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설치해 녹음한 파일은 증거능력 부정"실체 진실 발견 가치와 인격권 침해 비교해야"
  • ▲ 대법원. ⓒ뉴데일리DB
    ▲ 대법원. ⓒ뉴데일리DB
    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촬영한 사진은 민사소송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이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해서 곧바로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거능력 여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증거능력을 판단할 때 "사건의 내용과 성격,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와 경위,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증거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사건 휴대전화 촬영 사진이 사생활과 관련된 자료인 점은 인정하면서도 "분쟁 양상에 비춰 B씨 등의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이어 "해당 증거는 배우자와 B씨 등의 부정행위 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다"며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던 점을 고려하면 증거 확보의 긴급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B씨 등의 부정행위를 인정하고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차량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로 확보한 대화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B씨 등의 대화를 녹음했다.

    A씨는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보관돼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1월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했다며 B씨 등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차량 녹음파일과 휴대전화 촬영 사진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A씨는 이 같은 증거 수집 과정과 관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