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對美 "한미 관계는 상호호혜 관계, 일방적 조치는 없을 것"對日 "냉철한 역사인식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對中 "사드 타겟은 중국 아냐, 투명한 외교적 설명 필요"
  • 《KBS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①[정치·정당]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②[경제·노동] "노동개혁, 노사정위보다 대통령이 직접"
    ③[외교·안보]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곤란… 제재 확고히"
    ④[의혹·해명] 일기까지 공개… 23만 달러 수수설 100% 거짓"


    '세계 외교의 수장' 유엔사무총장 경력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식견에서 빛을 발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확고한 안보와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하는 대북관을 피력했다. 동시에 미국·일본·중국 등 주변 강국과의 외교에 대한 해결사를 자임해 국민들의 신뢰를 샀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대북 안보 정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대북 안보 정책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안보리 대북제재 확실히 이행해야… 개성공단 재개는 곤란"

    반기문 전 총장은 23일 저녁 KBS 1TV와 라디오를 통해 생방송된 〈대선주자로부터 듣는다〉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안보 이슈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은 계속돼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시해버리면 피해는 우리 국민에게 오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아주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뭔가를 자르는 듯한 단호한 손 동작을 취했다.

    특히 반기문 전 총장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라는 국제적인 틀에 비춰볼 때 당분간 어렵다"며 "안보리에서 채택된 대북 제재가 확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관련국과의 협의를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주장하는 야권의 주요 대선주자들과는 대조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개성공단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언급한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는 결의안 2270호와 2321호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결의안은 △북한 내에서의 은행 지점 신설 금지·기존 영업점 폐쇄 △북한으로 드나드는 화물의 전수조사 △북한 내로의 대량 현금(Bulk Cash) 반입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성공단에 은행 지점을 두지 않으면 입주기업들이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방법이 없다. 임금 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송출되는 원자재와 남한으로 반출되는 상품을 모두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금강산 관광은 송출하는 관광객 1인마다 달러로 북한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현금 반입 금지 규정 때문에 불가능하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재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주장일 뿐인 것이다. 반면 안보리 제재와 국제사회의 공조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반기문 전 총장의 식견은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였다는 지적이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한미 간의 통상 마찰 가능성에 관한 자신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한미 간의 통상 마찰 가능성에 관한 자신의 전망을 밝히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한미는 상호호혜 관계… 트럼프, 일방 조치 취하지 않을 것"

    주변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혈맹인 한미 관계를 가장 중시하면서 안보 관련해서는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통상 문제에 있어서도 낙관하는 자세를 보였다.

    반기문 전 총장은 "한미동맹 상태가 안보의 주축"이라면서도 "미국에 새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성인 입장으로 알고 있어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통상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 간의 마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한미 관계는 일방적으로 우리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통상도 중국 다음으로 많다"며 "한미 관계는 상호 호혜적이니, 미국이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낙관했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한일 관계, 역사인식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최근 논란을 빚은 위안부 협상에 대한 자신의 평가 등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지위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입장 사이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은 오랫동안 현안이 된 협상에 있어서 완전한 합의가 아니더라도, 그 과정 자체에 환영하는 성명을 많이 낸다"며 "비단 한국과 일본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시리아·남수단·리비아·키프로스도 그 때 그 때마다 환영 성명을 내는데, 이것은 (협상과 합의가) 완벽하기 때문에 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국민으로 돌아와 말씀드리면, 한일 관계는 냉철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위안부 문제는 결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부족한 합의가 되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사무총장 시절 위안부에 대한 일본 내각의 사죄를 요구하는 미국 하원 결의안 121호를 일관해서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2007년 10월 24일 유엔의날을 기념해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콘서트에서는 식순과 함께 일본이 '일본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을 동해(East Sea)로 표기한 이른바 '동해 팜플렛'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해 팜플렛' 사건과 위안부 사죄 결의안 지지 입장으로 인해 반기문 전 총장은 유엔주재 일본 대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상으로부터 항의·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유엔사무총장 10년 동안 중립성이라는 덕목에 일부 의구심이 제기될 정도로 일본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반기문 전 총장이다.

    그런데 정작 귀국한 이후에는 갑자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친일로 매도되는 듯한 형국이니, 반기문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거듭 "억울하다"고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의 갈등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3일 KBS에 출연해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의 갈등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사드, 시진핑과 긴밀한 신뢰 관계에 있는 내가 해결 적임자"

    한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최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사드는 예정대로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갈등을 외교로 풀 수 있다면서 자신이 그 최적임자라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 상태는 고조돼 있다"며 "(사드 배치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는 공격용 무기가 아니고, 타겟이 중국이 아니다"라며 "왜 중국이 반발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는 인적 왕래와 문화 교류·통상 투자에 있어서 한국에만 중요한 게 아니라 중국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유엔사무총장을 하면서 시진핑·리커창·왕이 등 각계각층과 긴밀한 신뢰 관계를 갖고 있는 내가 외교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