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겨냥 "상대방 흠집내는 것은 국민 위한 정치 아냐… 패권정치로 절망"
  • 《KBS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①[정치·정당]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②[경제·노동] "노동개혁, 노사정위보다 대통령이 직접"
    ③[외교·안보]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곤란… 제재 확고히"
    ④[의혹·해명] 일기까지 공개… 23만 달러 수수설 100% 거짓"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KBS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에 뛰어든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KBS 방송 화면 캡처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3일 KBS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에 뛰어든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KBS 방송 화면 캡처

    "우리나라는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비장하게 말을 꺼냈다.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분쟁 지역 대부분을 보고 경험한 그가 대한민국을 보고 꺼낸 감상평이다.

    "세계와 국제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추락했는지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전제한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23일, 먼저 KBS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정치를 하기로 결단한 이유에 대해서 털어놨다.

    그는 "유엔사무총장을 10년 하고 다른 걸 할 수도 있었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정치를 하기로) 결단했다"며 "국민 대타협을 통해 사회대통합을 이뤄 상생의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분쟁을 조정하며 쌓은 경험과 실력을 대한민국 내 국론 통합에 아낌없이 사용하겠다는 뜻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12일 입국한 직후부터 숨가쁜 일정을 보내며 민심을 청취하고 한국에 적응하고 있다. 그는 이날 귀국 후 11일째에 불과했지만 이미 거제·부산·진도·광주·여수 등 국내의 많은 지역과 도시를 둘러봤다.

    손을 세워 양쪽으로 흔들어보이는 제스처까지 사용하며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가 약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라고 단언한 반기문 전 총장은 "국민 간 서로 분열됐고, 이념·지역·세대 갈등이 있다"고 문제를 진단하기도 했다.

    ◆국민 대통합 내세운 潘 "바른정당 창당식에 안간다"

    국민 갈등을 문제로 보고 '국민 대통합'을 키워드로 내세운 반기문 전 총장은 "뜻을 같이하는 어떤 정당이나 사람과도 같이 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그간 중도성향 인사들과 부지런히 접촉했다는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번 만났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의 회동이 있었는지 묻는 말에 대해서는 "중요한 대화는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것을 양해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다만 "정당과 연대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바른정당 창당식에 가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반 전 총장은 최근 바른정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한 언론사의 보도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해당 기사에는 반기문 전 총장이 '당 대 당'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러나 일단 바른정당으로 입당한다면 당적이 자유로운 현재에 비해 외연 확장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감안하면, 반기문 전 총장의 구상은 더 큰 그림에 무게가 실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정치세력과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후보가 된 뒤에 당의 지원을 받는 쪽이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치를 하려면 정당 세력이 있긴 있어야 한다"고 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에 날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저의 당선이 곧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지적은 전혀 관계가 없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꼬집었다. ⓒKBS 방송 화면 캡처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에 날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저의 당선이 곧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지적은 전혀 관계가 없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꼬집었다. ⓒKBS 방송 화면 캡처

    ◆문재인에는 날 세운 潘…反文으로 모여라!

    반기문 전 총장은 비록 국민 대통합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는 비판을 쏟아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 반기문 전 총장에 여러 비난을 가했다. 반기문 전 총장이 제3지대를 형성하는 그림이 자신의 대선에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전남 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어떤 식으로 포장하고 화장해도 빅텐트, 제3지대, 개헌연대 등은 정권 교체가 아닌 새누리당 정권의 연장"이라며 "반 전 총장의 당선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고 이명박 정권의 부활"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14일에는 "정치교체는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라는 말도 했다.

    이같은 반응에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일각에서 내가 당선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연장이라는 지적을 하는데, 이것은 전혀 관계가 없는 논리의 비약"이라며 "나는 정치에 이제 발을 들여놨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유엔사무총장으로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이야기하지만 나는 새로운 사람이다. 정권교체에도 해당이 안 된다"며 "정치교체를 하지 않고서는 제왕적 권력을 가지고 거의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초 반기문 전 총장이 개헌을 매개로 문재인 전 대표의 세력을 고립시킬 수 있으리라 보는 시각이 있었다.

    개헌에 반대하며 버티는 문재인 전 대표와 그가 '개헌 대 반개헌'의 구도로 엮인다면 반기문 전 총장 쪽에 승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은 이날 선거제도 개편 등 개헌이 뒷받침돼야 하는 내용을 언급한 바도 있다. 그의 문재인 전 대표 관련 발언 역시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상대방을 흠집 내겠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다"라며 "패권정치로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 한 몸 바쳐서라도 통합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