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APEC서 6년 4개월 만에 만나희토류 vs 관세 무역협상 '빅딜' 여부 주목'관세맨' 트럼프 "가장 먼저 펜타닐 문제 제기"'맷집 키운' 시진핑, 희토류 옥죄기 등 '역공' 전개'세기의 담판' 아닌 급한 불만 끄는 협소한 합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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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무산 위기까지 거론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성사됐다. 두 정상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회담을 갖는다.30일 마주할 두 정상간 만남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이며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이후 6년 4개월여 만이다.미·중정상회담은 이번 APEC에서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이벤트다.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미국의 견제를 뚫고 일차적으로는 역내 패권국, 나아가 글로벌 패권국으로 굴기를 꿈꾸는 중국의 정상이 무역·관세를 둘러싸고 다시 마주하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양국 갈등은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의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그간의 갈등요인을 모두 털어낼 '세기의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장시간 포괄적 논의가 기대된다면서 외형상으로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만,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진 물밑 기 싸움과 실무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의 결말은 예단하기 쉽지 않다.해외 전문가들은 양국이 서로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고 믿고 있는 상황인 만큼 포괄적 합의보다는 일부 사안에 국한된 협소한 합의만이 현실적인 결과일 것으로 보고 있다.미·중간 대립각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눈에 띄게 벌어졌다.대중(對中) 무역적자 해소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유입 차단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관세정책에 그간 경제력과 군사력을 발전시키며 맷집을 키운 중국이 보복관세 등으로 전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맞섰기 때문이다.양국 갈등은 한때 서로를 향해 100% 넘는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 아예 '무역단절' 수준으로 치달았지만, 수차례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시 '휴전'을 이어오고 있다.하지만 최근 중국이 전세계를 상대로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꺼내 들자 미국이 '11월1일부터 추가 100% 관세' 위협 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다시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이번 회담을 앞두고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양국이 글로벌 경제·안보 질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출혈 경쟁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동 결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는 22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우린 함께 많은 문제와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린 이를 기대하고 있다. 뭔가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무엇보다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으로 인한 미국 농가의 타격부터 우크라이나전쟁의 중요 요소인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문제, 나아가 핵 군축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자신감의 근거로 '관세'를 꼽았다.실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농가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있지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펜타닐 문제"라고 강조했다.그는 "(중국이) 펜타닐 때문에 현재 20%의 관세를 내고 있다. 이는 수입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11월1일에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15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지만, 우린 중국이 지속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50423 AP/뉴시스. ⓒ뉴시스
이에 맞서는 중국도 미국의 공세를 버텨낼 탄탄한 체력을 키웠다는 평이다.미국에 허를 찔린 채 끌려다닌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와는 달리 수년간 준비해온 희토류 수출통제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역공을 펼쳤기 때문이다.전체 수출에서 대미(對美)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는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18년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19.3%였던 것에서 대폭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올해 9월까지 1년간 중국의 전체 상품 수출은 8% 이상 늘어났다.무역다변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을 향한 수출이 늘었다. 지난달 중국 전체 수출·입 실적은 시장전망치를 웃돌았다.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올해 미국과의 전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버텨내면서 능숙하게 대응하는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이제 미국만큼이나 효과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보복하는 능력을 갖췄다"며 "자국 중심의 역외 무역규칙 실험을 통해 세계 경제질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컨테이너선에 대한 입항수수료를 부과하자 중국은 미국 선박에 대해 입항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중국은 또 미국 기업들을 겨냥해 반독점 조사 및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14일 한·미 조선협력(마스가)의 상징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한화필리조선소 등 5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위협은 세계 시장을 흔들었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과 유럽 등 제조업 공급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경제력에 대한 노골적인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편, 희토류 통제를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적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평가하며 이는 중국이 경제력을 외교·안보 수단으로 쓰겠다는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중국 담당 이사인 조너선 친은 중국이 희토류 규제를 확대한 것은 "양자 관계의 규칙을 새로 만들겠다는 본격적인 공격"이라고 해석했다.상하이 푸단대 미국문제연구소 우신보 소장은 "중국은 협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믿으며 미국의 압박을 막기 위해 실질적 맞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최근 조치들은 트럼프 2기 미국과의 경제·무역협상에서 중국의 태도가 변했음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
- ▲ 중국 장시성의 한 희토류 광산. 211001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역시 경제에 불안요인이 상당해 미국의 압박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관세뿐만 아니라 반도체나 핵심 소프트웨어 관련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가 강화되며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또한 중국 당국이 발표한 공식 경제성장률은 올해 3분기까지 목표치인 '5% 안팎'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심각해진 부동산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이들과 맞물린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갖은 대책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경제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수출은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도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 역시 당국의 수출기업 지원과 환율 하락, 수출가격 인하에 힘입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중국연구센터의 제럴드 디피포 선임연구원은 분석하기도 했다.결국 미국과 중국 모두 무역전쟁 장기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오랫동안 갈등으로 점철돼 온 미·중 관계를 재정립하고 첨예한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세기의 담판'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당장 시급한 대립요인만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잠정적 타협'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두 정상이 전략물자나 대만, 펜타닐 등 양국간 첨예한 쟁점을 두루 테이블에 올린 뒤 각자 자국에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결과를 챙겨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쉬웨이쥔 화난이공대 연구원은 "양국은 무역불균형에서 공급망 안보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많은 미해결 분쟁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당장 APEC에서 포괄적인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작다"며 "한 번의 정상회의로 모든 기술적·법적 세부사항을 해결할 수 없고, 협상을 다음 단계로 진전시키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