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에 끼어든 ‘희망버스’...좌파 진영의 ‘놀이마당’노사 합의마저 ‘인정할 수 없다’는 좌파 세력의 정체는?좌파 세력과 야당,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에 대한 언급은 없어
  • [부산=전경웅기자] 지난 6월 11일부터 1박2일 동안 한진중공업은 ‘외지 사람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이들은 스스로를 ‘희망버스’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행동에서 ‘한진중공업 직원들을 위한 희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당시 목격자들의 주장이다.

    희망버스, 누가 타고 있을까

    ‘희망버스’는 진보신당의 각 지역 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을 모아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가면서 스스로 명명한 이름이다.

    10여 대의 차량에 나눠 탄 이들은 처음에는 한진중공업 정문에서 조선소내 진입을 시도했다. 경비용역직원들은 그들을 제지했고 이내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러다 그들은 조선소 진입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듯 줄을 지어 담장 밑을 걸어갔다.
    이때 갑자기 내부의 일부 파업 노조원이 사다리를 담에 걸쳐 놓아주었다. 이들은 사다리를 타고 순식간에 공장으로 침입했다. '양동작전'을 구사한 것이다. 처음부터 치밀한 각본과 작전을 짜놓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장으로 난입한 ‘희망버스’ 탑승자들은 정문과 공장을 지키는 경비직원들을 구타하며 몰아냈다. 이들은 공장 앞에서 ‘난장판’을 벌인 뒤 다음날 해산했다. 파국을 피하기 위해 대화기회를 모색하던 회사와 노조 측은 이들의 ‘난장판’에 경악했다. 한진중공업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이 벌인 난장판과 소음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 지난 6월 12일 한진중공업 담을 타고 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평범한 시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6월 12일 한진중공업 담을 타고 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평범한 시민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희망버스’ 측은 여기에 탑승한 사람들이 ‘평범한 시민’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50여 단체가 참여하기로 했다고 한다. 1차 ‘희망버스’ 탑승자는 500여 명이었다. 이 ‘평범한 시민’들은 민노총 조끼를 입고경비용역직원과 다퉜고, 일부는 복면을 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희망버스’에 대한 공지사항 등을 찾아본 결과 이 ‘평범한 시민’들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당원, 민노총, 문화연대,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등의 단체와 노조 활동으로 해직된 사람들, 좌파 인터넷 단체 회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촛불 난동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82Cook’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희망버스’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이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또한 이들의 공지사항을 이메일로 전파하며 도왔다.

  • ▲ 네이버에서 '희망버스'로 검색한 결과. 이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 네이버에서 '희망버스'로 검색한 결과. 이들이 원하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희망버스’에 한진중공업 직원의 ‘희망’은 없다

    ‘희망버스’가 말하는 ‘희망’이란 한진중공업 직원들을 위한 것이었을까. 그들이 올린 ‘참여후기’나 ‘2차 희망버스’ 참여를 독려하는 글들을 보면 ‘85호 크레인’에서 점거 농성 중인 김진숙 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과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 희망’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2차 ‘희망버스 참여 제안문’ 내용 중 일부다.

    “지난 6월 11일 밤 12시 머나먼 부산 영도에서 촛불을 들었던, 가난한 우리는 다시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한국근현대사의 아픔과 절망의 상징인 저 85호 크레인 위에 있는 한 여성노동자를 구하러 갑니다. ‘당신이 희망입니다’ 라고 적혀진 양말 하나씩을 나눠주며, 우리가 떠난 뒤 다가 올 탄압과 고요가 두려워 서럽게 울던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의 아내들과 아이들을 구하러 갑니다.
    십수년간 목 잘려나간 수백만 노동자들, 900만에 이른 이 참혹한 비정규직 시대를 구하러 갑니다. 그 아픔의 현장에서 두 어깨가 축 늘어진 우리들의 ‘소금꽃(김진숙 지도위원을 의미)’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을 구하러 갑니다. 다시는 누구도 함부로 잘려 생의 벼랑에 서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갑니다.”

    <'희망'을 나눠주는 사람들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름, '희망버스' 세력은 '희망' 대신 '폭력'과' 난동'을 선사하고 갔다. 동영상에 그들의 정체가 그대로 나타난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말한다.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 6개월 넘게 불법점거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을 ‘한국근현대사의 아픔과 절망의 상징’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1987년 해직당한 뒤 복직 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까지 받고서도 불복하고 있는 사실은 거론도 하지 않은 채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동일시 하며 ‘구하러 간다’고 말한다. ‘십수년간 목 잘려나간 수백만 노동자들’이라고 선동하며, ‘참혹한 비정규직 시대를 구러하 간다’고 선전한다.

    이 주장만 들으면 ‘노조원’과 ‘비정규직’들은 모두 하루 세 끼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굶어죽는 사람처럼 생각된다. 참가자 한 사람 당 3만 원씩의 회비를 내고 이틀 동안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도 의문이다.

    ‘2차 희망버스’ 무엇을 원하나

    한편 이들이 ‘후기’랍시고 인터넷 등에 올린 글에는 함께 한진중공업에 난입했던 사람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놀았다는 이야기, 경찰을 우습게 보는 이야기, 한진중공업에 대한 이유 없는 불신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겠다’고 이야기하며 어디 놀러가는 것처럼 참가하겠다는 사람들도 보였다.

    현재 좌파 진영은 진보신당과 민노총, 국민참여당 등을 주축으로 ‘2차 희망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희망버스’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문화연대 측의 공지사항에 따르면 오는 7월 9일에는 버스 185대(인원 약 7,400명)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50여 개 단체가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중고교생 단체에게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 2차 희망버스 참가자 모집 웹자보의 일부. 여기에도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 2차 희망버스 참가자 모집 웹자보의 일부. 여기에도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좌파 언론과 일부 야당 의원도 여기에 합세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6월 27일 노사가 조업재개를 합의했음에도 ‘공권력의 개입을 막으러 부산으로 내려간다. 공권력이 개입하면 제2의 부마항쟁을 부를 것’이라며 폭력 대응을 선동하기도 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2차 희망버스’ 참여를 독려하는 기사와 칼럼을 꾸준히 게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 6월 27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서로 합의 하에 조업을 재개한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한진중공업 노조의 해방,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7월 9일 2차 희망버스 때 부산역 광장에서 문화축제를 하니 부산 시민들도 모여 달라’는, 지역 민심을 아예 무시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7조 원 대의 금융 사기로 부산을 분노에 빠뜨린 부산저축은행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는 좌파 진영과 야당이 이미 수습국면에 접어든 한진중공업 노사 갈등에 끼어들어 확대 재생산하려는 것이 과연 한진중공업 노조원과 해직자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