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간사 선임 막고 271차례 '입틀막'"秋, 국민 입 막고 의회민주 붕괴시켜"與, '나경원 방지법' 발의하며 맞불
  •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상임위원회 운영 능력과 국회의원으로서의 품격 논란이 연일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추 위원장이 두 달여 간 271차례 야당의 발언을 막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야권에서는 "국민의 입을 막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통상 국회 상임위원장은 '중재자'로서 자신이 소속된 당에서 벗어나 최대한 공정하게 회의를 이끄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현재 6선인 추 위원장도 이러한 정치 풍토에서 정치인으로서 역량을 키웠다.

    나경원·조배숙·송석준·곽규택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24일 오후 국회에 '추미애 방지법' 법안을 제출했다. 지난 19일 법안 발의를 예고한 지 닷새 만이다.

    이들은 "상임위원장이 야당 의원의 발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거나 강제 퇴장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간사 선임 절차를 명확히 하고, 상임위원장의 자의적 토론종결을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졸속입법방지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추미애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각 교섭단체가 추천한 간사를 위원장이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위원회의 토론종결동의 관련 규정 준용을 제한해 위원장이 임의로 토론을 중단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질서유지권 행사 시 위원장이 의원에게 발언금지나 퇴장명령을 내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아울러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피켓, 노트북 부착 문구 등의 의사표현 수단은 회의 방해물로 보지 않도록 규정해 의원의 표현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제안했다.

    나 의원은 "상임위원장이 사실상 '재판관'처럼 발언을 통제하고, 야당 의원의 토론을 중단시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국회의원의 발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이번 법안은 상임위 운영의 균형을 되찾고, 토론과 숙의의 국회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추 위원장 취임 이후 법사위에서는 총 271차례의 발언권 제한이 있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의사진행발언·신상발언 박탈 189회, 토론권 박탈 후 종결 26회, 토론권 요청 미진행이 56회로 집계된다고 국민의힘은 지적했다.

    아울러 추 위원장은 지난달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나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무기명 투표에 부쳤고, 안건은 다수석인 범여권의 반대로 부결된 바 있다.

    여당은 나 의원의 배우자가 법사위 피감기관장(춘천지방법원장)이라는 '이해충돌' 의혹과 패스트트랙 관련 징역 2년 구형 등을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표결은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야당은 반발했다.

    또한 위원장 중심의 표결 강행 방식이 야당 추천 간사를 거부하고 다수당 주도의 일방 처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협치·절차적 합의가 무시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과정은 국회 전반의 상임위 운영 방식에 선례로 남을 가능성도 있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추미애 방지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회의 운영, 발언권 박탈, 강제 퇴장, 간사 선임 거부 등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붕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맥락에서 발의하는 것이라고 국민의힘은 설명했다.

    나 의원은 "의회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토론의 자유 위에 세워진다"며 "합의 없는 다수결은 폭정일 뿐이다. 이번 졸속입법방지법을 통해 국회가 상식과 헌법의 궤도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추 위원장이 '위원회를 대표한다'는 지위를 정치적 무기로 휘두른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법을 거스르는 범죄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국정감사는 국민의 감사다. 추 위원장은 더 이상 국민의 입을 막지 마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 나경원 등이 지난달 22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 나경원 등이 지난달 22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추미애 방지법을 도리어 "불법 행위를 덮기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국민의힘이 추미애 방지법을 예고하자 보도자료를 통해 "법안 이름만 방지법일뿐 실제로는 폭언과 위력 행사, 회의 파행을 합리화하는 '파행 양성화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추미애 방지법에 맞서 '나경원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의 배우자·직계존비속이 해당 상임위 피감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해당 의원의 간사 선임을 금지하는 등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간사 선임이 부결된 나 의원의 재선임을 원천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전 최고위원은 "간사의 이해충돌 문제를 해소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추미애 방지법은 최소한의 중립과 일방적 회의 진행을 막기 위한 장치인 반면, 나경원 방지법은 특정인 내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주호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2일 KBC 라디오에서 "'나경원 방지법'은 특정인을 막기 위한 혹은 특정인을 내치기 위한 위인설법에 불과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경원 방지법'은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성필 민주당 부대변인은 "추 위원장은 질서유지 차원에서 권한을 행사한 것 뿐이고, 만일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추미애 방지법' 대신 '국회법 155조 개정안'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