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B씨 “박원순 아들 명의 엑스레이 피사체, 동일인 아니다”
  •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피고인과 변호인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핵심쟁점으로 하는, 양승오 박사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피고인과 변호인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병무행정의 허점을 이용한 병무비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 전 병무청 징병검사의 B씨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돼, 병무청에서 일했던 징병검사의 출신 의사 B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병무청 신체검사 절차 상 허점을 지적하면서 “병무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증언했다.

    B씨는 박주신씨 명의의 허리 MRI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골수신호강도’를 기준으로, 피사체의 연령대를 30대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런 의견은 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양승오 박사(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핵의학과 주임과장)의 주장과 상당히 유사하다.

    나아가 B씨는 주신씨 명의의 흉부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극상돌기 배열 형태에 대해서도, 양승오 박사와 동일한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병무청 징병검사의 출신 의사가, 공개적으로 병무비리 발생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의 진술은, “병무청과 검찰 등 국가기관이 이미 6번이나 검증을 끝낸 사안”이라며, 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박원순 시장 측의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20일,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10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서울지방병무청 소속 방사선사 A씨와, 병무청에서 징병검사의로 재직했던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A, B씨에 대한 질문은 주신씨가 재검을 받을 당시, 피검자에 대한 본인여부 확인을 제대로 했는지, 병무청의 신체검사 절차 상 병무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지에 모아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서울지방병무청의 징병검사 과정과 관련돼 “징병검사의와 병역브로커에 의한 병역비리가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 서울지방병무청 CT검사실 모습. 입구 바로 앞에 화장실이 위치해 있어 외부인이 무단으로 검사실을 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차기환 변호사 제공
    ▲ 서울지방병무청 CT검사실 모습. 입구 바로 앞에 화장실이 위치해 있어 외부인이 무단으로 검사실을 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차기환 변호사 제공

    B씨에 따르면, 피검자가 서울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모두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경비업체 직원이 지키는 곳은 1번 출입구뿐이다. 나머지 2, 3번 출입구로는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하다.

    B씨는 병무청의 수검자 본인 여부 확인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증언도 했다.

    이날 증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병무청의 수검자 본인여부 확인은 임시식별카드와 인식기 및 모니터를 통해 이뤄진다.

    수검자가 인식기에 임시식별카드를 대면, 얼굴사진이 모니터에 뜬다. 모니터를 통해 담당직원은 수검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에 표시되는 수검자 얼굴사진 크기는, 가로 세로 3cm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때문에 이 사건 피고인들은, “수검자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하게 이행했다”는 병무청의 주장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병무청 담당직원이 사진을 일일이 대조하지 않았다는 검찰기록도 있다.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병무청 방사선사는 모니터에 뜬 사진과 실제 수검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징병검사의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차례 병무비리를 적발해 사법처리한 적이 있다”며, “병무행정의 약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병무비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B씨는 “다른 사람이 검사를 받는 수검자 본인처럼 행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당시 병무청 신체검사 과정의 허점을 지적했다.

    B씨는 박주신씨 명의의 MRI 및 엑스레이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 박주신씨 명의 공군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상에 나타난 극상돌기 차이점. ⓒ 차기환 변호사 제공
    ▲ 박주신씨 명의 공군 엑스레이(왼쪽)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상에 나타난 극상돌기 차이점. ⓒ 차기환 변호사 제공

    재판부는 해상도가 높은 MRI 원본인 다이콤 파일(DICOM)을, 법정 대형화면에 띄웠다. 이어 재판부는 B씨에게, 주신씨 명의의 허리 MRI 사진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

    B씨는 “임상적으로 판단할 때, 박주신씨 명의 MRI에서 볼 수 있는 골수신호강도는 30대 이후 소견과 비슷하다. 이 MRI를 본 대부분의 의사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박주신씨 명의 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 엑스레이에 대해서도, 이 사건 피고인들의 주장과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 양승오 박사 재판 피고인들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왼쪽부터)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 재판 피고인들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왼쪽부터)공군-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특히 B씨는 촬영 자세나 각도를 의도적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주신씨 명의의 공군-비자발급용 엑스레이와 자생병원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군, 비자발급 엑스레이는) 흉추 1번과 경추 7번의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 있다.

    촬영 자세나 조사각도를 의도적으로 조정해, 흉추 1번 극상돌기가 정면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해도, 경추 7번 극상돌기는 환자기준으로 왼쪽 방향을 향해야 한다.

