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을사늑약’ 주장은 쇄국론자 생각
  • “국민 앞에 부끄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한 뒤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모든 허물은 내가 지겠다.”

    한-미 FTA 협상파인 황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일 경우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국회바로세우기모임’ 소속이다.

    이날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에서 ‘단독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그가 스스로 ‘책임론’을 꺼낸 것이기 때문에 특히 주목된다.

    당내 일각에선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한나라당 23명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황 원내대표가 답답하게 시간만 끌고 있다”는 목소리가 혼재한다.

    황 원내대표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킨 후 사퇴할 수 있다는 설도 돈다.    

  •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연합뉴스
    ▲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연합뉴스

    사면초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사실상 총대를 매고 있는 황 원내대표는 답답하기만 상황이다.

    이 때문일까. ‘누구보다 부드러운 남자’로 통하는 황 원내대표가 이날 의총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원망과 실망’을 유감없이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 강경파가 한-미 FTA를 ‘제2의 을사늑약’으로 한 데 대해 “(조선시대) 당시 쇄국론자가 하던 생각과 같은 것 아닌지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시대 쇄국정책을 하다가 대륙을 호령하고 장보고 처럼 모든 바다를 지배한 한민족의 기상은 어디 가고 패배주의와 위축에 위축을 거듭하다가 국권까지 빼앗긴 역사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준안의 처리에 대해 “이제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회복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신뢰회복에 대한 아무런 화답도 없이 18대 국회를 마치려 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고뇌를 되새기며 화답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즉각적 ISD 재협상을 위한 한-미 양국간 서면약속’ 요구에 대해 “과연 협상의 원칙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제 최소한 토론의 마당에 나오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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