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0%대 저성장' 장기 터널 예고 트럼프 관세-내부 경기 둔화로 정부 역할론李 첫 연설 "고통스런 국민 삶 확실하게 해결" 공언반기업-포퓰리즘성 정책의 길 절대 안돼 '세계 빅5' 문턱서 낙오한 아르헨티나 상징 사례 전문가들, 정책 속도 조절 필요성 거론 "포퓰리즘성 정책 대신 구조개혁 등 '정석' 걸어야"노무현이 택한 '한미FTA'는 벤치마킹 상징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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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이종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줄곧 '실용'을 얘기해 왔다. '위장 우클릭'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 국가의 운명을 쥔 이상, 위장이든 진실이든 반드시 '실용'이 요체가 돼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영의 숱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뚝심을 보인 것은 이 당선인이 벤치마킹해야 할 상징적 사례다.그런 측면에서 이 당선인에게 주어진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경제 회복'이다. 이 당선인은 4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여의도에서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이재명'으로 행한 첫 연설에서 "(국민의)고통스러운 삶을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에 '지름길'은 없다. 세계 '빅5'의 문턱에서 후안 페론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에 후진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는 지름길을 택하려다 낙오한 대표적인 사례다. 자원 부국 베네수엘라가 돈 뿌리기의 포퓰리즘에 '망국의 길'에 빠지든 사례는 대한민국이 경계해야 할 첫번째 사례다.불행하게도 한국 경제는 지금 자칫 장기간 '제로(0%대) 성장'의 덫에 빠질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에 빠져 있다. 이 당선인은 작금의 위기 앞에서 하루라도 빨리 성장의 곡선을 그려내기 위해 '마약'과도 같은 단기 부양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썼던 것처럼.경제는 '정석'에서 벗어날 경우 무서운 후과가 뒤따른다. 신용카드 부양책은 불과 2년 만에 신용불량자 400만 명의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이재명 정부가 현금성 포퓰리즘·반기업 정책을 가동할 경우 우리 경제는 그 이상의 덫에 빠질 수 있다.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3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1.0%로 전망했다. 지난 3월 보고서에서 1.5%로 예측됐던 성장률에서 0.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9%로 전망했다.경제 전망이 점차 암울해지자 새로운 정부를 향한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그러나 각계에서는 이 당선인의의 경제 정책에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특히 이 후보가 강조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가로막힌 이 법안은 새 정부에서 즉시 추진될 핵심 법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실용 대통령'이 택해서는 안될 정책이다.노란봉투법은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되고,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근무지가 아닌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재계는 기업 환경이 열악해져 국내 이탈과 투자 위축, 영업 이익 감소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불법 파업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소모전이 펼쳐질 것이 뻔하다는 전망이 계속된다.이재명 당선자의 트레이드 마트로 불리는 기본소득의 실험으로 불리는 전 국민 지역화폐 지급도 민주당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영업자와 서민들을 돕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 국민 내란회복지원금' 지급을 거론하고 있다. 이 당선자도 선거 과정에서 이미 지역화폐 발행 확대를 공언해 왔다.또 재정을 확대해 자영업자 빚 탕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달 21일 인천 유세에서 "나라가 빚을 지면 안 된다는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한국 국가부채가 50%가 안 되는데 다른 나라는 110%가 넘는다"고 했다.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양곡관리법도 곧바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이 과잉되면 정부가 이 쌀을 구매해 가격을 받쳐주는 것이 핵심이다. 농림식품부는 2030년부터는 연 3조 원가량이 매입비와 보관비로 소모될 것으로 전망했다. -
- ▲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의 한 음식점에 폐업 문구가 적혀있다. ⓒ뉴데일리DB
이 후보가 약속한 상법 개정안 추진도 재계에서는 부담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들은 행동주의펀드가 회사를 공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한국경제인연합회는 상법 개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다"라고 했다.전문가들은 이 당선자가 경제 상황을 직시하고 성장을 위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공약으로 밝힌 법안들을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는 것이다.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새 정부도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적극 청취해야 한다"면서 "지금 이념으로 경제 정책에 접근하는 순간 어떤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했다.실제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직격탄으로 분석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전체 수출이 1.3% 감소했다.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각각 8.1%, 8.4% 줄어들면서 감소 폭이 커졌다. 대미 수출의 감소율은 지난 4월(6.8%)보다 1.3%포인트나 높아졌다.한국의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자동차 업계 타격이 크다. 미국이 4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의 5월 미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2% 감소했다. 철강 수출도 20.6% 줄었다.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은 한국에게도 악재다. 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특히 반도체 영역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새 정부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관세 철폐 등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외교 역량을 보이지 못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외부 악재 못지않게 내부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는 1분기 소상공인 1곳당 평균 매출은 약 4179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2%, 직전 분기 대비 12.89% 감소했다고 밝혔다.한국은행은 GDP 증가율이 1분기 -0.246%로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했다. 민간 소비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GDP의 49.9%)로 떨어졌다. 자영업자의 부채는 1122조 원, 연체율도 11.55%에 달했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에 "지금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을 현명하게 써야 한다. 법과 제도를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정비하고 한정된 재원을 포퓰리즘성 정책이 아닌 어려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