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솔티 "지금이 중국의 강제송환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이스 의원 "중국의 인권상황은 '악몽'... 국제사회가 적극 개입해야"스미스 의원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보장하고 망명을 허용해야"
  • “중국 공안으로부터 탈북자를 넘겨받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은 '너희들은 이제부터 개'라고 말하고 수갑과 사슬을 채워 끌고 다니면서 마구 때린다.”

    “요원들은 탈북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다면서 여성들의 항문, 자궁 등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수색한다. 한번은 16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이 때문에 자궁출혈을 겪기도 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ㆍ행정부 중국위원회(CECC)가 5일(현지시간) 개최한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자 모녀 한송화, 조진혜씨의 증언이다.

    과거 4차례나 중국에서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탈북자 모녀 한송화, 조진혜씨는 반인권적인 북한의 '만행'을 전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 씨는 “맨손으로 시체를 치우기도 했다”며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노동을 하고 돌아온 우리에게 배급되는 것은 옥수수와 쌀이 섞인 주먹밥이었다. 밤 11시까지 자아비판을 한 뒤 몇시간 눈을 붙이곤 다시 끌려나갔다"

    "겨울에는 제대로 된 신발도 없어 천 조각으로 발을 감싸고 눈 위에서 일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상에 걸렸지만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딸 조 씨는 "한 여자로서 내가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말하는 것조차 어렵다. 갖가지 고문으로 정신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1990년대 말 굶주림에 시달리다 먹을 것을 찾아 두 딸과 탈북을 감행했다.

    첫 탈북 당시 두살난 딸은 이미 굶주림으로 숨졌고 남의 집에 맡겨 놓았던 다섯살 아들은 엄마를 찾아 울다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먹을 것을 찾아온다며 먼저 탈북했던 18살 큰 딸은 아직껏 생사도 모르고 있다.

    이날 증언을 끝내면서 이들 모녀는 “탈북자들을 구해달라”고 미국과 국제사회에 간절하게 호소했다.

    한 씨는 "미국이 받아준 각국 난민들은 수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2004년 북한인권법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지금까지 130명의 탈북자만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금 중국에 있는 수십명의 탈북자들이 북으로 강제송환된 이후 겪어야 할 고문과 공포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수전 솔티 북한인권연합 대표는 "지난해말 김정일 사망 이후 새 지도자 김정은이 100일 애도기간에 탈북하는 사람은 가족을 처형하라는 지시를 내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세계에서 탈북자 문제가 이슈화하고 있는 지금이 중국의 강제송환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또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하다 실신한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을 소개하며 “전세계의 의회와 정부가 이 용감한 여성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친한파 의원으로 알려져 있는 에드 로이스(공화) 하원의원도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악몽(nightmare)'이라고 표현한 뒤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스미스 연방하원의원(공화, 뉴저지)은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송환될 경우 처형당할 것이라는 합리적 사유가 있는 사람은 보호해야 한다.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보장하고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의 T. 쿠마르 국장은 미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탈북자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도록 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유엔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내ㆍ외신 기자, 시민단체, 주미한국대사관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해 ‘탈북자 강제북송’에 대한 미국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청문회를 개최한 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는 중국 내 인권 문제와 법치제도의 발전과정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9명의 상원의원과 9명의 하원의원, 그리고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의 행정부 고위당국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해마다 보고서를 행정부에 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