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필리버스터 종료 후 법왜곡죄 처리국힘 "집권 세력엔 면죄부, 반대엔 족쇄"법왜곡죄 이어 재판소원법도 본회의 상정
  • ▲ 사법부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법왜곡죄 신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사법부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한 법왜곡죄 신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판사와 검사가 재판·수사 과정에서 고의로 법을 왜곡하면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이른바 '법왜곡죄(형법 개정안)'가 국회 본회의에서 범여권 주도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반대와 사법부의 우려에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했다.

    국회는 26일 법왜곡죄를 재석 170명 중 찬성 163명으로 가결했다. 반대는 3명, 기권은 4명이었다. 법왜곡죄 신설에 반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여권에서조차 법왜곡죄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곽상언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법왜곡죄 수정에 강하게 반대해 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불참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과 진종덕·정혜경 진보당 의원,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기권했다.

    민주당이 강행한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변조된 증거를 재판과 수사에 사용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형법 개정안 123조의 2항 중 1호(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의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드는 경우)와 3호 일부(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은 법안 상정 직전까지 수정 작업을 했다. 민·형사 관계 없이 법 왜곡 행위에 대해 판·검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한 원안을 '형사 사건'에 한해 적용하도록 수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에 따라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불리하게 만든 경우'는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인 것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아 의도적으로 재판·수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로 구체화해 수정했다.

    아울러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 내에서 이뤄진 법관의 재량적인 판단은 이에 해당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추가했다.

    '논리나 경험칙' 부분도 삭제됐다. '증거 없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거나 또는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는 '적법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수정됐다.

    개정안에는 국가 기밀과 국가 첨단 기술의 유출 행위 등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 외국 등의 지령, 사주 하에 국가 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 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에게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전날 전국 법원장들은 임시회의를 열어 "범죄 구성 요건이 불명확해 고소·고발 남발과 재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회의 입법 강행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의힘도 법왜곡죄를 '사법 통제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정권과 개딸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반대하는 법안들"이라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명백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법조계와 학계는 물론 참여연대와 민변까지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왜곡죄 반대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만희 의원은 "정치권력이 사법의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재판은 더 이상 법과 증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며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는 집권 세력에는 면죄부를 주고 반대 세력에는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법왜곡죄 통과 후 오후 5시4분쯤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상정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4심제 도입'이라는 위헌 논란이 제기돼 왔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서도 오후 6시20분쯤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24시간 뒤 토론을 종결하고 표결에 나설 방침이다.

    범여권은 법왜곡죄를 시작으로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순차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