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A씨, “대권노리는 박 시장의 정치적 쇼”..서울시 해명 진땀
  •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저녁, 메르스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인 35번 환자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저녁, 메르스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인 35번 환자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1,500여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 뉴데일리DB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 한명이, 1,5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재건축조합 집회에 참석했다며, 정부와 보건당국의 부실 대응을 맹비난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호된 역풍을 맞고 있다.

    박 시장은 4일 밤 기자회견을 전후로 트위터에 “지금부터 서울시 메르스 방역본부장 박원순입니다”라는 글을 올리는 등, 메르스 사태 발생 이후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 A씨(35번 확진자)가 1,565명의 시민들이 모인 재건축조합 모임에 참석했다고 ‘폭로’하면서, 정부의 부실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의사 A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하고, 기자들에게 의사 A씨의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나아가 박 시장은 의사 A씨가 ‘14번 확진자’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 접촉했고, 29일부터 가벼운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31일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했다며, 의사 A씨가 감염확산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의사 A씨와 동석한 재건축조합원 1,565명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리고, 관할 구청을 통해 1대1 관리에 나서겠다며 서울시가 마련한 메르스 대책을 적극 홍보했다.

  • ▲ 4일 밤 박원순 시장이 올린 트위터 게시글. ⓒ 트위터 화면 캡처
    ▲ 4일 밤 박원순 시장이 올린 트위터 게시글. ⓒ 트위터 화면 캡처

    박원순 시장의 발표는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했다. 감염자를 치료한 의사가 감염됐다는 것도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원인이 됐지만, 해당 의사가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박원순 시장은 문제의 재건축조합 모임에 참석한 시민 전체를 잠재적 감염자로 취급하면서,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 권한을 위임받아, 참석자들에 대한 1대1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은, 메르스 공포로 불안에 떨고 있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구원자’의 모습을 각인시키는데 손색이 없었다.

    반면, 가뜩이나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보건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날이 밝으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목한 당자사인 의사 A씨가 일부 매체와 연이어 인터뷰를 하면서, 박원순 시장의 발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

    의사 A씨는 4일 밤 프레시안에 이어 5일 아침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내가 경미한 증상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재건축조합 집회에 참석했다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A씨는 “대권을 노리는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데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사람을 어떻게 시장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A씨는 박원순 시장이 자신을 의사로서의 직업윤리와 양삼을 저버린 사람처럼 표현했다며, 박 시장의 기자회견은 “국민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의사인 내가 마치 전염병에 대한 기본도 망각하고 돌아다닌 것처럼 발표하고, 박 시장은 마치 구원자처럼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대권을 노리는 박 시장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의 4일 밤 대국민 브리핑은 국민 불안감을 조성시키는 행위이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예전부터 질병이나 전염병을 잘 모르는 정치인들이 그걸 악용해왔고,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시장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

       - 의사 A씨(35번 확진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씨는 자신이 메르스 증상을 처음 인식한 것은 31일이었고, 그 직후 바로 집에 돌아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면서, 박 시장의 발표 핵심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앞서 박 시장은 “의사 A씨가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보였지만, 31일 1,500여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행시에 참석해, 시민들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됐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A씨는, “서울시는 내게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도 하지 않고, 마치 내가 메르스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닌 것처럼 브리핑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자신이 ‘14번 확진자’를 병원 응급실에서 접촉했다는 박 시장의 브리핑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14번 확진자가 누구인지, 당시 응급실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다만 “색전증 시술이 급히 필요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응급실에 40분간 머무른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재건축조합 참석자 모두에 대해 1대1 관리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박 시장의 발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의 발표내용을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고 정의하면서, ”전문가를 두고 자기 행정 조직 내의 사람들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의사의 직업윤리와 양심을 지켰음에도,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인격을 훼손했다며, 불쾌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의사로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행동했는데, 박 시장의 정치적 쇼와 브리핑으로 내 인격이 훼손되고 너무 상처받았다.”

       - 의사 A씨(35번 확진자) 조선일보 인터뷰

    박원순 시장의 브리핑에 대한 반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박원순 시장의 4일 밤 브리핑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문형표 장관은, 정부가 35번 확진자에 대한 정보를 서울시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박원순 시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지난달 31일 해당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공유하는 단체 정보공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반박했다.

  •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 사진 연합뉴스
    ▲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 사진 연합뉴스

    문형표 장관은 “지난 3일 이 환자와의 접촉자에 대한 관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와 실무회의를 열어 긴밀한 협의도 했다”고 덧붙였다.

    문형표 장관은 의사 A씨가 참석한 재건축조합 행사와 관련해서도, “서울시에 행사 참석자 명단 확보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고, 해당 조합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강제집행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의 4일 기자회견은, 우군인 좌파진영에서도 비난을 받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박 시장의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박원순 시장의 부절적한 처신을 지적했다.

  • ▲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트위터 게시글. ⓒ 트위터 화면 캡처
    ▲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트위터 게시글. ⓒ 트위터 화면 캡처

    진중권 교수는 박원순 시장이 “상황의 심각함을 잘 알면서도 눈앞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충 쉬쉬하고 넘어가려다가 일을 키운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왜 서울시장이 나서서 해야 하나?

    여러 정황을 보니 상황의 심각함을 잘 알면서도 눈앞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충 쉬쉬하고 넘어가려다 일을 키운 듯.”

       - 진중권 동양대 교수 트위터.

    메르스 구원자임을 자처한 박원순 시장의 한밤 중 기자회견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면서, 서울시는 5일 오전 서울시 보건기획관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의사 A씨가 29일부터 경미한 증상을 앓고 있었음에도, 31일 대규모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힌 박원순 시장의 4일 밤 기자회견과 관련돼, “어제 서울시가 발표한 35번 환자와 관련된 모든 기록과 정보는 전적으로 보건복지부로부터 4일 저녁 8시에 통보받은 내용에 근거한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 발언을 둘러싼 논란의 책임을 보건당국의 탓으로 돌렸다.

    나아가 서울시는 “35번 환자의 말처럼 보건복지부의 통보내용에 사실과 다른 것이 있다면. 보건복지부 역학조사 결과의 객관성 여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거듭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서울시는 “35번 환자가 강제격리 상태에서 돌아다녔다는 내용의 발표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 4일 밤과 달리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보건복지부가 역학조사 결과를 4일 밤 8시가 돼서야 전달했다며, 정부의 비협조 부분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35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참여한 정보공유 SNS를 통해 공유했다는 문형표 장관의 반박에 대해서는, “시 역학조사관은 서울시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중앙역학조사단의 일원으로 서울시에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의사 A씨에 대해 왜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35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에 대한 관리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시 실무진과 대책협의까지 했다는 문형표 장관의 반박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파문이 커지면서 박원순 시장 발언과 관련된 공식 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과 함깨 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인 이헌 변호사는, “박원순 시장 발언 파문과 관련돼 피해를 입은 의사 A씨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 등을 비롯해, 공익소송 착수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