, 주체사상, 정치체제,
    북한 인권, 북한 지도자 등 5가지는 비판하지 말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말과 딱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 참고기사: 北을 절대로 비판 못하는 이유 '김동식 공식'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13627


    ▶ 이상규 의원은
    이석기 의원과 마찬가지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출신이다.

    <민혁당>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민혁당>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한다], 
    [민족자주권을 쟁취한다] 등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이상규 의원은 또
    <일심회 간첩단 사건>에도 연루됐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재미교포 사업가 장민호가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중앙위원 등을
    포섭해 활동하다 적발된 사건이다. 

    "이정훈(일심회 조직원)으로 하여금
    2006년 3월2일 중국 베이징시 차오양 구 소재 장성호텔에서
    북한 공작원 김모 지도원 등을 만나
    [민노당 서울시당 내에 소위 위대한 장군님의
    영도를 실현하는 데 있어 이상규의 포섭 문제 등을 지시받았다.
    이상규 등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장군님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 <일심회> 사건 판결문 中

    판결문엔 이정훈씨가 장민호에게
    "서울모임의 핵심이 이상규"라고 말한 내용도 나온다.


    [사진 = 이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