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4일간 9개국 정상 회담 진행한일회담선 '셔틀외교 복원' 등 약속"모든 회담, 화기애애 한 분위기서 진행"트럼프와 회동 무산·무기약 아쉬움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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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은 12일 만에 이뤄진 첫 순방 일정을 마쳤다. 주요 7개국(G7) 초청국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1박 4일이라는 촉박한 일정에서도 9개국 정상을 비롯한 EU·UN 등 국제기구·연합체 수장과의 회담을 가지며 국제 외교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다. 취임 후 여유없이 순방길에 오른 것을 고려하면 다자외교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다.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양자회담이 불발되면서 맥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 G7은 본격적인 관세 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 전 '줄라이 패키지'(7월 일괄 합의) 도출이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오는 24~25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의 참석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면서 G7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무산은 더욱 아쉬운 결과로 남았다.19일 오전 1시쯤 이 대통령은 1박 4일간 G7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초 이번 순방은 1박 3일로 예정됐으나 마지막 날 일정이 순차적으로 지연되면서 1박 4일이 됐다.이 대통령은 이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UN, 멕시코, 인도, 영국, EU, 일본, 캐나다 순으로 회담 또는 약식 회동을 가졌다. 17일에는 회원국과 초청국이 참여하는 확대 세션에서 '에너지 안보'라는 주제로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와 인공지능(AI)·에너지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괄목할 만한 성과는 비상계엄 후 혼란스러웠던 국내 정세의 정상화를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알린 점이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7일 캐나다 캘거리에 마련된 대한민국 프레스센터에서 순방 성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한국의 정상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며 "국제사회에 민주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는 정상외교를 더 높은 단계로 강화하는 동시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적극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또한 이날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셔틀외교 복원' 의지를 확인하는 등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로 약속한 것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8일 YTN 라디오에서 "회담 당시 이 대통령은 일본 국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 뒤에는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이는 상대 국가에 대한 극진한 배려가 있을 때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양쪽이 한·일 관계를 풀려는 의지가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특히 회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유머와 친화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제가 30여 년 동안 외교관 하면서 유사한 경우를 많이 겪어 봐서 대비가 됩니다만 이 대통령은 대화를 격의 없이 이끌어가는 그런 면모가 있다"며 "거의 모든 정상과의 대화가 아주 자연스럽고 원만했다. 많이 웃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반면 실속이 없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귀국으로 인한 한미 정상회담 무산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애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오후 양자 회담을 계획했다. 경제 중심의 국제협의체인 G7 특성상 미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유예시한 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문제에 대해 유의미한 논의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간 군사적 충돌로 인해 16일 급히 귀국하면서 무산됐다.대통령실은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을 재추진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가장 빠른 시기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회의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G7 조기 귀국에 이어 나토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도 이 대통령의 나토 참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즉 G7에 이어 나토에서의 한미 정상회담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이러한 가운데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신흥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회원국 중 G7에 초청된 브라질·남아공·인도 대통령과 연쇄 회동을 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브릭스 회원국은 미국 달러를 배제하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를 추진하는 등 미국 중심 세계 질서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당초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5개 국가로 구성됐으나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가 추가로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