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부터 4개월 동안 국방부, 육사 교수 등 전문가 조사사격통제장치가 방아쇠 신호 잘못 받아들여 총 안에서 폭발
  • 그동안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던 K-11 복합소총이 ‘전량 리콜’된다.

    방위사업청(청장 노대래)는 “2011년 10월 육군 모 사단에서 K-11 복합소총의 야전 운용성 평가 도중 발생한 총기 폭발사고의 원인조사 결과 사격통제장치와 격발장치, 탄약 기폭장치 프로그램의 복합적 문제로 드러났다‘고 2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방부 관계자와 육사 교수 등 전문가들을 포함한 특별감사단을 구성해 2011년 10월 21일부터 2012년 2월 25일까지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 ▲ 방사청에서 '전량 리콜'을 결정한 K-11 복합소총. 처음 나올 때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 방사청에서 '전량 리콜'을 결정한 K-11 복합소총. 처음 나올 때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방사청은 “감사 결과 이번 폭발 사고는 20mm 지능형 공중폭발탄을 사격할 때 방아쇠를 살짝 당겼는데 이것이 ‘발사했다’는 전기신호로 받아들여져 공중폭발탄의 칩에 전달되면서 오류가 생겨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K-11 복합소총에서 20mm 지능형 공중폭발탄을 발사하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레이저로 적과의 거리를 측정한 뒤 발사하면 ‘몇 미터 날아가 터져야 한다’는 정보가 공중폭발탄 속의 칩에 전달된다. 정보를 받은 공중폭발탄은 발사돼 적을 향해 날아가면서 전기식 뇌관을 움직이며 회전을 시작한다. 이후 목표에 도달하면 공중폭발탄 내부의 충격 센서가 작동, 적의 머리 위에서 터진다.

    방사청에 따르면 이번 폭발 사고는 총을 쏘는 사람이 방아쇠를 살짝 당겼다 놓을 때 사격통제장치에서 이것을 ‘발사한 것’으로 간주해 지능형 유탄으로 정보를 전달했다고 한다. 사격하는 사람은 총이 이미 ‘발사된 것’으로 본다는 점을 모르고 또 레이저 거리 측정을 하다 탄약이 폭발한 것이라고 한다.

    방사청은 “방사청은 이미 도입된 K11 복합형 소총 246정은 전량 리콜 해서 생산업체에 격발장치 설계 변경과 사격통제장치, 탄약 기폭장치의 프로그램를 수정해 전자기파 간섭에 의한 오작동 요인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또한 방아쇠를 건드릴 경우 사격통제장치 내에 ‘격발완료’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바꾸고, 기존에는 방아쇠를 건드리면 바로 발사된 것으로 간주하던 프로그램도 실제 공중폭발탄을 발사할 때의 충격을 감지해야만 ‘발사’로 인식하도록 바꾸겠다고 한다.

    방사청은 또한 이번에 조사한 폭발원인 외에 야전운용부대에서 보완을 요청한, 영하 20도 이하에서 건전지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K-11 복합소총은 사격통제장치가 있어야만 발사가 가능. 때문에 건전지 성능이 떨어지면 사용불가) 등은 시급성과 기술수준을 고려해 6월까지 개선하고, 우천 시 레이저 투과율이 낮아 사거리 측정이 제한되는 것도 기존의 다이오드 레이저 방식을 칩 레이저로 바꾸는 등 추후 성능개량을 추진할 때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2011년 10월 야전 운용성 훈련 중 총 안에서 폭발한 문제의 20mm 지능형 공중폭발탄.
    ▲ 2011년 10월 야전 운용성 훈련 중 총 안에서 폭발한 문제의 20mm 지능형 공중폭발탄.

    방사청은 이번 폭발에 대한 개선책과 오는 6월까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개선한 뒤 성능입증시험과 기술검토위원회 확인을 거쳐 재전력화 재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방사청은 “이번에 사고가 난 K-11의 경우에는 특별한 케이스”라며 K-11를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방사청은 “보통 격발센서가 단단하게 고정돼야 하는데 이번에 사고가 난 소총은 약간 유격이 있었다. 유격이 있는 소총에서 40~50번 방아쇠를 미세하게 당겼을 때 한 번 정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11 복합소총을 채용하고 운용 테스트를 할 때 안전장치에 대해 소홀한 부분은 없었다. 공수훈련과 총기 낙하 테스트 등 야전에서의 테스트는 모두 거쳤다”고 밝혔다.

    K-11 복합소총은 2011년 4월부터 배치될 예정이었다. 배치 직전 국방과학기술연구소, 방사청 등은 ‘세계 최초의 복합소총’ ‘세계 최고의 성능’ 등을 자랑했다. 하지만 6.1kg의 무게와 1정 당 1,537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논란이 됐다. 이어 실전배치를 전후해 사격통제장치와 지능형 공중폭발탄, 소총 자체의 내구성 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1년 넘게 배치가 연기됐다.

    K-11 복합소총의 사격통제장치는 군 광학장비 대부분을 공급하는 이오시스템, 소총 몸체는 S&T대우(舊대우정밀)이, 지능형 유탄은 한화에서 맡아 제작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생긴 부분은 세 업체 모두 관련이 있다고 방사청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