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  ⓒ 박지현 기자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  ⓒ 박지현 기자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휴가 중이라 바쁘다고?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서 "많은 선수들이 휴가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른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카를레스 푸욜, 안드레아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등 남아공월드컵 우승 주역인 바르셀로나의 주전 선수 8명을 아시아 투어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이들이 모두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바르셀로나의 호안 올리베르 사장은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60주년을 강조하면서 월드컵 결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가능한 모든 선수들을 대동, 최정예 멤버로 방한할 것을 거듭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세 달 만에 휴지조각이 됐다. 최정예는 커녕 이름도 잘 모르는 유망주로 구성된 2군 선수들이 되레 대한민국의 최정예 멤버들과 맞서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자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인 이케르 카시야스, 세르히오 라모스, 사비 알론소, 라울 알비올, 알바로 아르벨로아 등 5명은 LA 갤럭시 등과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를 위해 지난 2일 미국 현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K-리그 올스타팀 최강희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박지현 기자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 K-리그 올스타팀 최강희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 박지현 기자 

    스페인축구선수협회는 각 구단에게 여름 프리 시즌 중에 선수들에게 4주의 휴가를 보내도록 강제하고 있다. 자국 스페인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이번 주가 휴가 3주차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번 한국과의 친선 경기에 대표팀 선수 전원(8명)이 참석치 못한 것은 휴가 일수를 지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소속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은 조세 무리뉴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자신의 휴가를 반납한 채 미국 투어에 합류했다. 결국 선수 개인의 휴가 일수를 채우는 것은 강제가 아닌 구단 혹은 감독의 재량 문제였던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일부 선수들이 프리 시즌 투어에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상대국으로부터 거액의 개런티를 받았거나 경기가 치러지는 지역의 시장이 큰 곳일 수록 A급 선수들이 참가 명단에 더 많이 포함되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한국 올스타팀과의 친선 경기에 스페인 대표선수 전원이 불참하고, 한때 메시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출전까지도 금지시킬 생각이었던 바르셀로나 측은 한국 시장이나 팬들에 대해 특별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 듯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과르디올라 감독은 "K-리그의 수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밝힌 뒤 전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원칙적으로 메시는 훈련만 하고 내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한국의 축구팬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발언을 내뱉었다.

    특히 "메시도 없고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도 없는데 내일 경기의 키플레이어가 대체 누구냐"는 질문에는 "모든 선수들이 다 키플레이어"라면서 특정 선수를 염두하지 않고 골고루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찌보면 선수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으나 이를 바꿔해석하면 특별히 키플레이어로 여겨지는 선수가 없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처럼 유망주에 불과한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의 올스타팀과 맞붙겠다고 선언한 바르셀로나는 한국을 상대로 단순히 '외화 벌이'를 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풍기고 있어 향후 맨유와 같은 고정팬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취재진.  ⓒ 박지현 기자
    ▲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취재진.  ⓒ 박지현 기자

    ◆부상이 염려돼 '출전 불가' 방침을 내렸다고?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가 이전 시즌을 마치고 프리 시즌을 맞아 첫 날만 훈련을 진행한 상태"라며 "컨디션도 100%가 아니고 몸무게도 1~2kg 쪘다"는 엄살(?)을 부렸다. 한 마디로 메시의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경기 출전은 무리라는 것.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부회장과 면담을 갖은 뒤 이번 한국과의 친선전에 메시의 이름을 다시 구겨 넣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다니엘 알베스, 가브리엘 밀리토 등의 이름과 함께….

    과르디올라 감독은 4일 오전 구단을 통해 "전날 공식 훈련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 경기 출전을 허락했다"고 출전자 명단에 이들의 이름을 포함시킨 배경을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날까지만해도 "메시의 몸무게가 1~2kg 가량 늘어났고 그동안 훈련을 하지 않아 컨디션 역시 엉망"이라며 "출전 강행시 부상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출전 불가'의 대표적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튿날 감독은 "오후 훈련을 통해 메시가 정상임을 확인(?)했다"는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선수 개인의 컨디션이 하루 만에 좋아질리가 없다는 상식에 비춰볼 때 감독의 이같은 결정에는 선수의 건강 문제가 아닌 또 다른 문제가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메시의 '출전 불가' 방침이 선수 부상을 염려해 내린 결정이었다면 한국에서 계약문제를 들고 출전을 종용하는 압박을 해 와도 이를 막았어야 옳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불과 다섯 시간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메시의 출전을 허락했다.

  • ▲ 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친선 경기에 출전하는 이동국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 박지현 기자
    ▲ 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친선 경기에 출전하는 이동국 선수가 몸을 풀고 있다.  ⓒ 박지현 기자

    메시는 지난 2일 입국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기가 어디인지, 지금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며 피로를 호소한 바 있다. 물론 "이번 친선 경기에서 골을 넣겠다"며 출전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메시의 태도를 볼 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출전할 것이라는 예상쯤은 쉽게 할 수 있었다.

