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전대 지도부 경선룰에 끝내 합의실패..박지원 "나의 길을 가겠다"
  • ▲ 민주당 손학규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당 손학규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통합 국면에서 갈등과 충돌을 반복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결국 결별했다.

    두 사람은 7일 낮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회동을 가졌으나 통합정당 지도부 선출 방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지난 5일에 이어 이틀 만에 이뤄진 회동이었으나 켜켜이 쌓인 앙금을 전혀 털어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통합전대 경선룰에 합의하고 오는 11일 전대를 잘 치르자”고 당부했으나 차기 당권주자인 박 전 원내대표는 “마음을 비우고 나의 길을 가겠다”며 거부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회동 이후 “지난달 27일 손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에 관한 내용은 반드시 합의처리하기로 했는데 (경선룰이) 손 대표 측과 ‘혁신과통합’이 밀실에서 합의한 내용대로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오찬에서 이런 것을 지적하면서 결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경선룰은) 나와 합의한 것도 아니고 만장일치도 아니다. 내가 왜 들러리를 서고 이대로 있느냐. 손 대표가 추진하는 대로 잘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시민통합당'과 합의한 ‘대의원 30%, 당원-시민 70%’ 방식의 경선룰에 대해 두 사람간에 전혀 사전 합의가 없었던 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후 입장자료를 내고 “오는 11일 통합을 위한 전대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수임기구를 통해 민주당을 살리고 민주당원을 지켜주는 통합을 해줄 것을 부탁한다. 마음을 비우고 전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전대 보이콧’ 의사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박 전 대표는 “글 그대로이며 다른 의미는 없다. 전대에서 (통합) 결정이 나면 애초 생각대로 (출마)하겠다”고 부인했다.

    손 대표 측은 박 전 원내대표의 호남지역 영향력을 감안할 때 그의 협조 없는 전대가 과연 성사될지 걱정하는 모습이다.

    통합 안건을 처리하려면 전체 대의원 1만2천명 중 절반인 6천명이 출석해야 하지만 지도부 선출같은 흥행요인이 없는 전대여서 성원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손 대표 측 인사는 “전대가 무산되면 통합은 없는 걸로 봐야 한다. 손 대표의 차기 행보에 중대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 대표 측은 “합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했으나 ‘주류 연합군’으로 불릴 만큼 탄탄한 공조를 과시했던 두 사람의 밀월은 이미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내 몫이 70%이고 상대가 30%라도 내 몫 70%를 내주고 30%만 갖는다는 자세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가슴에 새기며 통합 의지를 다짐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