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전작권 환수 위해 협의 진행 예정盧 정부서 기한부 추진…이후 우파 정부서 연기朴 정부 전작권 환수 조건부 변경, 호평받아연합군이 따로 작전권 행사, 사실상 불가능미군에 권한·책임 부여해 한반도 방어 강화해야
  • ▲ 육군 1117공병단은 지난 6월 9일부터 6월 13일까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와 함께 연합 병참선 교량 구축 훈련을 실시중이다. ⓒ뉴시스
    ▲ 육군 1117공병단은 지난 6월 9일부터 6월 13일까지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와 함께 연합 병참선 교량 구축 훈련을 실시중이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위해 미국과 논의에 나선 가운데 현행 전작권 체계가 실제 전쟁에 더 최적화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주권이라는 관점에서 전작권 환수에 정부가 성급히 추진하기보다는,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미군을 어떻게 활용할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은 미국 측과 사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한미 간 계속 논의돼 온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 우리 신정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국방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6일 방미 중 전작권 환수 논의를 거론했다. 위 실장은 "(전작권 환수는) 정부 공약에 포함돼 있다. 추진할 것"이라면서 통상·투자·안보를 한 번에 논의하는 '패키지 딜'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작권 환수는 좌파 정부의 숙원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 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평시에는 우리 군이 직접 지휘하지만,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부의 통제를 받는다. 연합사령부 사령관은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은 한국군 대장이 맡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추진됐다. 2006년 한미정상회담에서 2012년 4월까지 전작권을 환수하기로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2015년 12월로 연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안보 역량 등을 이유로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 개선과 한국군의 대북 억제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위해 3가지 조건을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군이 연합 방위에 필요한 핵심 군사 능력,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핵심 군사 능력은 4개 영역, 25개 대과제를 충족해야 하며, 북핵 및 미사일 대응 능력 또한 마찬가지다. 무기 체계 도입, 정보 생산·수집 능력, 북핵·미사일 탐지 능력,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및 잠수함 대응 능력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미루기 위한 묘수로 평가받았다. 전시 작전권을 미군에 부여함으로써 책임 또한 미국에 커진다는 뜻이다. 이는 미군이 한반도를 방어할 책무를 더욱 강화하고, 한국의 안보적 위상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시에 작전권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등에서 미군이 행사했다는 점도 전작권 환수가 반드시 필요한 조치인지 재고하게 하는 역사적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 전쟁에서는 연합군이 각자 따로 작전권을 행사하며 싸우는 환경은 불가능하다. 연합 작전과 일치된 작전통제권이 필수라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월 북한 미사일총국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하는 모습. ⓒ뉴시스
    ▲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월 북한 미사일총국의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하는 모습. ⓒ뉴시스
    일본도 지난 3월 '통합작전사령부'를 발족했다. 이 사령부는 자위대의 통합 지휘와 미군과의 부대 운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일본은 주일미군을 개편하고,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권 일부를 주일미군에 넘기기로 했다. 양국 간 군사 협력이 통합작전사를 통해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권 침해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며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는 행태는 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역대 정부에서 전작권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결국 환수하지 않은 것은, 그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군사 전문가인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뉴데일리에 "전작권 문제는 우리나라가 미군을 어떻게 활용할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자존심이나 자주권의 관점에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작권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미군이 평시에 우리 훈련이나 진급에 관여하지 않듯, 전시에 훈련된 작전계획을 온전히 발휘하려면 통합된 지휘체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작권 환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정과제로 삼았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해 전작권 환수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전작권 회수를 '조건부'에서 '기한부'로 바꾸자고 주장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과거 우리가 전작권 환수를 연기 요청한 전례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문 전 대통령도 전작권 환수가 결국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전작권을 단순히 주권의 상징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실제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우리가 우리 군의 작전권을 행사한다는 말은 듣기 좋고 보기에도 그럴듯하지만, 실제 전쟁에서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전작권 환수로 인해 주한미군 사령관의 계급이 대장에서 중장으로 낮아진다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방어 역량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