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15 대책 후폭풍에 주택시장 안정화 TF 구성세제는 신중론 … 정부 보유세 강화 검토와 엇박자
  •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재명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두고 수요를 과도하게 억누르는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이 이어지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공공주택 공급 강화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두고 정부와 다른 노선을 선택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22일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TF 구성 안건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했다. 정부 대책 발표 일주일 만이다. 당내에서는 이해식·정태호·김영환·박상혁·복기왕·천준호·안태준 의원 등 7명이 TF 위원으로 참여한다.

    당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정부 인사들의 '내로남불' 논란으로 민심이 악화하자 역풍을 피하기 위해 인선에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들을 중심으로 인선했다고 했는데, TF 위원 대부분은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인사들이었다.

    서울 강동구을을 지역구로 둔 이해식 의원은 천호동에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 관악구을이 지역구인 정태호 의원도 신림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배우자 명의의 일산동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 외에 박상혁 의원은 김포, 복기왕 의원은 아산, 천준호 의원은 수유동, 안태준 의원은 광주 송정동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정부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논란과 대비된다. 앞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전세와 대출을 끼고 수십억 원의 자산 이익을 누린 사례가 알려지면서 민심이 들끓었다. 

    특히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불과 몇 달 전 "정부의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발언했지만, 정작 본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판교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에게 '대출을 통한 매수는 투기'라고 경고한 인사가 사실상 갭투자를 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 차관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TF에서 공급 대책에 방점을 찍고 대책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 정책위의장은 전날 "TF는 9·7 대책 후속으로 주택 공급 관련 세부 방안에 역점을 두고, 제도 개선이나 택지 발굴 등에 주력한다"며 "12월까지 시·군·구별 구체적 공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공 주도 주택 공급 확대에 총력을 펴겠다는 입장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추진과 각종 지원안을 담은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노후 도심에서 공공이 주도해 층고 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다. 

    하지만 이같은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은 이미 정부가 발표했던 대책에 포함됐다. 사실상 민주당이 나온 대책에 대한 입법 지원을 하는 것일 뿐 추가적인 공급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공급을 강조하면서도 조세 저항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한 정책위의장은 "10·15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돼 충격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지켜봐야 하고 후속 세제는 전혀 고려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정부는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강화를 시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0·15 대책 발표 당일 삼프로TV에서  "세제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보유세가 낮은 건 분명한 사실이고, 부동산의 안정적 관리에서 세제가 빠질 수 없다"며 "취득·보유·양도세제 전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세 검토 여부에 대해서는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는 원활히 하는 방향이 있다"며 "부동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위한 정책은 세제와 공급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미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보유 부담은 낮고 양도세 부담이 커서 거래가 막히는 락인(lock-in) 효과가 심각하다"며 "팔 때 (부담이) 가벼우면 시장에 매물도 나오고 활발하게 돌아갈 수가 있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된다. 세제 개편에 거리를 두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 강력한 금융 대책 또는 수요 관리 대책을 내놓을 때 세제 조치도 함께 사용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 유불리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보유세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당과 정부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서울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위협하는 게 아파트값 문제다"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