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 김무성이  스타 박근혜를 이길 수 있을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칼을 빼들었다.
    번번이 그러는 듯 하면서도 이내 절제하고 후퇴하던 김무성 대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번에도 그러다가 적당히 숙이면 되겠거니 했는지 모르지만,
    이번 그의 행동은 단순한 이견(異見) 표명 정도가 아니라,
    제3자가 보기에도 정면의 '반란'이자 '도전'이었다.
    이쯤 되면 야권 분당에 버금가는 여권의 내전(內戰)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본래 족보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과 산업화 흐름에 속한다면, 김무성 대표는 이와 대척점에 있는 민추협(民推協) 계보에 속한다.
김무성 대표도 물론 '보수'라 할 수밖에 없는 전남방직 아들이지만, 정치수업은 김영삼-김대중 계열에서 시작했다.
김영삼 김대중 두 리더들은 서로 경쟁자였지만,
그리고 때로는 적대적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유신시대와 신군부 시대를 생각하면
"우린 그때 동지였지?" 하는 일말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었을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여러 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엇박자를 놓은 바 있다.
수년 전 철도노조 불법파업 때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연해 KTX 사장이 사태를 99% 제압해 놓았는데 김무성 대표가 갑자기 뛰어들어 야당의 박지원 의원과 코드를 맞추는 가운데
노조 편을 들었다. 그래서 '박근혜-최연해 프로젝트'의 김을 확 빼버렸다.
그 후 김무성 대표는 외국에서 내각제 개헌을 거론했다가 금방 꼬리를 내렸는가 하면,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유승민 원내대표와 더불어 완전히 김빼버렸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이었다.
 
 4. 13 총선에 이르러 김무성 대표는 국민경선에 의한 후보선출을 들고 나와,
비박계 현역의원들을 지원하려 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우선추천제를 들고 나와 현역의원 다수를 배제하려 했다.
이 줄다리기에서 김무성 대표는 유승민 사태 때도 별 말 없이 침묵을 지키며 밀리다가
막판에 와서야 갑자기 '옥새'를 거머쥐고 최후의 결전을 시도했다.
 
이 싸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밀리면 그는 즉시 레임덕으로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김무성 대표가 꺾이면 그는 대권 지망자로서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맛봐야 한다.
누가 이기느냐는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들어서도 47%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등 단호하고 원칙주의적인 대북 자세에서도
그는 시종 다수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그의 통치 스타일이 안고 있는 '소통부족'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어설픈 '진박 마케팅'이 자초한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대중 사이에 드리워진 '박근혜 카리스마'는 여전히 유효하다.
 
 김무성 대표가 그런 박근혜 대통령의 힘(권력+권위+매력)과 자신의 그것을
과연 어떻게 비교했기에 이번의 최후의 결전을 시도하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권력-권위-매력에서 우위(優位)에 섰다는 결론이 서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할 코너에 몰렸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경우든 한 번 엎질러진 물은 주어 담을 수 없다.
이 충돌은 따라서 갈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
 
 야당의 싸움도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야당 내부의 좌파 중도파 강경파 온건파의 충돌은
누가 어떻게 봉합할 수도 없었고 말릴 수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여당도 일단 전면전이 촉발된 이상에는
박근혜 대통령 그룹과 김무성 비박계의 싸움은
물리적 관성의 법칙대로 가는 것밖엔 별 수가 없다.
 
 야당의 경우는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를 물 먹인 다음, 그래서 다 죽었던 친문(親文) 운동권을 살려놓은 다음, 역으로 친문 운동권에 의해 토사구팽당하기 5분 전으로 낙착되었다.

여당의 경우는 과연 어떻게 될까? 김무성 대표에게 승산이 있을까?
4. 13 총선의 결과가 그걸 말해 줄 것이다.
여당이 성공하면 김무성 대표에게 불리하다. 그러나 실패해도 불리하다.
성공하면 그의 공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덕이 되고,
실패하면 김무성 대표의 적전분열(敵前分裂) 탓이 된다. 그렇게 몰릴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싸움을 건 타이밍, 그리고 그가 택한 싸움의 모양새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 또는 '이한구 공관위'와 정말로 한 판 단단히 붙을 작정이었다면,
그는 왜 처음부터 팔 걷어 부치고 정면으로 대들어 정규전을 벌이지 않았는가?
마땅히 그랬어야 장수답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시종 소극적으로 이도저도 아닌 포즈를 취하면서 엉거주춤하고 있다가,
선거를 약 3주일 남짓 남겨놓은 막판에 와서야 겨우 옥새(玉璽)를 감춰놓고 버티는,
일종의 '방편적' 테크닉으로 임하고 있다.
이건 싸움의 큰길이라기보다는 소도구적 책략에 불과하다.
 
 김무성 대표에게도 물론 유리한 점이 있기는 하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구사한 '진박' 낙하산이 초래한 민심의 역풍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대구 민심조차 그걸 마뜩찮게 여겼을까.
친박의 이 패착은 수도권에 만만찮은 반박(反朴) 여론을 파급시켰다.
 '유승민 죽이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반사이익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김무성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과 권위와 매력과 카리스마를 능가할 수 있을까?
김무성 대표는 너무 '평범' 또는 '범용' 그 자체다.
그는 부자 집에 태어나 무난하게 살았고, 특징 없이 살았다.
좋은 팔자를 타고 난 셈이다. 생긴 것도 훤하다.
그러나 번뜩이는 섬광(閃光)은 없다. 지성적이지도 않다.
이게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다만 평범하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그는 스타가 '아직'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반면에 '스타'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에 나타났다 하면
수많은 군중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열광한다.
김무성 대표가 자갈치 시장에 나타났을 때도 그런가?
 
 담론의 측면에서도 김무성 대표가 그만의 멋진 정치적, 정책적, 문화적 담론을 편 바는 없다.
그는 '직업 정치인'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호남향우회에 참석했을 때도 근사한 멘트를 하기보다는 "나는 부산 사람이기 전에 전남방직 아들입니다"라는 정도의 말을 할 수 있었을 따름이다.
 
 싸움은 갈 데까지 가야 끝난다.
김무성 대표가 그의 장-단점을 가진 채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싸워 보일지 흥미진진하게 주시할 따름이다.
박근혜 대통령 측 역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라 해서 보증수표를 쥐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두 계파가 한 쪽이 죽을 때까지 어디 한 번 싸워보라 이 말이다.
김종인과 운동권처럼 치사한 임시봉합일랑 하지 말고. 자 그럼 준비~ 땅! 
 
류근일/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