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했다" 평가 속 수도권 패배 뼈아파박근혜 저력 재확인, MB맨 성적표에 '갸우뚱'
  • 4·11 총선 결과에 청와대 표정이 아리송하다. 새누리당의 예상외의 선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드린다. 현명한 선택을 한 국민들께 감사를 드린다”고 총선 결과에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안정된 국정운영과 민생을 챙기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익과 미래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는 ‘선방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내세운 ‘새누리·MB정권 심판론이 예상만큼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4.11총선이 치러진 11일 청와대 인근 투표소에서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 청와대
    ▲ 이명박 대통령이 4.11총선이 치러진 11일 청와대 인근 투표소에서 김윤옥 여사와 함께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 청와대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우선 새누리당이 영남에서의 강세를 이어간 것에 비해 수도권에서 참패한 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의 패배가 향후 19대 국회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은 대구 12곳, 경북 15곳 모두를 휩쓸었다. 부산에서도 18곳 중 15곳에서 깃발을 꽂았고 경남에서도 15곳을(거제 1곳 무소속) 가져갔다. 특히 기존 민노당(통합진보당)색이 강했던 울산지역 6곳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의 성적은 초라했다. 서울·인천·경기 112석 중 새누리당은 (41)곳에서만 의석을 차지했다.

    정국을 주도하는 수도권 민심의 싸늘함을 재확인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남은 임기를 꾸려 가는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역색 타파를 외친 가운데 영남권 싹쓸이와 호남 전패는 여전히 지역 갈등이라는 불씨와 함께 강원·충청권에서의 강세는 ‘박근혜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들과의 선을 분명히 그은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독주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대거 낙선은 뼈아프다. 친박계로 재편된 새누리당에서 친이계의 존속은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입지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앞서 'MB맨’으로 불리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역시 새누리당 공천장조차 받지 못했다.

    왕차관으로 불리는 대구 중구남구의 박영준 전 청와대 차관은 5.7%의 득표율로 낙선했고, 유재중 후보(부산 수영)에게 공천권을 뺐기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박선규 전 문화관광부 2차관도 영등포 갑에서 석패했고 전북 전주시완산구을에 나선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장관은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선전했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부산 연제구에 나선 김희정 전 청와대대변인은 당선으로 체면은 지켰고 충북 충주시에 나선 윤진식 의원은 7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경남 밀양시창녕군 조해진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정문헌(속초·고성·양양)도 당선됐고,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도 TK지역 싹쓸이 구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