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국뮤지컬협회 제13대 이사장 재선출, 4월 1일 공식 임기 시작뮤지컬산업진흥법 연내 통과 목표…제작비 세액공제 등 추진
  •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공연건수 3402건, 공연회차 4만6072회, 티켓예매수 약 854만 매, 전체 매출은 498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연 매출 5000억 원 시대를 목전에 두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뮤지컬이 마음 놓고 오를 집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13대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으로 재선출되며 새로운 임기를 시작한 이종규 이사장은 "지금이 뮤지컬 산업 도약의 골든타임"이라며, 그 핵심 열쇠로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공공 뮤지컬 전용관 건립, 제작비 세액 공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추진 등을 꼽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선거를 통해 제13대 이사장으로 선출돼 4월 1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임기는 2028년 3월 31일까지다. 그는 인터파크씨어터 대표와 뉴컨텐츠컴퍼니 대표이사를 역임한 현장 전문가로, 2021년 제11대 이사장으로 처음 선임된 이후 이번에 3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뮤지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그간 추진해온 일들의 연속성과 완결성을 위해 한번 더 출마의 뜻을 밝혔고, 협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임하게 됐다"며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뮤지컬산업진흥법이 임기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이사장이 임기 내 가장 강조하는 역점 사업 중 하나는 인프라의 혁신이다. 지난해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창작 뮤지컬 매출(2296억 원)이 라이선스 뮤지컬(2221억 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어워즈 6관왕을 차지하는 등 K-뮤지컬의 저력은 이미 증명됐다.
  •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이 이사장은 "작년 중·소극장 창작 뮤지컬 초연작이 무려 50편 이상 쏟아져 나왔다. 이는 10년 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CJ문화재단 등 공공·민관 기관의 지원 사업이 결실을 맺은 것이며, 업계 창·제작자들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결합된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산업의 화려한 외형과 달리 내부의 '대관 전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창작 뮤지컬이 안정적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공공 전용관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공공 극장은 복합공연장 특성상 뮤지컬에만 대관 기회를 주기 어렵고, 샤롯데씨어터·블루스퀘어 등 민간 전용관은 수익성을 위해 검증된 라이선스나 흥행작 위주로 라인업을 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이사장은 "박물관은 '국립' 시설로만 21개가 있는데, 뮤지컬 관련 '국립' 시설은 하나도 없다"며 "뮤지컬이 K-팝의 뒤를 잇는 국가 전략 콘텐츠가 되려면 '공공 뮤지컬 전용관'이라는 마중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작사가 안정적으로 창작에 몰두하고 관객들은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프라 확충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협회가 추진한 '뮤지컬산업진흥법'은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돼 김승수 의원을 중심으로 업계 의견을 반영해 법안이 마련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024년 6월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이 제출됐으며, 현재 국회 상임위를 거쳐 법안소위 심의 단계에 있다.

    협회는 여야 이견이 적어 연내 본회의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 실태조사 및 통계의 법정화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전문 인력 양성 △저작권 보호 △해외 진출 지원 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 이사장은 "법 제정은 시작일 뿐"이라며 "뮤지컬진흥위원회 출범과 전담기구 지정 등 후속 체계를 제대로 가동해 업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정상윤 기자
    산업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도 제시했다. 특히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해 "제작비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관객의 부담을 외면할 수 없다"며 미국 브로드웨이(25%), 영국 웨스트엔드(40~45%) 수준의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영상 콘텐츠나 e스포츠처럼 조세특례법을 적용해 제작사의 부담을 줄이고 티켓 가격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은 40여년 전 초연됐는데 여전히 많은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뮤지컬은 한 번 터지면 수십 년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장기 지속형 IP 산업이다. K-팝만 세계를 휩쓸라는 법은 없지 않나. 이제 수입 국가에서 수출 국가로 전환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넥스트 K-콘텐츠'의 주역으로 뮤지컬을 키워내겠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대구시 옛 경북도청 터에서 진행되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 사업이 관계 부처 간의 협의 지연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극장(1800석)과 중극장(500석) 중심의 창작·제작 공간과 뮤지컬 전문 자료관, 실습 및 워크숍 공간, 편의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설계됐다.

    그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사업"이라며 "뮤지컬계의 숙원 사업인 이번 건립안이 예산 등의 이유로 축소되거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원안 추진'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조속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