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인근 골목상가를 방문, 친서민 행보를 가동했다. 이 대통령은 상가 곳곳을 훑으며 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 물건을 사는 등 특유의 스킨십 행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상가 방문은 지난해 12월 가락동 수산시장 이후 7개월여만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55분경 이문1동 주민자치센터를 시작으로 약 2시간 20분간 민생 현장을 둘러봤다. 연녹색 티셔츠와 하늘색 점퍼 차림의 이 대통령은 마이크로 버스로 이동해 주민자치센터 공무원들을 격려한 뒤 서예교실 탁구교실에서 수강 중인 주민들과 시간을 함께 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떡볶이집에서 학생들과 함께 어묵을 먹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골목상가를 방문해 떡볶이집에서 학생들과 함께 어묵을 먹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희망근로자'와 '행정인턴'에게 "무슨 일을 담당하고 있느냐"며 일일이 물어보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희망근로자 제도는 생산적이 돼야 한다. 제대로 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민원인들에게도 "우리 (방문) 때문에 뒤에 있나 보다"며 미안함을 표하면서 일일이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내가 20대때 이문동에 살았었다"며 친근감을 나타낸 뒤 공무원들에게 "친절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주민자치센터 4층에 마련된 탁구교실을 찾은 이 대통령은 점퍼를 벗고 직접 주민들과 탁구경기를 벌였다. 한 주민의 "한게임 같이 쳤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주민 3명과 복식경기를 펼쳤다. 이 대통령은 첫 서브가 실패하자 "'플레이' 선언을 해야 시작하는 거야"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경기에 임했으며 날카로운 서브로 실력 발휘,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또 구립보림어린이집을 찾아 아기들과 '배꼽인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이 대통령을 기다리던 주민 30여명에게 "이 동네 왔다가 들렀어요"라며 인사했다.

    주민자치센터에 이어 한국외국어대 인근 골목상가를 찾은 이 대통령은 먼저 조그마한 구멍가게에 들렀다. 가게에서 '뻥튀기' 과자를 발견한 이 대통령은 "뻥튀기를 보면 틀림없이 사게 된다. 어릴 때 길에서 만들어 팔았었다"면서 직접 집어 주위에 나눠주고 지갑에서 2000원을 꺼내 값을 치렀다. 또 빵집 앞에 멈춰선 이 대통령은 주인이 건넨 크림빵을 받아먹은 뒤 "맛있다. 한 개 팔아줘야겠다"면서 여러개를 구입해 수행원들에게 나눠줬다. 이를 지켜본 주민들이 "나도 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눈치 빠르다"고 웃으며 크림빵을 더 집었다.

  • ▲ '지갑 연 대통령'. 25일 서울 이문동 한 골목상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빵값을 치르기 위해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strong>. ⓒ</strong>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지갑 연 대통령'. 25일 서울 이문동 한 골목상가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빵값을 치르기 위해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새마을금고를 방문해서는 "우리가 소상공인, 자영업하는 분들을 위해 소액대출을 하고 있는데 새마을금고를 활용할 수도 있겠다"면서 "한번 더 생각해서 신뢰받고 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을 맞은 토마토 노점상은 최근 정치권의 공방과 관련, "국회의원들이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걸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통령님 권위가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이 대통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통령은 이밖에도 떡볶이집에서 남자 고등학생들과 함께 어묵을 나눠먹는 등 과일가게, 식품가게를 차례로 찾아 경제위기 속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있는 상인들을 격려했다. 대형마트 업무시간을 제한했으면 좋겠다는 한 상인의 제안에는 "(지켜) 봅시다"라고 답했다.

    상가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상가 상인, 각계 상인대표들과 함께 불낙버섯전골로 오찬을 함께 하며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고통받는 사람이 서민층이며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하더라도 서민이 제일 마지막까지 고통받는다"면서 "그래서 사실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경제위기 극복이) 제일 빠르다고 해도 기업하는 분들이 바로 혜택을 보겠지만 서민들은 앞으로 1,2년 더 고생을 해야 하니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거듭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여의도 금융민원센터에서 일일상담원으로 활동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밥장사하는 분이 사채를 100만원 빌려쓴 뒤 매달 60만원씩 겨우겨우 1년을 갚았는데도 빚이 15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해서 조사를 시켰다"면서 "잊고있었는데 어제 고맙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서울 이문동 한 골목상가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친서민 행보'에 나섰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서울 이문동 한 골목상가를 찾아 상인들을 격려하고 '친서민 행보'에 나섰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외국 순방도 잦은데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한 참석자가 말하자 "나는 대한민국 경제만 좋아진다면 건강도 따라서 좋아진다"며 경제살리기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 시절 고향 포항에서 노점상을 했던 일, 상경한 후 과거 이태원시장에서 환경미화원을 했던 경험 등을 이야기하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민들 고생많다고 말은 하지만 나는 체감하고 있다"며 "내가 환경미화원의 대부"라고 말해 '서민대통령'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장사 안되죠'라고 자꾸 물어본다. 사주지도 않으면서"라며 "(상인들이) 속으로는 '단돈 천원이라도 사주는게 낫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그 심정은 말 안해도 안다. 그래서 재래시장에 잘 안가고, 가게 되면 뒤 따라오는 사람한테 물건을 사서 오라고 시키다 보니 차 트렁크에 물건을 잔뜩 싣고 오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호떡장사를 하는 한 참석자를 언급하며 "호떡 팔아 아이 키우고 대학 보내고 할 것 아닌가. 우리 부모가 그렇다. 우리나라가 잘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면서 "자식 키워 대학보내는 어머니가 세상 어디에 있나. 세계에 그런 부모가 없다. 어머니처럼 그렇게 희생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SSM)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인들에게 이 대통령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식은 안되니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면서 "서울을 권역별로 나눠서 (소상공인과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물건을 팔면 마트보다 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은 "재래시장은 내가 젊을 때보다 별로 발전한 게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그때는 만나서 이야기할 길도 없었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지금은 이야기할 데는 있으니 좋지 않나. 힘내자"고 격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계층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행보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이것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중도·실용' 개념이자 '이명박 다움'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 현장 방문에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