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리로 들뜬 분위기 속 겸손한 자세 보이려 말단 당직자까지 노력했지만…
  •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그는 지난 26일 워크숍에서 경제 관련 강연을 들은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를 모를 것 같다"고 비꼬는 말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그는 지난 26일 워크숍에서 경제 관련 강연을 들은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를 모를 것 같다"고 비꼬는 말을 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26일~27일 양일간의 워크숍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말실수로 빛이 바랬다.

    지난 4.13 총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38석이라는 화려한 승리를 기록한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당선자들이 모인 워크숍 자리에서 총선 승리에 한껏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은 워크숍 첫날 만찬회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검사 출신 한 의원은 "마시고 죽자!"를 건배사로 외치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나 당내 전반에서는 총선에서 이긴 것에 취하지 말고 대선까지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같은 만찬회 자리에서 한 의원은 이 기세대로 나아가 대선에서도 승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기세 이기자!'를 건배사로 제의하기도 했다. 현재 승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또 다른 한 의원은 기자들에게 "국민의당이 (비록 총선에서 이겼다고는 하지만) 신생정당이니 기존 거대 정당과 같은 잣대로 들이대면 아직 부족해 보이는 점이 많을 것"이라며 "당장 한꺼번에 바꾼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바꿔나갈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한 당직자는 "술자리가 길어지면 사건·사고가 터질 수 있어 들뜬 분위기가 우려된다"면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당직자들은 좀처럼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근처에 서서 주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당직자들이 실수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는 이유로는 새누리당 워크숍보다도 기자들이 많이 몰리면서 갑자기 높아진 관심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갑작스럽게 높아진 관심과 들뜬 분위기가 맞물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당내 경선을 통해 갈등을 보여주는 대신 박지원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장일치 추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건·사고와 갈등이 표면화되는 모습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고는 안철수 대표의 입에서 터졌다. 말단 당직자까지 철저히 단속했지만, 최고 수뇌부에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전날 안철수 대표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강연 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를 모를 것 같다.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다"는 발언을 했다.

    같은 자리에서 옆에 앉은 천정배 공동대표에는 주어를 생략한 채 "경제를 너무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있어서, 고집만 세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는 안 대표가 앞서 워크숍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오늘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국장단을 만났다. 다행한 일"이라며 "민심을 가감 없이 듣는 기회가 됐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넨 것과 배치되는 언행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27일 김경록 대변인은 "양적 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며,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면서 "그런 위기 인정과 책임지는 자세는 보이지 않으면서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하다는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의 해명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훈수를 그대로 옮겨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당시 강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정책능력이 없는 정당"이라면서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양적 완화를 이야기했을 때 받았어야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결국, 총선승리의 기쁨을 절제하는 모습을 애써 보여주려 했던 국민의당의 노력을 안 대표가 수포로 만든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