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몰고 온 정동영, 지나가는 비에 그칠까 정계의 태풍될까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30일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출전자 명단은 확정됐지만, 선거 구도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새누리당 오신환·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국민모임 정동영·정의당 이동영·구 통진당 이상규·무소속 변희재 후보 등 유력 후보만 여섯 명에 달하는 가운데, 빅6 후보의 중간 판세를 점검해 본다.


  • ▲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 맑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화창한 날씨다. 국민모임 정동영 위원장의 출마에 따라 선거 판세가 1여 다야(一與 多野)로 정리돼, 그러잖아도 유리했었지만 한결 더 유리해졌다.

    빅6 중에서도 오신환·정태호·정동영 3자가 한층 더 유력 후보인데, 오신환 후보는 지금까지 발표된 관악을 여론조사에서 가상 양자대결이든 삼자대결이든 다자대결이든 선두를 놓친 적이 없다.

    이군현 사무총장은 30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솔직히 선거는 구도 싸움이다보니 (정동영 위원장의 출마로) 새누리당이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신환 후보 본인도 31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출마 환영의 속내는 야권 분열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꼭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신환 후보가 당선되게 되면 '오브라더스'라 불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계 복귀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훈 전 시장은 26일 열린 오신환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자신이 민선 4기 서울시장을 하고 있을 때 오신환 후보가 서울시의원이었던 인연을 소개하고 시장 시절 관악을 지역에 많은 공을 들였던 점을 상기시키며 오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 : 흐림

    관악을에서만 내리 5선을 한 같은 당의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정태호 후보는 이번에 드디어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완주할 기회가 생겼지만, 전망에는 구름이 잔뜩 껴 있다.

    정태호 후보는 2008년과 2012년 총선에서 관악구청장을 두 번 역임한 김희철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게 패해 총선 완주에 실패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관악문화관에서 열린 김희철 전 의원과의 세 번째 경선에서 비로소 0.6%p 차이로 신승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지역 조직이 입은 내상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해찬·한명숙·노영민·진성준·김현 의원 등 친노가 총력 지원한 정태호 후보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권노갑 상임고문 등 비노가 총력 지원한 김희철 전 의원이 정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역 정치권에서는 김희철 전 의원 편에 섰던 비노 조직이 오신환 후보 쪽으로 돌아섰다는 말, 국민모임 정동영 위원장 쪽으로 합류했다는 말 등이 무성하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정무특보를 맡았을 정도로 직계인 정태호 후보의 선거 당락은 출범 50여 일이 지난 문재인 체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 폭우

    위력을 입증했다. 정동영 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한 30일, 종합편성채널(종편)은 마치 '정동영 채널'로 보일 정도로 하루 종일 정 위원장의 출마와 그에 따른 여파를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출마까지 이르는 과정에도 '밀당'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는 분석이다. 전직 대선 후보다운 노련미가 엿보였다는 평이다.

    하지만 출마를 계기로 이제 더 이상 그러한 전략으로 자신의 주가를 올릴 수는 없게 됐다. 이제는 당선으로 자신의 실제 파괴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답이 없다. 만일 오신환·정태호 후보에 이은 3위에 그치거나 득표력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친다면 정계 은퇴로까지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본인은 "밀알이 되겠다"지만, 씨 뿌리고 1년 뒤에 거두는 농사와 같은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고작 29일 안에 승부를 내야 한다.

    한바탕 지나가는 소나기로 끝날 것인지, 정계의 태풍 같은 존재로 거듭날 것인지가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달렸다.


  • ▲ 정의당 이동영 후보. ⓒ연합뉴스 사진DB
    ▲ 정의당 이동영 후보. ⓒ연합뉴스 사진DB

    ◆정의당 이동영 후보 : 일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정의당 이동영 후보가 무대에서 내려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민모임과 정의당은 일찍부터 교감을 갖고 이번 보궐선거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중장기적으로 양당은 합당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영 후보가 관악구의원 시절의 의정 활동 평판이 나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유권자 사이에서의 인지도가 정동영 위원장에게 훨씬 못 미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국민모임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한다면 전국적인 인물인 정동영 위원장을 내세울 것이 확실시된다.

    후보단일화가 될 경우 이동영 후보는 정동영 위원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 위원장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로부터는 "지역 주민들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사람",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로부터는 "떳다방 정치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러한 정동영 위원장의 약점을, '두 동영 합체'를 통해 구의원 출신인 이동영 후보가 보충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구 통진당 소속 전 국회의원이었던 무소속 이상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구 통진당 소속 전 국회의원이었던 무소속 이상규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구 통진당(무소속) 이상규 후보 : 무풍

    바람 잘 날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바람이 없다. 바람에 시달리지도 않지만, 바람이 불지도 않는다.

    구 통진당의 해산으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구 통진당 소속이었던 무소속 이상규 후보는 당초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그의 주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묵묵히 주민들을 만나며 돌아다니고 있지만, 직전까지 이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양새다.

    자신의 선대위원장 출신이었던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향해, 또 구 통진당 해산과 의원직 상실에 반대했던 정의당을 향해 "그렇다면 함께 나를 당선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외치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대로라면 이상규 후보가 유의미한 득표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도, 손을 내밀지도 않아 부득불 선거 완주는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받는 15%는 물론 반액을 보전받는 10%를 넘기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의 냉정한 평가다.


  • ▲ 애국시민단일후보로 추대된 무소속 변희재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애국시민단일후보로 추대된 무소속 변희재 후보.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무소속 변희재 후보 : 안개

    전력이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타 후보 진영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전력과 파괴력을 가늠치 못해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타 후보를 상대로 거침없이 논리적인 공격을 가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악을 주민들을 상대로 추천서를 받기에 여념이 없을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후보 자신의 패기와 열의는 강점이지만, 선거사무소에 준비된 인력이 부족하고 후보 본인도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처음이라 준비가 더디고 스타트가 늦은 것이 약점이다. 심지어 주요 후보 중 30일에야 출마 선언을 한 정동영 위원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아직까지 선거사무소에 현수막을 내걸지 못한 후보이기도 하다. 지난 29일 변희재 후보와 만난 정의당 이동영 후보도 "왜 아직까지 플래카드를 내걸지 않느냐"며 이 점을 궁금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빠르게 선거운동의 페이스를 끌어올려 선관위 여론조사에서 5%가 넘는 지지율을 획득해, 자신이 장기로 삼고 있는 TV토론에 출연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변희재 후보는 이 점에 있어서는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변희재 후보는 "지금 (지지율) 2~3%로 시작하면 본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5%를 넘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관악을 여론조사는 변희재 후보를 응답 선택지에 반영한 것이 없는 관계로, 변 후보의 현재 지지율 또한 안개 속에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