    그러나 박주신씨 명의 자생병원 엑스레이는 그렇지 않다.”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엑스레이는 모두 3개가 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자생병원 엑스레이에 대해, 대리신검자의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들은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촬영한 엑스레이와 주신씨가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엑스레이는, 주신씨 본인의 것이 맞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①석회화 현상, ②극상돌기 방향, ③흉곽의 형태, ④기관(氣管)의 뻗은 모양 등을 근거로,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공군-비자발급용 엑스레이 속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는 유의미한 차이점이 발견된다면, 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검사는 이 사건 피고인들의 견해를 반박한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강흥식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박주신씨 명의의 비자발급-자생병원 엑스레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갈비뼈의 쉘로우 넛칭(shallow notching, 얕은 홈) 현상’에 대한 B씨의 견해도 물었다.

    B씨는 이에 대해 “(강흥식 교수가 지적한 현상은) 갈비뼈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며, 이것(쉘로우 너칭) 만으로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답했다.

    앞서 17일 열린 9차 공판에서, 검찰은 “강흥식 교수가 박주신씨 명의의 비자발급-자생병원 엑스레이에서 발견한, 12번째 갈비뼈의 쉘로우 넛칭(shallow notching, 얕은 홈) 현상은 두 피사체가 동일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승오 박사는 “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상에서 나타나는 쉘로우 넛칭 현상은 비교적 흔한 것이며, 갈비뼈는 동일인 판단 여부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서울병무청 방사선사 A씨는, 모든 수검자에 대해 본인 여부를 철저하게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병무청에서 수검자를 대상으로 발급하는 ‘나라사랑카드’를 인식기에 대면, 수검자의 얼굴 사진과 전담의의 진단 내용이 표시된다”며, “수검자 신분 확인 등에 대한 매뉴얼이 있으며,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모니터에 표시되는 수검자의 사진 크기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김기수 변호사의 질문에, “가로, 세로 5~7cm정도 된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가 아닌, 2011년 기준으로 말해 달라”는 차기환 변호사의 지적을 받고, “3~4cm정도 될 것”이라고 답변을 수정했다.

    박진식 변호사는 검찰수사기록을 근거로 A씨가 모순된 증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증인은 나라사랑카드를 인식기에 찍어, 인적사항만 확인할 뿐, 신분증과 실제 얼굴을 대조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른 수검자들의 얼굴은 대조하지 않다가, 박주신씨에 대해서만 확인했다는 것이냐”

       - 박진식 변호사


    이에 A씨는 “수검자는 나라사랑카드와 신분증을 같이 소지해야 한다”며 “카드가 있어야만 접수를 할 수 있고, 사진이 모니터에 표시되므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증인으로 소환된 박주신씨의 출석에 대비해, 법정에 이동식 치아 파노라마 엑스레이 기기를 설치하고, MRI를 구비한 대형 병원 등에 촬영 예약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박주신씨가 법정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이동식 엑스레이 기기는 이날 오후 늦게 철수됐다.

    피고인 중 한명인 이모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2012년 2월 22일 당시에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박주신씨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공개신검’을 가져,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다음에 예정된 박주신씨의 증인출석 기일에도 이동식 엑스레이 기기 등을 설치해, 이번에는 확실히 의혹을 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12월 22일 박주신씨를 다시 소환하기로 하고, 서울시장공관으로 증인소환장을 보낼 예정이다.

  • 영상의학전문의인 양승오 박사(사진 왼쪽)와 그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영상의학전문의인 양승오 박사(사진 왼쪽)와 그의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 2012년 2월 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장면. ⓒ 사진 서울시 제공
    ▲ 지난 2012년 2월 22일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박주신씨 공개신검 장면. ⓒ 사진 서울시 제공

    앞서 영상의학전문의인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 원장 등 시민 7명은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실시한 ‘박주신씨 공개신검’ 직후부터,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승오 박사 등은 주신씨 명의의 MRI 및 엑스레이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주신씨가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방법으로 병무청으로부터 부당하게 병역변경처분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해, 양승오 박사 등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것이 고발 이유였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고발 건은 선관위를 거쳐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2012년 2월 이른바 ‘박주신씨 공개신검’에 참여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진술 등을 근거로, 양 박사 등 시민 7명을 공직선거법 상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다음 공판인 11차 공판은, 12월 15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