    만일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의 현 상태를 보고 출전 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 적어도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 주최 측인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프로모터인 ㈜스포츠앤스토리 측에 이같은 내용을 상의했어야 옳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같은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린 뒤 기자회견에서 깜짝 발표하는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구단과도 조율이 안된 이같은 발언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일각에선 경기 자체에 대한 '보이콧'을 하자는 의견마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서 메시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결과 표정이 밝아보이진 않았으나 예의 칼날 패스나 드리블을 선보이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해프닝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팬 보다도 당사자 메시일수도 있다. 한국에서의 프리 시즌 경기나 출전 여부 등 모든 스케줄은 구단 지휘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 선수 개인의 의사나 결정이 반영될 여지가 많지 않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도 메시는 자신의 출전을 기정사실로 간주한 듯 골을 넣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메시의 몸 상태가 염려된다면 한국으로 오기 전 위약금을 물 각오를 하고 프로모터 측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메시를 데려 온 바르셀로나는 입국 이후 뒤늦게 선수의 부상이 우려된다며 출전 금지를 통보하는 촌극을 빚고 말았다.

    다음은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전문.

    - 경기를 앞둔 소감을 듣고 싶다.

    ▲호셉 과르디올라 FC바르셀로나 감독 : K-리스 올스타팀과 경기를 갖게 돼 영광이다. 많은 선수들이 휴가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른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 지난해 말 열린 FIFA(피파) 클럽 월드컵에서 한국의 포항스틸러스을 꺾고 올라온 아르헨티나의 에스투디안테스와 우승컵을 놓고 다툰 적이 있었는데 당시 포항의 경기 장면을 본 적이 있는지, 있다면 포항을 통해서 한국 축구의 경기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당시 포항의 경기를 생중계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K-리그의 수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내일 경기가 바로 한국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 보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바르셀로나란 팀을 처음 접하는 한국 팬들도 있을텐데 과연 낯선 한국 땅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경기를 보여줄 것인지, 또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나름의 축구 철학이 있다면?

    ▲과르디올라 : 만일 한국에 바르셀로나를 처음으로 보는 팬들이 있다면 이들 모두가 100% 만족할 수 있는 경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바르셀로나의 경기 수준을 알고,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남아공 월드컵을 끝으로 스페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 유로 2012까지 국가대표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는데…

    ▲과르디올라 : 아직 그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국가대표로 뛰는 것은 물론 영광스러운 일이다. 푸욜 선수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할 것이다.

    - 한국에 도착한 메시가 매우 피곤해 보였다. 내일 경기에서 얼마나 기용할 것인가?

    ▲과르디올라 : 원칙적으로 메시는 훈련만 하고 내일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번 경기에서 주력 선수들이 모두 빠지게 되는데 새 시즌을 맞이하는 시점에 내일 경기를 통해 특별히 구상하는 점이나 주안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과르디올라 : 모든 점에 대해 중점적으로 체크할 것이다. 한국의 많은 팬들은 바르셀로나의 주력 선수들이 출전하길 바라겠지만 메시도 프리 시즌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머지 선수들로 최고의 경기를 선보이겠다.

    - 메시도 없고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도 없는데 내일 경기의 키플레이어를 뽑는다면?

    ▲과르디올라 : 모든 선수들이 다 키플레이어다.

    -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선수로 출전해 한국과 맞붙은 적이 있는데 그때와 현재팀의 경기 수준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 혹은 발전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과르디올라 : 94년에도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2002년은 아시다시피 한국이 환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언론) 8월에 열리는 스페인 국가대표 경기에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기용될 예정인지 알고 싶다.

    ▲과르디올라 : 아직까지 바르셀로나에 소속된 7명의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할지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만 국가대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시즌도 준비할 수도 있고 국가대표로서 영광스러운 경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내일 경기에 메시와 밀리토의 출전 여부가 불확실 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과르디올라 : 특별한 이유는 없다.

    - 한국팬들이 적어도 메시 선수만큼은 운동장에서 뛰는 것을 보고 싶어한다. 내일 경기에서 메시를 뛰게 할 계획은 없는지 다시한번 묻겠다.

    ▲과르디올라 : 메시가 내일 출전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메시가 이전 시즌을 마치고 프리 시즌을 맞아 첫 날만 훈련을 진행한 상태다. 따라서 컨디션도 100%가 아니고 몸무게도 1~2kg 쪘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가운데 경기를 뛰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비록 내일 경기 출전은 못하지만 팬들에게는 인사를 드릴 기회는 주고 싶다.

    - 새 시즌을 맞아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중앙미드필더로 (영입대상으로)염두해 둔 선수는 없는지?

    ▲과르디올라 :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는 항상 새로운 선수의 영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우리팀은 충분히 준비가 잘 돼 있다. 확답을 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선수 영입 가능성이 100% 없다고 말 할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