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거짓, 있을 수 없는 상황 설명돼"…동생 기상 씨 관련 "이유 여하 막론하고 부덕의 소치"
  • 《KBS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①[정치·정당]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②[경제·노동] "노동개혁, 노사정위보다 대통령이 직접"
    ③[외교·안보]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곤란… 제재 확고히"
    ④[의혹·해명] 일기까지 공개… 23만 달러 수수설 100% 거짓"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저녁 KBS에 출연해 이른바 23만 달러 수수설과 관련해서는 명쾌하고 깨끗하게 100%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명이 됐다고 자신 있게 설명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저녁 KBS에 출연해 이른바 23만 달러 수수설과 관련해서는 명쾌하고 깨끗하게 100% 사실이 아닌 것으로 해명이 됐다고 자신 있게 설명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본인과 동생 기상 씨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정 매체에 보도된 이른바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설'에 대해서는 반기문 전 총장 본인의 해명과 법률대리인의 기자회견을 통해 명명백백한 해명이 이뤄졌다는 평이다. 한편 동생 기상 씨가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솔직하게 "부덕의 소치"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모든 일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23일 저녁 KBS 1TV와 라디오로 생방송된 〈대선주자로부터 듣는다〉에 출연해 본인과 동생 기상 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른바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과 관련해 반기문 전 총장은 "오늘(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아주 명확하게 100% 거짓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다 설명됐다"며 "이를 계기로 완벽하게 깨끗이 정리됐다"고 자신했다.

    앞서 주간지 〈시사저널〉은 지난 2003년 5월 3일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반기문 전 총장이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베트남 외무상 일행 환영 만찬을 하기 1시간 전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게 된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의혹 보도를 △시간 △장소 △정황 측면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를 지낸 박민식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총장의 서울대 외교학과 후배로,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서 근무했던 경력도 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일 반기문 전 총장의 일정을 볼 때 "반기문 총장은 (만찬이 예정된) 7시에서 10분 전, 빨라도 20분 전에 도착했다"며 "반기문 총장의 당일 행적을 보면 물리적으로 1시간 전인 6시까지 외무부 공관에 도착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받았다는 사람'인 반기문 전 총장만 올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줬다는 사람'인 박연차 회장도 오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박민식 전 의원은 "외교 만찬을 할 때는 먼저 칵테일을 하는데, 만찬 전 칵테일 메인포토에 민간기업인 중 핵심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박연차 명예총영사가 없다"며 "오후 7시 40분에 시작된 디너(만찬) 사진을 봐야 거의 중앙에 박연차 회장이 앉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만찬에 배석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진술을 인용해 "박연차 회장이 당시 가장 늦게 도착을 했다"며 "만찬이 7시 만찬인데 거의 7시 40분으로 지연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마디로 반기문 전 총장이나 박연차 회장이나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가 있기 때문에, 23만 달러 수수 의혹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소적인 측면에서 살펴봐도 해당 주간지의 의혹 보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민식 전 의원은 "구조도를 보고 숱한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한남동 공관에는 사무실이 없다"며 "장관의 개인적인 집무실이든 뭐든 아무 것도 없는데, 존재하지도 않는 장소에서 어떻게 돈을 주나"라고 혀를 찼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저녁 KBS에 출연해 동생 기상 씨가 미국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된 것과 관련해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저녁 KBS에 출연해 동생 기상 씨가 미국 검찰의 수사망에 오르게 된 것과 관련해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백 번 양보해서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 예컨데 만찬장에서 전달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20만 달러면 100달러 짜리로 2000장"이라며 "부피가 상당한 그 돈을 50~60명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은폐되지 않은 장소에서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너무 상식에 안 맞는다"고 일축했다.

    정황상으로 보면, 반기문 전 총장과 베트남 명예총영사였던 박연차 회장은 당시 만찬이 초면이라 돈을 주고받을 수가 없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와 관련해 박민식 전 의원은 반기문 총장의 일기장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보안상의 이유로 국무회의 관련 부분만 가린 채 공개된 반기문 전 총장의 해당 날짜 일기에 따르면, 반기문 전 총장은 "베트남의 이엔 장관 만찬을 주최했다"라며 "손님 중 부산서 사업하면서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인 (공란) 회장을 초청했는데, 이 분은 대통령의 후원자라 그런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고 기술했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불편해하는데도 공식 만찬에서 폭탄주를 돌리라고 강권하고 혼자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등 분위기를 완전히 망쳐버렸다"며 "이런 사람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돌아다니니, 대통령에 큰 누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서술했다.

    여기서 박민식 전 의원은 베트남 명예총영사와 회장 사이의 공란을 가리켜 "일기를 쓰다가 사람 이름을 몰랐던 것"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은 이분(박연차 회장)을 이 때 처음 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반기문 전 총장은 일기장에 이름도 제대로 못 쓸 정도로 그 사람을 인생에서 그날 처음 본 사람"이라며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전혀 없는 친분 관계가 형성이 안 된 사람에게 20만 달러를 받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일기장의 내용은 당시 만찬 배석자들의 진술을 통해서도 신빙성이 뒷받침된다는 지적이다. 박민식 전 의원은 "박연차 회장이 술에 취해서 왔는데, 장관이 와인으로 건배사를 하는데도 중간에 폭탄주를 가져오라고 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는 이야기와 폭탄주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날 KBS에서 "하도 억울해서 일기도 공개한 것"이라며 "거기(일기장)에는 그사람(박연차 회장)에 대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놔서 웬만하면 공개를 안하려고 하다가 언론에 다 공개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46년, 36년 한국과 10년 유엔(에서의 공직 생활을) 남들보다 훨씬 더 주의해가며 아주 깨끗하게 살았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 억울한 생각이 들고,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알 수 없는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본인 관련 의혹이 완벽하게 해명된 것과는 달리, 동생 기상 씨가 해외 랜드마크 빌딩의 매각을 추진하며 중동 왕실 관련 브로커에서 50만 달러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미국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깊이 머리를 숙였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그 (동생 기상 씨와 관련된) 문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부덕의 소치"라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법적 절차에 따라 명명백백 밝혀지는 것"이라며 "동생에게도 법 절차에 따라 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사실대로 밝히라고 말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전 총장은 동생 기상 씨와 형제이기는 해도, 평소 잦은 접촉이 있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몇 년에 한 번씩 (동생 기상 씨가) 뉴욕에 올 때 만났고, 가끔 전화한다"며 "귀국해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