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통상교섭 대표들이 재합의 서류 교환했는데 더 필요하나”
  • 박희태 국회의장은 17일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발효 3개월 내 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하면서 ‘문서합의’를 요구한 데 대해 “법상 의무가 돼 있는 것을 무엇 때문에 또 서면으로 받느냐”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황우여-김진표 여야 원내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요구를 하고, 그것을 관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면 이제 민주당의 우려는 불식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처럼 박 의장이 민주당의 ‘문서합의 요구’에 부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향후 여당이 비준안 직권상정을 요청해 올 경우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 박희태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박희태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와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장은 “재협상은 협정 발효후 어느 일방의 당사국이 요구하면 상대방은 거기에 반드시 따르게 돼 있는 조약상, 법령상의 의무인 ‘머스트'(must)’”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우려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재협상 요구를 안 할까봐 걱정했는데 이 대통령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서면보다 법이 우선하는 것이다. 양국 통상교섭 대표들이 접촉하고 협정 개정에 관한 논의에 대해서는 서로 편지를 교환하지 않았느냐. 거기에 보면 재협상을 포함해 무엇이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양쪽이 서명한 서류를 교환했는데 그 이상 또 무엇이 필요하냐”고 김 원내대표에게 반문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말로 한-미 FTA 비준안을 (통합)전당대회 전에 처리할 용의가 있느냐, 없느냐”고 물었다.

    박 의장은 “이 대통령의 제안이 수용이 안 된다고 하니까 나도 허탈해 뭘 어떻게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특별한 사안을 갖고 국회에 와 1시간30분 동안이나 협의를 한 적이 없었다. 그 정도로 나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이제는 정말 태산이 앞을 막아 어떻게 할 수 없는...”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산개로(逢山開路·산을 만나면 길을 뚫는다)’라고 하는데 길을 못 내고 이제는 시간도 없고 해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려고 두 분 원내대표를 오시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화답이 여의치 않아서 오늘 우리 의총도 방향이 어떻게 잡힐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어떻게 수습해서 여야가 함께 가야 하는 이 길을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 원내대표는 “ISD 폐기 여부에 관한 협상을 하려면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의 를 거쳐야 한다.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의지를 밝힌 만큼 통상교섭본부장이 양국간 합의를 문서로 받아오면 일단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