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安 혁신위원장 사퇴 소동으로 자중지란쌍권 응수하며 국민의힘은 '국민의짐' 그 자체서로 '혁신 대상'이라 삿대질하며 감정 싸움안철수와 쌍권 모두 '손해'라는 지적도김문수 도우며 호평받던 安, 도로 제자리쌍권 향해선 "누가 당대표 해도 못 감쌀 것"
  •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히고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당을 쇄신하겠다며 야심차게 띄운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좌초되면서 당내에서는 파국의 책임 소재와 인과관계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적 쇄신 대상을 두고 차기 당권 도전자와 구(舊) 지도부가 삿대질하고 험담하는 모습이 연출되자 당 안팎에서는 희생은 없이 저마다 사심 사익만 두드러진 '국민의짐'은 더는 고쳐 쓰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평마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선 과정에서 원내대표를 맡았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공개했다. 해당 글은 안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을 닷새 만에 고사하면서 자신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주된 내용이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6월 30일, 안 의원은 제 사무실을 찾아와 장시간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며 "당시 안 의원은 혁신위의 비전을 여의도연구원 개혁과 정책 쇄신에 두겠다고 강조하며 전당대회 출마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위 '쌍권'(권성동·권영세)을 표적으로 삼아 인적 청산을 외치면 당대표 당선에 유리하다는 무책임한 제안이 이어졌고, 안 의원은 결국 자리 욕심에 매몰돼 이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 힘겹게 모은 혁신 에너지를 자신의 정치적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권영세 의원도 안 의원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권영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힘든 상황에서 일부 인사들이 자신의 이익 추구를 마치 공익인 양, 개혁인 양 포장하며 당을 내분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무엇보다 혁신위원장이라는 중책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스포트라이트로 삼은 것은 그 자체로 혁신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 ▲ 권성동·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1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권성동·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1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안 의원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당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원을 발표한 직후였다. 안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경선으로 선발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고 시도한 '쌍권'의 인적 청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사퇴 이유로 꼽았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부부와 절연하고 고강도 인적 쇄신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안 의원의 공개 저격에 두 전직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응수하자 당은 더욱 침통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안 의원이 말을 했더라도 당을 이끌던 두 수장이 참고 자중했어야 하는데 굳이 맞대응을 하면서 더 눈에 띄게 돼버렸다"면서 "이제는 어떤 당대표가 오더라도 두 사람을 내보내야 한다는 압력을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한동훈 전 대표 지지자들도,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지지자들도 모두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이 돼 버렸다"며 "여기까지 왔으면 더는 당에 남을 명분이 사라진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안 의원의 손실도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김문수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결국 '철수'의 대명사로 불리는 안 의원이 이번에는 혁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당 체질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 의원이 어렵게 좋은 이미지를 쌓아 놓고 한순간에 모든 걸 날려버린 것 같다"면서 "당대표에 나가면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당원들이 안 의원을 신뢰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들에게 지난 대선에서 진정성 있게 김 후보를 돕던 모습이 완전히 지워지게 됐다. 결국 다 망하는 길로 가는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